Mountain-The moment

김민경展 / KIMMINKYUNG / 金旼敬 / painting   2011_1214 ▶ 2011_1220

김민경_The moment-episode 1_장지에 채색_103×140cm_2011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090804e | 김민경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1_1214_수요일_05:00pm

미술공간현 기획展

관람시간 / 평일_10:00am~06:00pm / 주말_11:00am~06:00pm

미술공간현 ARTSPACE HYUN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6번지 창조빌딩 B1 Tel. +82.2.732.5556

The moment - 축적된 시간속에서 피어나는 다채로운 식물의 향연 ● 이번 김민경 작가의 전시명에서 'the moment'는 순간의 축적을 의미하고 있다.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다녔던 산행 길, 집안 곳곳에 언제나 놓여있었던 화분들. 김작가의 그림에는 시간과 공간에 피고 지던 사물과 풍경의 궤적들이 얽혀있다. 실처럼 연결 된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일상이 깊숙이 녹아있는 이미지들에는 작가의 산에 대한 소소한 추억들과 평상시에 가져온 자연에 대한 친화적 태도가 담겨 있다. 산과 식물에 대한 친숙함은 자연스럽게 작가의 화폭 안으로 스며들었다. 익숙하고 좋아하는 것이기에 제일 잘 그릴 수 있었고 때문에 소재 발굴을 위한 고민은 피할 수 있었지만, 제일 좋아하는 그 소재를 어떻게 잘 표현할 것인가를 두고서 작가는 많은 고민을 하여야했다. 그리고 작가와 그림간의 힘겨운 씨름 끝에 「the moment」작품들이 탄생하였다.

김민경_The moment-episode 2_장지에 채색_103×140cm_2011

작가의 전작 중에는 산의 전체적인 형상 자체를 그린 작품들이 다수 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는 산을 이루고 있는 나무, 풀, 꽃, 돌, 흙 등의 소재를 상징적으로 형상화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구도적인 접근이 바깥에서 안으로 이동한 것이다. 작가는 단순히 시각을 클로즈업시키는 것에서 멈추지 않았다. 산을 이루고 있는 작은 생명에도 관심을 갖고, '물화(物化)'시켜 그 심상을 표현한다. 단순히 객체를 보이는 그대로 재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본인만의 형상으로 재조형화시키는 것으로 발전시켰다. 형상의 재조형 과정에 동반되는 조형미, 색감, 표현기법 등에 주목하여 볼 필요가 있다.

김민경_The moment-episode 4_장지에 채색_103×140cm_2011
김민경_The moment-episode 15_장지에 채색_136×198cm_2011

한지는 본래 물을 빨아들이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수묵화의 경우 얇은 화선지의 흡습성을 활용하여 그리기도 하지만, 채색화의 경우 일반적으로 장지라는 두께감 있는 종이에 반수(礬水)를 한다. 반수라는 전처리를 해주어야만 그리는 동안 쉽게 번지지 않아 세밀하게 그려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반수물에는 아교를 사용하는데, 작가는 아교 대신 콩을 갈아 망에 거른 후 뽀얗게 나온 콩물로 포수를 한다. 아교로 반수했을 경우 깨끗하게 도포되는데 반해 이와 같은 방식은 얼룩이 잘 생긴다. 작가는 이러한 얼룩마저 자연스럽게 여겨, 오히려 그림의 바탕에 적용하였다. 그 위에 동양화 채색 물감으로 그림을 그려간다. 스케치조차 없이 그동안 눈과 마음으로 온건히 담아두었던 심상(心象)들을 거침없이 종이위에 쏟아낸다. 원하는 색이 나올 때까지 덧바르기를 반복한 후, 인두를 이용하여 구멍을 뚫기 시작한다. 달궈진 인두에 종이가 타들어가는 동안, 부는 바람의 방향과 태우는 시간 그리고 사용한 인두의 크기 등에 따라 우연의 효과들이 생긴다. 그림 위에 반복된 방법으로 구멍을 내어도 같지 않은 모양들이 계속 나타난다. 그 자체로 다양한 패턴이 된다.

김민경_The moment-episode 10_장지에 채색_65×95cm_2011

인두가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조형, 작품 속에서 나타나는 탄맛은 '획'의 개념과도 연관지어 볼 수 있다. 화선지 위 획의 번짐과 인두에 의해 타들어간 종이의 형상은 그 자연스러움이 닮았다. 붓의 운용에 따라 다양하고 생동감 있는 필치가 생기는 것처럼 작가의 인두기법도 종이에 대고 있는 시간에 따라 태워지는 모양과 크기가 다양하다. 작품 제작에 있어 작가가 필묵(筆墨) 외의 재료와 기법을 사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획과 연관시켜 비유한 것은 작가가 국내외에서 공부하면서 동양적, 서양적 기법을 두루 익혔고 이를 바탕으로 본인만의 독특한 표현방식을 구축하였기 때문이다. ● 그림이 다 그려지면 배접(背接)을 한다. 작가는 흰 배접지에 색을 칠하여 색지를 만든 후 풀을 발라 그림에 덧붙여 준다. 그림 곳곳에 뚫려진 구멍 사이사이로 배접지의 빛깔들이 비추어진다. 단순히 종이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거나, 회화 보존의 보조역할로서의 배접이 아닌 작품의 이미지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게 되는 또 하나의 기법이 된 것이다. 겹쳐진 종이에 의해 배접지의 색이 오버랩 되면서, 식물의 이미지 곳곳에 태워진 구멍들이 강조되어 잎사귀 위의 잎맥들이 드러난다. 마치 세포를 닮은 것 같기도 하다. 태워진 종이의 형상들이 밝은 색감들과 결합되어, 그림에 활력이 생겨난다.

김민경_The moment-episode 11_장지에 채색_65×95cm_2011
김민경_The moment-episode 13_장지에 채색_136×198cm_2011

작가는 생명을 지닌 자연물을 소재로 삼았고, 이를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즉흥적으로 드로잉하고 여기에 전체적으로 밝은 색을 입혔다. 작가가 필자에게 '죽어있는 그림이 아닌 생기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한 것과 일맥하는 듯하다. 작가 개인의 기억의 순간을 형상화한 작품들이, 관람객들에게 어떠한 기억으로 남겨질까. 작품과 조우하는 순간을 통해서 관람객들에게 또한 생기있는 에너지가 전해지고, 그것으로 기억에 남는 'The moment'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보는 이들이 종이 위에서 다채롭게 피어난 식물들의 향연을 만끽하기를, 그리고 앞으로 작가가 어떤 방식으로 생동력 있는 작업들을 풀어갈 것인지 기대해 본다. ■ 구나영

Vol.20111216c | 김민경展 / KIMMINKYUNG / 金旼敬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