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과 그 너머에 있는 소통 ● 사진이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사진에 대해 생각하며 묻고 정의하여 말했을 것이다. 사진에 대해 생각해본다. 사진은 단순하게 다만 피사체가 되어 눈앞에 다가온 모습을 담은 것만은 아닐 것이다. 사진은 움직이는 시간을 정지시키며 쉬지 않고 변화하는 순간을 기록한 것이다. 그러므로 사진은 순간순간 멈추어 있는 현재를 기억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진은 과거에의 기록일 수밖에 없는가. 그러나 그 기록을 토대로 내일을, 미래를 움직이려는 것이라고 한다면 어찌 흘러가버린,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담은 것이라고 치부해버릴 수가 있겠는가. 전쟁의 참혹한 현장, 천재지변 등과 같은 자연재앙의 현실 문제를 다룬 사진은 기록과 고발을 동시에 담은 것이다. 또한 계절이 변하는 모습, 동식물이 태어나고 자라는 것, 한 송이의 꽃이 피기까지 그 건너온 시간을 담은 사진은 그것이 비록 수많은 시간 속에 지극히 짧은 어떤 한 부분과 단편적인 것일지라도 자연의 역사를 기록한 서사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형구_부안 줄포_피그먼트 프린트_42×60cm_2011

자꾸 뒤돌아보는 사람이 있다. 그가 강을 건너온 것은 옛날이었다. 옛날은 다시 돌이킬 수 없으므로 스스로 늙고 자폐되었다. 언제였던가. 꿈결처럼 다가왔던 저편의 강가 그때 비로소 강가에 이르렀을 때 꽃과 나무와 새들의 시간이 과녁처럼 가슴을 뚫고 멀어져 갔으며 낡고 바래여 희미해졌던 전생의 아수라 같은 삶들이 너무나 완강한 흑백으로 뚜렷해지던 누가 등 뒤에서 부른다. 강으로 이르는 길이 저기쯤일 거다. (졸시, 『흑백사진을 찍었다』)

이형구_완주 봉동_피그먼트 프린트_100×150cm_2010

안테나, 전신주, 송신탑, 논과 밭 사이에 솟아있는 작은 농촌마을의 아파트, 교각, 비닐로 덮인 밭, 그 너머 공장건물, 철커덩 쿵덕궁 다시는 방아찧는 소리도, 쏟아지며 날아오르는 참새들의 날갯짓도 돌아오지 않을 버림받은 방앗간, 흉물스러운 폐가, 고물상, 비닐하우스, 논 바로 옆에 있는 골프연습장, 구멍가게, 결혼광고현수막, 을씨년스러운 시골장터... 여기 전시된 사진작품의 배경으로 나오는 주인공들이다. 작가가 이번 전시회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그의 사진 속에 담긴 풍경, 또는 대상들이 이 전시장으로 걸어 나와 우리에게 말하고 싶은 내용은 무엇인가. 작가의 의도는 어디에 있는가. 전신주와 송신탑과 교각 등은 거의 대부분의 작품 속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연배우들이다. 이러한 이미지들이 상징하는 것은 소통인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주인공들의 메타포를 통하여 우리에게 단절과 그 너머의 소통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이형구_전남 영광_피그먼트 프린트_42×60cm_2011

이형구_정읍 북면_피그먼트 프린트_100×150cm_2011

인간이 하는 모든 장르의 문화예술행위는 특정, 불특정 타인이나 대상과 소통하기 위한 열망이며 그 소통을 통하여 메시지나 동감 또는 감동을 전하고자 하는 것이다. 메시지나 동감 또는 감동은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키거나 동반하는 것이다. 변화는 움직이는 상태이다. 내면의 고요한 세계로 인도하는 것이든지, 변화를 일으켜 피를 끓게 하는 분노와 같은 역동적인 운동성을 고무진작 시키는 것이든지, 독자, 시청자, 관객들로 하여금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이형구의 사진이 이야기 하고자하는 것은 퇴색되어가고 낡아져가는 풍경을 통해 송신탑과 전신주와 교각과 길을 반복적으로 보여줌으로서 단절이 아니라 소통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단적인 예를 한번 들어보겠다. 그의 사진 중에 골프연습장 옆에서 논에 모내기를 하고 있는 작품이 있다. 얼마나 어울리지 않는, 서로 어긋나고 단절되어있는 풍경인가. 그러나 그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작가는 이 어긋나 있는 현실을 보여주며 시골 간이정거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촌로들의 모습을 또한 보여준다. 둘은 꾸며낸 가상의 풍경이 결코 아니다. 지금의 현실에서 일어나고, 공존하여 있는 분명한 사실이다.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현실의 차이를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다. 차이는 다름이다. 다르다는 것은 틀렸다는 흑백논리와 이분법적인 분별의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서로를 인정하자는 것이다. 서로를 인정하게 될 때 비로소 어떠한 가치세계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현실의 오늘을 인정하며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곧바로 떠올리게 되는 기다림- 다시 말하면 작가는 이 전시회의 작품을 통하여 소통의 부재가 아니라 소통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 박남준

이형구_충남 논산_피그먼트 프린트_42×60cm_2011

사진은 웃고 들어가 울고 나온다 한다. 셔터만 눌러 된다면 얼마나 쉽겠는가? 허나 나에겐 사진은 번뇌의 고문(拷問)이다. 하여, 사전의 음(音)대로라면 형구(刑具)는 '형벌·고문 따위에 쓰는 도구'란 뜻이 먼저지만, 한자로 형(形)과 구(具)를 대치하면 "형태(形態)와 기구(器具)가 있는 낯선 풍경"이 된다. ● 차를 타고 시골길을 달리다 보면 옛길과 개발에 따라 새로 난 두 길이 혼돈을 준다. 구(舊)길과 새(新)길, 고가도로와 터널 등 Y자로 길이 열리다가 다시 역Y자로 합치는 그 야릇함의 통증에 예약된 시간은 너무 초조하다. ● 그 동안 이 땅에 살아온 일상의 관습은 뇌리에 트라우마로 촉수를 세우고 문화적 환경에 하나의 적응하는 질문을 찾는다. '형과 구의 낯선 풍경'을 통해 '세상보기'는 과연 무엇인가? ● 이 세상 물체가 그냥 질량(質量)으로 남는 물체가 아니라 모두 상품(商品)이어야 하는 현대 이성(理性)을 돈이면 귀신도 부르는 현대판 수술대, 계산대 위에 놓고 나는 항상 너무 바쁘다. ● 마을 뒷산의 송신탑, 주변지역 혁신도시, 못받은돈 받아준다는 플래카드, 생계대책 주차금지, 베트남 필리핀 국제결혼 등 시골들판을 가로지르는 콘크리트 교량처럼 나는 이 낯선 풍경에 서서 시간에 매달린다. 바로 시간이 돈인 것을 뼈저리게 느끼는 우리들(?)의 행진곡을 들으며... ● 그간 근대화의 모습은 몇 년 사이, 전통적 풍경을 새로운 구조물로 하여 낯설게 만들었다. 서정적 풍경이 현대적 풍경으로 바뀌는 시공간(時空間)에서 우리의 인식도 많은 변화가 되고 서구적 원색과 패턴이 점차 들판을 덧칠해 옴을 본다. ● 사진은 보는 자의 시간적 또는 문화적 환경에 따라 서로 다르게 이해되고 해석된다. ● 작품에 쌓인 시간과 의미는 생명체처럼 생성과 소멸을 윤회하면서 어떤 모습으로 서로를 닮고 기대고 부비며 유기적 상호작용을 하는가. 아직은 많은 부분이 흔적의 거즈(gauze) 밑에서 주름을 펴며 미래를 증식하고 변화하는 지금, 우주의 섭리는 고즈넉이 무위(無爲)의 행위로 나를 따르게 한다. ● 순수함에서 시작하여 차창(車窓) 너머 마음이 닿는 곳, 그 곳을 향하여 셔터를 만질 때 촬영놀음의 지속은 천진무구 무의식의 놀이터로 나를 인도한다. 찰칵! 찰칵!..... 찰라의 속음에서 깨우치는 나와 타자 사이의 균열감과 내면의 몸부림의 소리, 그 사이의 마찰음은 서로를 확인하고 갈망하는 포커스 또한 한 폭의 미지의 올가니즘(organism)이다. ● 이것이 우선 내가 촬영하는 확장자의 풍경, 중첩되는 상념들은 서서히 조화를 이루며 피로를 회복하고 무한한 깊이로 가라앉다가 다시 고요와 명상에 이끌려 수면으로 올라오면 그 순간은 얼마나 행복한 단초가 되는가? 하여, 사진은 곧 나의 의문이요, 물음이다. ● 시골 구석구석 들어와 있는 자본주의 산물은 아파트, 대형다리, 고가도로, 터널, 각종 전기통신 탑들, 공장, 농산물, 대량생산을 위한 시설들, 폐차장 등 시골 농촌에 밀려오는 자본주의 쓰나미. ● 촬영을 다니다 시골마을에 가보면 빈집들이 많다. 몇 분의 나이든 노인들만 남아 있다. 앞으로 시골에는 누가 민주주의와 자유를 행사할 것인가? 이미 군(郡) 단위에도 산부인과가 사라진지 오래이다. ● 인간다운 원초적 삶은 근원적으로 파괴되고 생태적 위기를 맞고 있다. 이 현실에서 우리는 물질적 풍요가 과연 누구를 위한 풍요로움인가? 얻는 만큼 잃는 것도 많다는 진실이 새삼 깨달음을 준다. 이 우주에 공짜가 어디 있겠는가? 인간이 이제는 그만 교만해야지. 자연의 순리 앞에 과학은 무슨 의미일까? ● 삶의 뿌리인 농촌 풍경을 다시 감상하면서 인간다움이란 무엇일까? 삶의 지속이란 무엇일까?를 뇌까려 본다. ● 나는 운전대를 잡고 이런 허접한 질문을 입안에 삼키며 셔터를 조심스럽게 만진다. 지금의 현실 앞에 송구스런 마음을 다시 주체하면서... ■ 이형구

이형구_충남 장항_피그먼트 프린트_42×60cm_2011

The Discontinuation and the Communication Beyond It ● What is the photo? Many people have thought, asked, defined and said on the photo. I think on the photo. The photo won't simply contain a figure to approach before one's eyes as a thing pictured. The photo is asked to stop the moving time and to record the moment changing without break. Therefore, the photo is to make us remember the present to stop by moments. So, should the photo be a record of the past? But, how could we say to be contained in the time flown and impossible to recover it if the photo is to make us move tomorrow or the future based on that record? The photos to deal with present problems of natural calamity such as miserable spots at war, natural disaster, etc. are to contain at once record and revelation. Also, they contain a figure the season changes and what animal and plant come into being and grow. The photo contained the time passed to the blossom of a piece of flower can say to be an epic to record the history of nature even though the time is the extreme short part of much time and a fragment. ● There is a person to look back repeatedly. It was in the old time that he was across the river. He is old himself and self-abandoned because the old time can't be recovered again. When was the time? On the riverside over there to approach like a dream, the time of flower and tree and birds was come far off through my heart like a target when I reached the riverside in the end, was worn and became dim. Then, my living like an Asura(fight like a demon) of former life was clear too strongly in black-and-white. Someone calls me from my back. There may be a way to reach the river. (My poem, 『I took a black-and-white photo』) ● Antenna, telegraph pole, transmitting station, apartment in the little farm village standing up between rice field and yard, bridge, field covered with vinyl, plant building over there, sound to pound in a mill with snaps and bumps, flapping of the wings of sparrows to pour out and fly high up, mill not to come back and be abandoned, ruined house like a villain, junk shop, vinyl house, golf practice range just beside rice field, small store, marriage-advertisement hanging screen, miserable country market... These are the heros to appear as a background of works exhibited here. What is the thing which the photo-artist wants to say through this exhibition? What is the contents which the landscape contains in his photo or its objects want us to speak after stepping into the exhibition place? Where is photo-artist's intention? Telegraph pole, transmitting station, bridge, etc. are main actors to appear without skip in almost all the works. To symbolize through these images is the communication. Photo-artist wants us to speak the discontinuation and the communication beyond it through metaphors of these heros. ● The culture-arts actions in all the genres by human beings is the aspiration to communicate with specific or unspecific persons or objects and try to deliver their message, sympathy or impression through the communication. The message, sympathy or impression is called forth some change or goes with accompany. The change is a moving state. With what leads to internal silent world, or with what encourages dynamic movement like an anger to rouse every drop of blood in the body, it is to make reader, viewer or guests move. What the photos by Lee Hyung-gu try to speak wants not to discontinue each other but to communicate with as showing repeatedly transmitting station, telegraph pole, bridge and road. I will present a brief example. There is a work of rice-planting in the rice field beside golf practice range. What an unsuitable and unbalanced landscape each other that is! But, that is just a grim reality. Photo-artist makes us see such an unbalanced reality and also the figure of old village persons waiting for bus in the semi-bus stop of country. Both are never the hypothetical landscapes decorated. It is clear fact which happens and co-exists in today's reality. It doesn't distinguish right from wrong. It only speaks the distinction of reality. Distinction is difference. To be different is not the black-and-white logic from wrong nor the dichotomous discrepancy. Therefore, it is to recognize each other. We can go forward some value-world only in the case of recognizing each other. The waiting to rouse directly from the persons waiting for bus after recognizing today in reality- So to speak again, the photo-artist expresses paradoxically not the absence of communication but the story of persons waiting for the communication through the works in this exhibition. ■ Park Nam-jun

They say that the photo begins with laugh and finishes with tears. How easy is it if only to push the shutter? But it gives me the torture of agony. Accordingly, Hyung-gu means 'instruments such as punishment, torture, etc.' according to the sound of the dictionary but becomes "an unfamiliar landscape composed of form(形態) and instrument(器具)" in the case of standing face to face with form(形) and instrument(具)' in Chinese character. ● Both new road to construct depending on the development and old road in driving the car along country road make me be in a chaotic state. Thought should take a temporary expedient. The booked time is too irritated and irritated because of pain of the queerness to open the roads such as old road and new road, highroad and tunnel, etc. in the Y character and close again them together in the contra-Y character. ● My custom of daily life lived in this land during that time stands up a palp like trauma in the brain and I look for a question applicable to cultural environment. What ever is 'to see the world' through 'an unfamiliar landscape of form and instrument'? ● The substance in this world, as it is, isn't remained only as a mass. The present reason which everything should be the product is the contemporary operating table which money can call even a demon. It always makes me too busy as being put on the counter table. ● I give my full time like a concrete bridge cross country field to standing on these unfamiliar landscapes such as transmitting station on the mountain at the back of one's village, placard to make one repay the non-received money, no-parking keeping one's livelihood, international marriage with vietnamese and Philippines, listening to our(?) field music to feel just what time is money to the bone... ● The aspect of modernization during that time has made us strange as making traditional landscape into new structures for years. Our perception has changed a lot in the space time to change lyrical landscape into contemporary sightseeing and it seems me to overlay western primary color and pattern on the field by degrees. ● Photo makes him understand and interpret differently depending on seer's temporal and cultural environment. ● The time and meaning filed on the work makes an organic reciprocal action as resembling, relying on and rubbing each other because of transmigrating the generation and expiration like the body. The present when many parts still smooth the wrinkles, proliferate the future and are changed under the gauze of trace, a cosmic providence follows silently me as an action of idleness. ● In touching the shutter forward the place where my mind approaches beyond a car window after starting from pureness, the continuance of photographing-play leads me to the playground of unconsciousness with naivety. ● Click! Click!..... the sounds of breakage between me and the other and of internal writhing from temporary inner-sound. The friction sound in this moment is a focus to confirm and aspire each other and also is a piece of unknown organism. ● This is, first of all, the landscape of expander I take a picture. The overlapped thoughts make me be in harmony, relieve my fatigue and sink into the unlimited depth and then ascend on the water as attracting to the silence and medication. How much does the moment make me get a clue of happiness? Accordingly, photo is my interrogation and question. ● The products of capitalism such as apartment, big-size bridge, highroad, tunnel, all kinds of electric communication towers, plants, farm produce, facilities for mass production, auto junkyard, etc. filled with all the countries is a tsunami of capitalism. ● I saw many vacant houses in the case of entering country villages in the course of photographing. There are only a few old men and women. Who will exercise the democratism and freedom in the country in future? The obstetrics and gynecology department has already disappeared in town(Gun) region long ago. ● The original life like a human being is destroyed and be at a ecological crisis. In this condition, does material wealth exist as a richness for whom? The saying 'to gain a lot is to lose a lot' makes me realize freshly. What is to gain for nothing in this cosmos? Human should not bear himself naughtily from now on. What significance has science in the rationality of nature? ● I think repeatedly what the humanness is and what the continuance of life is on appreciating country landscapes, the root of living. ● I, holding a car handle, swallow up these meaningless questions in the mouth and touch carefully the shutter, moreover, with being again overwhelmed with shame in this present condition... ● I say 'thank you' and 'hello' to teacher, Kim Chun-sik who teaches all the time both photo and beautifulness of life for a double-cropping of living, the photographing team and Mr. Park Sung-min to help me during that time. ■ Lee Hyung-gu

Vol.20111216b | 이형구展 / LEEHYUNGGU / 李亨求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