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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1214_수요일_06:00pm
정동선 추모展
기획 / 독립 큐레이터 이진영 후원 / aA 디자인_(주) 아트앤팩토리_네오룩_선화예술고등학교
관람시간 / 12:00am~06:00pm
aA CAfe & Gallery 서울 종로구 소격동 55번지 B1 Tel. +82.2.722.1211
기억 속 한 片鱗으로 推論해본 정동선의 作業 ● 외부세계는 그 객관적 사실들이 작가 나름의 지각체계에 의해서 직관되고, 五感의 유기적인 반응에 의해서 표현된다. 신체가 지각하고 반응하는 관성에 따른 자신과 세계사이의 조화와 갈등. 점․선․면의 조형적 자율성과 質料. 대상과 그것을 표현하고자하는 의도와의 관계는 어떻게 해석해야 되는지, 정동선 그는 과연 무엇을 표현하려고 했는지가 나는 궁금했었다.
세계와 자신의 사이. 자신의 작업 앞에 섰을 때 그는 늘 그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의 문제에 직면한다고 했다. 그것은 작품을 향한 관찰자의 시야에 따라 상대적이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다를 수 있다. 그건 바로 그가 말한 시간과 공간의 상대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동선은 선천적으로 오감이 섬세하고 맑은 사람이다. 예민한 음감을 가졌고, 촉각이 아주 섬세하다. 구의동 오래된 맛 집 '서북면옥' 물냉면가락의 질감과 육수를 즐겼던 미감도 아주 훌륭하다. 이렇듯 타고 난 섬세한 감각은 작업에 임하게 되면 곧 사고의 메커니즘에 표현 욕구를 충동하는 에너지를 공급하고, 동시에 그의 뇌와 신체가 유기적인 협동 작업을 시작한다.
정동선 작업의 본질은 구획된 공간에 투명한 나일론 소재의 씨줄과 날줄을 매고 그 위에 물감이라는 물질을 점착시켜 좌표를 정하는 행위 그 자체일 수 있다. 그의 작품은 세상과 자신의 접점을 찾아나서는 길고도 고단한 여정이기 때문에 구태여 안료들의 현란한 수식이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검정색의 작은 물감 입자로 단순화한 좌표만을 반복해서 만들어내고 있다. 고도의 감수성과 긴장감을 가지고 조형공간 그 자체에 집중하는 행위와 그로인한 흔적, 허공에 투명하게 교차하는 선과 선의 접점에 표시된 물감 덩어리들은 보기에 따라 빛을 통과하고 반사하면서 그가 작업의 도구로 삼는 錯視를 유발해 기교적인 부피와 형상을 만드는데 그것은 어떻게 보는가의 시각에 따라 늘 달라진다. 그 형상은 때로는 구, 육면체, 의자, 기둥 같은 형상으로 지각되지만 그 형상이 갖는 의미이전에 그 형상을 이룬 최소단위, 즉 좌표를 결정한 작은 물감덩어리에 더 주목한다. 그 좌표는 작가 정동선이 관심 갖는 외부세계로 통하는 통로이자 자신과 세계가 맞닿아있는 접점이기 때문이다. 정동선에게는 안과 밖, 또는 자신과 세상의 양자관계는 영원히 일치되지 않는 평행선이고 갈등이며, 여기에서 자신이 신념하고 있는 예술의 가능성을 찾았던 것 같다. 대상과 표현의 관계. 선과 선. 그 사이를 메운 재단된 공간의 조각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관계. 결국 예술의 당위성은 그 자체가 형이상학일 때 비로소 성립된다고 믿는다. 예술작품은 표면에 보이는 것으로 다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이면에 다른 무엇을 감추어놓은 逆說일 수 있다. 자신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일상과 예술은 동일시될 수 있는지, 아니면 서로 별개의 것인지를 고민하며 그는 부단히 자신을 의심하고 절대적이라고 믿는 모든 관념을 의심함으로써 외부세계의 실체를 보고 그 본질을 만나려고 했다. 그것은 바로 새로움에 대한 작가로서의 갈증으로 보인다. 그는 좀 더 순수한 눈과 절실한 몸부림으로 자신을 지배하는 모든 타성과 관념을 벗어내려고 참 부단히 애를 썼던 것 같다. 그는 그저 허공에 선을 긋고 물감으로 좌표를 찍고 있었다. 그것이 그가 세계를 탐구해가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정동선의 작품에는 미술에서의 형식적인 분류나 규정은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오로지 미지의 세계를 탐구해가는 자신의 발자국만 허공에 장치한 선위에 남기고 있을 뿐이다. 물감 덩어리가 안내해주는 임의의 좌표, 그것은 그가 혹여나 낯선 곳에서 길을 잃을지도 모를 지극히 인간적인 조바심으로 표시해둔 자기만의 표식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이정표로 삼아 그가 세계와 자신의 경계선을 따라 수행의 여정을 덤덤하게 계속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만의 直感이었을까? 그의 생애 마지막 작품, 몇 날 밤을 꼬박 새워서 만들었다는 '門'의 형상으로 보이는 작품을 처음 보았을 땐 마치 그가 궁극적으로 궁금해 하는 세계의 통로를 암시하는 것 같은 메시지를 나는 감지하였다. 돌이켜보면 가슴 한구석이 무겁게 메어온다. 많이 그립다. 어떤 식으로든 그가 관심 갖는 삶의 話頭에 대해서 스스럼없이 얘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이젠 나의 무심함만 탓하게 됐다. 그는 홀연히 자신이 손수 만든 그 '門'을 통해 미지의 세계로 먼 여행을 떠났기 때문에... ■ 구산
Vol.20111214d | 정동선展 / JUNGDONGSUN / 鄭東先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