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집 재생프로젝트 3

리금홍_이지영 2인展   2011_1213 ▶ 2011_1230 / 일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1_1213_화요일_05:00pm

주최/주관_CAN Foundation 후원_서울문화재단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 휴관

오래된 집 서울 성북구 성북동 62-10,11번지 Tel. +82.2.766.7660

개발과 재개발이 꼬리를 물고 순환하는 구조가 만연한 한국사회의 과도기적인 풍경을 가진 성북동, 그 중심에 세월의 변화 속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오래된 가옥 2채가 있다. 성북구 성북동 62-10, 62-11번지 주소지를 가진 이 두 채의 집은 성북동의 지역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이 공간이 가진 장소성과 역사성을 예술가들의 작품을 통해 공간재생을 시도하고자 2009년 9월 시작된 오래된 집 재생프로젝트는, 예술가들이 오래된 집에 잠시 머무는 이방인이면서 거주자로서 공간을 해석하고 관찰한 흔적을 담아내고 있다. 이러한 공간의 변화는, 누군가가 살았던 기억의 집에서 예술의 흔적들로 또 다른 시간의 지층을 쌓아가고 있는 작가들이 공간을 모티브로 어떻게 작업을 실현시켜나가는지 주목하게 만든다. 2011년 7월에 입주한 세 번째 작가, 리금홍, 이지영 작가는 공간에 어떠한 색깔의 옷을 입히고 있는지, 두 작가가 오래된 집에서 받은 복합적인 기운들이 현재진행형으로 펼쳐지고 있을 오래된 집, 그 무대로 들어가 보자.

리금홍_성북문화유산 제 3-27호 림선옥 살던집_설치_오래된 집_2011
리금홍_성북문화유산 제 3-27호 림선옥 살던집_설치_오래된 집_2011

특정 장소가 갖는 기운과 이야기, 시간적, 감각적, 문화적 지층들을 작가적 상상력으로 번역하고 기록하는 작업을 해온 리금홍 작가는, 2011년 7월부터 약 6개월간 오래된 집 62-11번지의 거주자이면서 이방인으로서 성북동의 주변환경과 사람들을 관찰하고 조사하였다. 작가가 본 성북동은 드라마와 현실, 과거와 현재, 한국과 외국의 경계를 넘나드는 곳으로서, 작가는 자신이 머물기 이전에 오래된 집(62-11번지)에 누군가 살았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그 인물이 살았던 성북동 오래된 집을 무대로서 한편의 다큐멘터리형식의 영상물을 제작하였으며, 62-11번지는 일종의 기념관으로서 공간을 구성, 연출하였다.

리금홍_성북문화유산 제 3-27호 림선옥 살던집_설치_오래된 집_2011

작가가 이전에 작업한 시나리오의 후속편으로 스토리를 이어 구성된 영상은, 작가의 실제 가족인 큰아버지의 관한 이야기로 시작되는데, 시나리오상의 실제 큰아버지의 존재는 존재로서만 팩트일뿐 모든 내용은 작가가 지어낸 허구의 세계이다. 작가의 상상력으로 써내려간 시나리오는, 큰아버지가 중국으로 건너가신 뒤 재혼한 '림선옥'이라는 인물이 작가가 머물기 이전에 살았던 사람으로 추정되어지면서, 62-11번지에서 림씨의 흔적을 발견하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림씨의 흔적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 작가는, 자신이 바라본 성북동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장치를 여러 군데 배치하고 있다. 작가는, 림씨라는 인물에 대해 알고 있는 주변 사람들을 인터뷰한 내용과 62-11번지 오래된 집에 남긴 흔적들을 통해 그녀가 조선족 출신으로 중국에서 지식인층으로 짐작케 만든다. 또한, 작가는 몇 개월간 성북동을 관찰하면서,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되어 철거위기에 놓인 주민들이 내걸은 현수막에 써진 내용을 발견하게 된다. 성북동의 많은 문화 유산지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재개발을 반대한다는 내용을 표명하고 있는 그들의 입장이 결코 문화유산지의 보존이 목적이 아닌 실질적으로 자신의 삶을 지키고자 하는 심정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성북동에 많은 예술가들의 삶을 보존하고 있는 누구누구의 생가, 누구의 옛집과 같은 맥락으로 오래된 집 62-11번지를 '림선옥이 살던 집' 이었다는 가상의 설정을 통해 성북구가 지정한 「성북문화유산 제 3-27호 림선옥 살던 집」으로서 일반에 공개하고 있는 것이 리금홍 작가가 오래된 집을 활용하여 본 프로젝트의 작업으로 풀어낸 것이다. 작가는 인물의 실존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와 비슷한 사람들이 우리주위에서 자신들의 시간을 쌓으며 살고 있음에 주목한다. 다시 말해, 성북동의 주변의 사람들과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을 기록하고 살았던 시간의 지층을 보존하는 것이야말로 이곳의 현재를 보여주는 일이자 서울의 지금을 기록하는 일인 것이다. 림씨라는 가상의 인물이 이집에서 3년여 동안 써왔던 붓글씨, 소박한 옷가지 몇 점과 단촐한 살림, 그리고 이 집에서 보낸 시간의 흔적이 일반에 공개함으로써 림선옥이 살던 오래된 집 62-11번지는 리금홍 작가에 의해 「현재(現齋)」라는 이름을 가진 전혀 다른 공간으로의 재생을 보여주고 있다.

이지영_인썸니아_가변설치_오래된 집_2011
이지영_인썸니아_가변설치_오래된 집_2011

이지영은 공간을 무대로 활용한다. 즉, 작가는 모든 소품들을 손수 만들고, 그리고 칠하면서 공간을 구성한다. 마치 연극무대, 혹은 영화 세트장을 연상시키는 그녀의 설치작업은 공간을 연출하고 가공의 세계를 구축한 다음, 사진의 매체적 특성을 이용하여 순간을 포착함으로써, 보는 이들에게 상상력을 증폭시킨다. 작가가 연출하고 있는 서술적인 장면은, 자신이 처한 현실에 대한 심리상태를 가시적인 풍경으로 시각화한 것으로서, 자신의 심리상태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 오브제를 상징적으로 사용한다. 작가가 연출하고 있는 장면(scene)안에 배치된 다양한 오브제들은 실제 크기보다 크게 제작되며, 작가가 대상에 부여하고자 한 속성과 합일 되어진 결과 속에서 탄생된다. 작가의 주된 작업소재가 자신의 생각, 심리상태를 투영한 이야기로 공간을 연출하였다면, 이번 오래된 집에서 보여주는 작업은, 작업표현형식만 빌려온 채 '오래된 집'을 모티브로 하는 작업을 연출한 것이며, 이는 크게 2개의 테마를 가진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오래된 집 62-10번지 입구 왼편에 있는 독립된 공간 「인썸니아(Insomnia)」은, 오래된 집에 쌓여진 시간에 관한 이야기이다. 오래된 집을 살아 숨 쉬는 하나의 생명체 내지는 유기체로 인식하였으며, 오래된 집에서 받은 감성적인 기운을 시각적으로 표현하였다. 공간전체를 파란색으로 칠하고, 물이 흐르는 듯한 벽의 질감표현은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작가가 느꼈을 습하면서 차가운, 그리고 적막하면서 스산한 기운이 전달되어진다. 이 집이 가진 시간의 농축된 기억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두꺼운 책과 연필, 그리고 달팽이를 책상 위에 배치하였다. 또한 시계바늘 움직이는 소리의 반복은, 오래된 집의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 등 세월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지영_인썸니아_가변설치_오래된 집_2011

또 다른 공간의 방 「쏠라닌(solanine)」은, 감자의 순에 들어가 있는 독 성분을 일컫는 용어로서, 오래된 집의 농축된 시간을 인간의 삶속에 담긴 희노애락으로 표현하고자 한 것이며, 이를 극대화하기위해 선인장이라는 오브제를 통해 이 집의 자양분을 빨아들여 기생하는 형태로 나타내고자 하였다. 또한, 이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키치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친근하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선인장의 표면은 가시로 덮여있어 식물이 가진 아름다움 보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자생 가능한 식물로 강한 생명력을 지녔다. 깨끗하고 편리한 것만 찾는 개발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 너무 오래되어 낡은 오래된 집 또한 사람들의 외면 속에 오랜 시간 동안 생명을 유지해 온 공간이라는 점에서 선인장과 공통적인 속성을 가졌다. 이지영 작가는 62-10번지라는 주소지를 부여받은 오래된 집 공간의 탄생에서부터 현재에 이르는 시간까지 공간 안에서 벌어진 수많은 일들, 즉 보이지 않지만 내재되어있는 시간의 무게와 작가가 받은 주관적인 기운을 은유적인 오브제로 대체하여 상징화시킴으로써 오래된 집과 교류한 흔적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세 번의 프로젝트를 통해 공간은, 더이상 주거공간의 기억이 아닌 예술적 색채를 입힌 공간으로의 덮입혀지고 있으며, 그동안 작가들이 공간을 관찰하고 해석한 방식 또한 다양하였다. 첫 번째 입주한 변시재, 문영미작가가 예술적인 공간으로 재생의 가능성을 가져다 주었고, 두 번쨰 입주한 김보아, 이다 작가가 공간을 구조적으로 접근하여 풀어갔다면, 세 번째 입주한 리금홍, 이지영 작가는 오래된 집을 모티브로 하여 스토리 작업을 통해 공간을 무대로 활용함으써 새로운 기억을 가진 집으로 공간을 재발견하였다. 오래된 집 62-10, 11번지에서 절찬 상영 중인 두 작가의 작품을 통해 새로운 공간으로의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오래된 집 그 무대 현장으로 가보자. ■ 박신영

Vol.20111213f | 오래된 집 재생프로젝트 3-리금홍_이지영 2인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