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동화 - NEVERLAND

롯데갤러리에서 어른들의 동화 Neverland展을 개최합니다. 제목이 이야기하고 있듯이, 이번 전시는 맑은 감수성을 통해 동화나 상상의 세계에나 존재할 듯한 인물과 풍경을 만들어 보여줌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잊고 지냈던 어릴 적 꿈을 일깨우고 위로를 주는 작품들을 대상으로 하였습니다. ● 우리는 모두 어린 시절 자신만의 상상의 세계를 하나씩은 품고 지냈던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집안 한 구석, 혹은 집 주변 어딘가에 어른들의 간섭을 받지 않을 은밀한 공간을 만들고 싶어하기도 했습니다. 마치 어른이 되지 않는 나라 네버랜드로 떠난 피터팬과 그 친구들의 그것과도 같은 이야기 가 펼쳐질 것만 같은 세계 말입니다.

최배혁_여행_혼합재료_70×50×80cm_2009

강예신_차이나-무두장이 동물보호가_유채_130×162cm_2009

김지선_a candle_종이에 펜_15×15cm_2011

입시와 학교에 매여 어느새 성인이 되고, 자신은 물론 가족을 돌보며 팍팍한 사회를 살아오면서, 우리는 언제 내 안에 그런 꿈과 환상의 세계가 있었는지 추억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아이들이 생기고서야 잠깐 그 세계를 엿보면서 잊혀졌던 마음 깊이 흔적으로 남아 있는 그 꿈의 세계, 자신만의'네버랜드'를 떠올려보기도 하지만, 삶은 그곳에 앉은 먼지를 털어내 머리맡에 두고 가끔씩이라도 펼쳐볼 여유를 주지 않습니다. 삶에 지쳐 가끔은 위로도 받고 싶고, 어딘가 훌훌 날아가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들인데도 말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아, 어릴 때는 내가 이렇게 살 것 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어…"라고 넋두리를 하기도 합니다.

백승주_숲의 정령(story.1)_조합토, 유약_105×53×28cm, 51×20×25cm_2011

이교임_kyosha's village_설치_150×122cm_2011

하지만 생각해보면, 어릴 적 꿈은 모르는 사이 내 안 깊은 곳에서 여전히 나의 삶을 끌어주는 힘이 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만나는 가족, 친구, 동료 혹은 그 누군가의 미소, 작은 몸짓과 한 마디 대화 사이에서 언뜻 스치는 어릴 적 꿈의 세계의 그림자를 만나기도 하는 것이 삶이기도 하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내 안의 꿈은 여전히 내 삶을 메마르고 삭막한 것으로만 여기지 않게 해주고 있을 것입니다.

김은기_자매_유채_117×91cm_2009

고기현_불안_순지, 분채, LED_146×122×4.5cm_2009

8人의 작가들이 만들어 낸 네버랜드로의 여행이, 그렇게 언뜻언뜻 그 그림자만을 비추고는 사라져버리는 어린 시절 꿈의 세상을 눈 앞에 열어 주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의 어린 아이들을 위한 동화의 세계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위한, 우리 마음 속에 남아 있는 '나이 들어도 잊혀지거나 변하지 않는' 언제든 다시 돌아가고픈 세계로 말입니다. 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미술과 함께 아무도 개의치 않는 마음 속 떨림과 휴식을 맛보며, 전시장 문을 나서기 전보다 조금은 더 넉넉한 마음으로 다시 일상과 마주하시기를 바랍니다. "꿈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 손소정

Vol.20111209g | 어른들의 동화 - NEVERLAND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