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log Hologram

나의 작업은 드로잉과 꼴라쥬에서 시작되었다. 삶이 무료하고 일정한 규칙들에 싫증이 나면서 미술재료라면연필 하나도 무겁게 느껴지던 어느 날, 잘 배열된 이미지와 규칙을 파괴해보면 무엇이 나올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반듯한 표면적 질서에 대한 반항심이 있었고, 일상적이면서 개인적인 영감을 좇고자 하는 내적인 욕망이 있었다. 볼펜과 메모지를 들고 TV에 스쳐 지나가던 이미지를 메모했다. 가벼운 일상의 자극은 나에게 특정 부담감에서 벗어난 안정감을 주었다. 영상과 이미지가 수용되는 속도에 못 이겨 표현으로서의 선은 거칠어졌다. 형상은 일그러지고 끊겼지만 또한 동시에 단순해졌다. 이러한 과정에서 세상의 많은 자극들은 쭉 뻗은 선, 구불구불한 선, 순식간에 그려진 선, 그리고 크고 작은 점들의 집합이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종이에 그려진 형상들은 잘라지고 또 다른 종이에 붙여져 꼴라쥬가 되며 법칙을 다시 한번 와해 시켰다. 이들 드로잉은 마치 소품과도 같이 가벼운 이미지의 부분이었으나 또한 꼴라쥬를 통해 전체를 표현할 수 있었고, 구체적이지 않았지만 모든 디테일을 포함하려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구체적인 대상의 흔적은 없어지고 시간순서에 따른 배열은 부수어 졌으나, 오히려 질서를 파괴해 내는 것이 일종의 내재된 원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가능성으로 보였다.

권재나_돌고래 Dolphins_캔버스에 유채_60.5×73cm_2011

권재나_나비 A butterfly_캔버스에 유채_60.5×73cm_2011

삶의 가시적인 경험과 형태에서 출발하여 모든 것을 혼란 속에 뒤섞었지만, 이 파괴의 과정은 곧 재배열된 규칙을 만들어 낸다. 나에게 이미지들이란 결국 특정 단위가 일정한 원칙에 의해 배열된 것이다. 동영상은 프레임으로, 프린트된 사진들은 망점으로, 컴퓨터 스크린은 빛의 깜박거림으로 나누어진다. 내가 표현하는 점과 선 역시도 이러한 단위이고, 이들은 기존의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질서를 파괴하는 데에서 온다. 하지만 이들은 마치 기존의 질서를 찾아가듯이 점과 선이 뭉쳐 형상을 다시 만들어 낸다. 이것을 다시금 파괴하고 그 과정에서 또 다른 규칙을 찾고, 또다시 파괴하는 과정을 되풀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면은 비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지워진 흔적과 추상의 언어로 가득히 남아있는 파괴의 잔해물이 된다.

권재나_발렌타인 Valentine_캔버스에 유채_80×116.5cm_2011

권재나_스타버스트 Starburst_캔버스에 유채_91×116.5cm_2011

결과적으로 보면, 나의 손은 특정 필터를 가진 프린터와 같은 역할을 한다. 개인적 정보를 특정 단위로 와해하고 이를 이용해 추상적 방식으로 표현해 내는 기능이다. 나는 법칙을 깸으로써 드러나는 혼란의 과정이 아름답다고 생각했고, 이로서 생기는 또 다른 법칙이 흥미로웠다. 팝업과 페인팅은 이 법칙을 다시 만드는 과정을 보다 적극적으로 실험해 보고자 한 결과로서 발전했다. 구체적인 형태를 드로잉의 점과 선, 꼴라쥬의 면으로 깨어내고 이 평면의 형식을 특정한 법칙을 가진 팝업의 구조를 통해 3차원으로 구현하여 내면, 물질적 세계가 와해된 흔적들은 이름 붙일 수 없는 또 다른 입체물이 되어 새로운 질서를 강조한다. 팝업구조물은 시각의 기본단위와 내재적인 법칙, 3차원의 공간과 이를 표현하는 2차원의 허상에 대한 생각들을 이끌어 내고, 동시에 이러한 생각들은 페인팅의 과정에서 공간을 다루는 데에 있어 역행하여 적용된다.

권재나_부유하는 것과 가라앉는 것( Seesaw ) Floating and Sinking ( Seesaw )_캔버스에 유채_80×233.5cm_2011

때로 결과가 무엇이 되는지 알 수 없는 상태로 시작하는 것은 신나고 즐거운 과정이지만, 동시에 이는 어려운 과정이 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드로잉, 팝업, 페인팅으로 이어지고 역행하는 순환의 과정은 내 작업이 계속해서 진행되는 데에 상승의 효과를 지닌다는 것이었고 결국 나의 작업의 과정은 삶의 과정에서 느끼는 화두와 주제를 내 안에서 찾고 이로서 삶의 흥미를 지속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과정에서 스스로 정하는 규칙과 가능성으로 또 다른 경험을 하기를 바란다. ■ 권재나

권재나_첫번째 비행 The first flight_캔버스에 유채_91×116.5cm_2011

My work has been derived from drawings and collages. On one particular day, all art materials, including my light pencil, felt extremely heavy—I found the regularities and laws of life to be bothersome. I began to think about and question the results of disrupting well-aligned images and laws. On the one hand, I had innate rebelliousness against superficial order. On the other hand, I had a desire to chase personal and routine inspirations. To clear my mind, I jotted down some notes and doodled in my notebook to capture images flashing from the television. Such simple stimulus made me feel stable and relieved the burden I felt. Lines, as expressions, became rougher as embracing images became more difficult. Forms became distorted and disconnected, however, at the same time, simplified. Various stimuli became a collection of straight lines, squiggly lines, quickly-drawn lines, and various dots. Forms created by such response were cut out and pasted on other paper to form a collage to further dissolve the established laws. Such simple drawings were parts of light images and were like props; however, as a collage, the combinations of simple drawings were able to demonstrate wholeness and the potential to include every detail. Through this process, remains of the details of the objects disappeared and chronological order was broken, and this seemed like a definite possibility to extract some sort of inherent principle. ● Although I intentionally mixed fragmented visual experiences in a chaotic manner, this disruptive process soon created a new order of arrangement. I define images as an arrangement or an array of visual units selected by a predefined mechanism. Video clips are created by frames, printed photographs are created by pixels, and images displayed on computer screens are created by flashing lights. In the same fashion, the lines and dots that I expressed in my work are also units, and these units are created by disrupting rules that formulate images perceived by the human eye. Nonetheless, the units that I created merged together to engender new forms, just as if they were seeking order. From these new forms, I again carried out a disruptive process and created new order, and repeated the process over and over. Despite this effort, my work did not become empty. Rather, after the repetitive processes I found an abstraction of the residue of the destruction. ● Ultimately, my hands functioned like a printer with a particular filter. That is, personal images were broken down or disrupted into visual units. These units merged and created abstraction. The disruptive, chaotic process that was revealed when breaking rules and orders seemed aesthetically beautiful and new rules created from this process were more than interesting. The pop-up pieces and paintings were able to develop as they were results of extended experimentation with these new rules and orders. Two dimensional elements from collages and drawings formed by lines and dots were implemented into pop-up structures, which follow particular structural rules. Ultimately, an unnamable three-dimensional object arose from the merging of residues of the disrupted innate and physical world to emphasize new rules and orders. Pop-up structures enabled me to bring out basic visual units, innate rules, and illusions from two-dimensional work and transfer them into three-dimensional space. At the same time, three-dimensional illusions were implemented into my two-dimensional paintings. ● It is exciting and enjoyable to work without predefining what the final outcome will be like, but, at the same time, not knowing the final outcome makes the work process more difficult. However, one thing for certain is that carrying out or reversing the circulation process among drawings, pop-ups, and paintings has a positive effect on my creative process. After all, my work is about the process of living life and finding personal issues and subjects within life, to make interests in life sustainable. Through the process of my work, I hope to experience new things with the rules that I define and the possibilities that I open. ■ KWONJAENA

Vol.20111208g | 권재나展 / KWONJAENA / 權재나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