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1_1207_수요일_06:00pm
참여작가 김단비_김예슬_민경수_민병윤_박가인_박상철 박수빈_박주희_박진희_유진_이기훈_이성일 이은선_이진석_이창원_이혜인_최유리
주최 / 대진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환경조각전공
기획 / 제회 대진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환경조각전공 졸업준비위원회
관람시간 / 10:00am~06:30pm
동덕아트갤러리 THE DONGDUK ART GALLERY 서울 종로구 관훈동 151-8번지 동덕빌딩 B1 Tel. +82.2.732.6458 www.gallerydongduk.com
대진대학교 미술학부 환경조각전공의 12회 졸업작품전은 21세기를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관심과 고민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이는 자리입니다. 이 전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주제인 외모에 관한 작업은 여성이 원하는 몸무게와 남성이 선망하는 키로 고정된 체중계와 신장 측정기로 구성된 유진의 「185cm 45kg」, 비만한 스파이더맨이 일어서기도 귀찮은 듯 앉은 채로 거미줄을 쏘아 도넛을 낚아채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민병윤의 「비만영웅」, 연예인들의 이목구비를 크리스털에 프린트한 김단비의 「The Face Shop」, 화장을 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찍은 200여장의 사진으로 구성된 영상설치작업인 박수빈의 「Reason 1」 그리고 자신의 얼굴을 다양한 표정으로 변형시킨 이혜인의 「Look at Me」입니다. 이 작업들은 외모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자본이 된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신체에 대한 관심과 불안과 성찰의 산물이자 한국사회에서 '신체의 정치학'이 작동되고 있는 방식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4년 동안 같은 건물에서 함께 작업을 했던 저희 대학 미술학부 학생들 64명의 모습을 담은 네거티브 필름을 동일한 숫자의 합성수지 자물쇠 속에 넣은 박상철의 「Hold」와 동그란 투명 플라스틱 볼에 자신과 관련된 사소한 오브제들을 담은 최유리의 「아이 (I)」는 얼핏 보면 상당히 다른 작품입니다. 그러나 두 작품은 대학졸업이 취업을 보장하지 않는 시대에 대학생들이 가능하면 오랫동안 유지하고 싶은 시간, 다시 말해 생계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학생으로 지내는 시간에 대한 애착으로 읽혀집니다. 이성일의 「Made in Japan」는 일제 샤프심으로 만든 가는 줄이 불안하게 포개져있는 두 개의 일제 의자와 모래로 그린 조그만 일본지도를 연결하고 있는 작업으로 최근 대형 재난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던 경제대국의 불안한 초상화에 초고속 근대화의 부작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한국사회의 불안을 투영한 작업입니다. 치켜든 꼬리에 쇼핑백을 걸고 있는 악어의 능청스러운 몸짓으로 표현된 민경수의 「나만 아니면 돼」는 악어가죽백이 상징하는 명품열풍과 작품의 제목에 제시된 것처럼 우리사회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는 집단이기주의에 대한 이중적인 풍자로 읽히며, 카세트와 CD 겸용 플레이어를 대리석으로 깍은 박주희의 「아빠의 소장품」은 한때는 가장 생생하게 음악을 향유할 수 있는 첨단기기였지만 시간과 함께 용도가 상실되어가는 테크놀로지에 대한 일종의 기념비로 해석됩니다. 그리고 마이크가 내장된 사람의 귀가 신체의 다양한 부위들을 대신하면서 주변의 소리를 증폭시키는 설치작업인 이창원의 「You are Telling Me」와 완두콩 크기로 만든 100여명의 귀를 시험관에 담은 이진석의 「침우」는 핸드폰과 문자 메시지,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등을 통해서 끊임없이 주고받는 말과 글이 때로는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무기가 될 수 있음을 경험한 디지털 세대의 감수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크기가 서로 다른 수십 개의 플라스틱 바구니를 쌓아올린 이기훈의 「감정」,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다가 다시 발견되었다는 물고기를 투명비닐로 재단하여 만든 박진희의 「Lost」그리고 다양한 색깔의 풍선에 철사를 넣어 만든 잎사귀들이 모여서 나무가 된 김예슬의 「희망, 소망, 다짐」은 조각이 여전히 형태와 질감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는 것임을 보여주는 재료에 충실한 작업들입니다. 박가인의 「어쿠스틱 기타」는 꽃으로 뒤덮인 거대한 기타에서 자연의 소리가 흘러나오는 작업이고, 이은선의 「역할분담놀이」는 가족으로 설정된 세 사람, 즉 남자, 여자, 어린이의 몸을 곤충의 몸처럼 세 마디로 구성한 작업으로 관객이 탑처럼 쌓아올려진 세 사람의 머리와 상/하반신을 원하는 대로 움직여서 재배치할 수 있는 참여적인 작품입니다.
이 17명의 작품은 주제와 형태는 다르지만 미술이 개인의 일상과 그것의 집합체인 사회라는 시스템과 무관하지 않다는 하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 새내기 미술인들이 언제까지 작가라는 자부심을 지속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지나친 확신이 난무하는 시대에 예술이라는 불확실성에 도전했고 4년이라는 긴 시간을 그 불확실성과 대면했던 젊은이들입니다. 바쁘시더라도 참석하셔서 이들의 새로운 출발을 격려해주시기 바랍니다. ■ 박민숙_이동용_이혜원
Vol.20111207f | 12회 대진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환경조각과 졸업 전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