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 경계에 서다

경기문화재단 국제레지던시 성과보고展   2011_1205 ▶ 2012_0124 / 2012년부터 월요일 휴관

김인배_직각의 디스코 Disco of the right angle_합성수지, 스틸_47×15×47cm_2011

초대일시 / 2011_1207_수요일_05:00am

참여작가 김인배_최해리_박성연_이종건_한성필

주최 / 경기문화재단_경기도미술관

관람시간 / 10:00am~07:00pm / 2012년부터 월요일 휴관

경기도미술관 Gyeonggi Museum of Modern Art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667-1번지 Tel. +82.31.481.7000 www.gmoma.org

김인배 KIM INBAE ● (1978년생, 2009년 뉴욕 ISCP 레지던시 체류) 김인배 의 작업은 우리의 삶을 한정짓는 범위들, 즉 시간의 개념, 사회적 규범, 도덕적 가치, 법과 제도와 같은 사회적 체계들에 대한 싶은 고찰과 반성에서 출발한다. 신체의 일부를 재현한 조각상들은 손과 발은 없지만, 그리스의 인체 조각처럼 섬세한 질감과 팽팽한 근육이 잘 드러나 있어 역동적인 운동감이 느껴진다. 작가는 비슷한 동작의 작품들을 연속적으로 배열하여 시간의 개념을 부여할 뿐 아니라 한 작품 속에서 시간의 흐름을 뒤엉키게 표현함으로써 시공간의 교란이 야기된 '요동치는 정각'의 상황을 연출하고자 한다. "미세하고 거대하게 움직이며 고요하고 낭창낭창하게 흘러가는 피부의 위치는 단순한 맺힘이며 순간적으로 대기를 가르는 힘일 뿐이다. 정지는 요동을 의외의 방향으로 심화시키고 순서는 요동들의 접점에서 폭발의 근원으로 작용한다. 사실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인데 움직이지 않게 만들려는 자들의 논리가 이를 초자연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분류', '이해', '논리'는 정지시키기 위한 음모일 뿐이다. 따지고 들면 빠져나갈 구멍은 이미 다 만들어 놓은 상태일 테고, '네가 누구 때문에 그렇게까지 빗대어 생각할 수 있느냐'고 되묻겠지만, 그건 너도 이미 감안하고 던진 승부수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테지. 어차피 보여준다고 들키고 안 보여준다고 숨길 수 있는 문제는 아닐 테니까." ■ 김인배

박성연_Humming for Days(전시전경)_뜨개 오브제, 비디오 설치_가변크기 _International Studio & Curatorial Program(ISCP), New York_2010

박성연 PARK SUNGYEON ● (1975년생, 2010년 뉴욕 ISCP 레지던시 체류) 박성연 은 일상적인 소통을 위해 활용하는 무의식적인 손짓과 같은 신체 언어를 소재로 다양한 영상과 설치 작업을 보여준다. 작가는 레지던시 기간 동안 방문한 지역 사회의 일상적인 대화 소재와 방식을 면밀하게 관찰한 후, 수집한 정보를 오브제와 영상으로 제작하여 관람자를 위한 새로운 연극적 시스템으로 구현한다. 소소한 일상의 편린들을 여성적이고 섬세한 감성적 어법으로 보여주는 작품들은, 우리의 보편적 감정을 두드리고 흔들며 고요하지만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나의 작업은 일상이라는 보편적 소재를 주변에 대한 섬세한 관찰로 담아내고 있다.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에서 '듣는 자'와 '말하는 자' 사이에 나타나는 습관적인 손짓을 대화라는 형식을 통해 작품화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과 유쾌한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이 보여주는 무의식적인 손짓을 화자의 특징과 연결하여 비디오로 그려내고 있다. 작지만 이론적으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매일의 삶과 공간, 그리고 그 일상을 만들어 나가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주 대화거리이다. 비디오, 뜨개오브제 설치, 사운드 설치, 관람객이 결국은 작품의 주인공이 되는 연극적 시스템, 대화의 방식을 통한 치유의 효과 등 여러 매체를 때에 따라 사용하여 쉽게 치부하였던 일상 담론을 중요한 위치로 담아내고자 하였다." ■ 박성연

이종건_어떤 무대 a Stage_포플러 (나무), 오크, 합판, 플라스터_100×20×100cm_2008

이종건 LEE JONGGEON ● (1979년생, 2010년 뉴욕 ISCP 레지던시 체류) 이종건은 특정 문화를 상징하는 역사적 건축물의 일부를 조각이나 설치 작업으로 재현함으로써 기존의 건축물이 가지고 있던 본래의 기능을 해체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에 몰두한다. 따라서 작가의 작업에 있어서 다양한 문화권에서의 경험은 건축물의 역사적 맥락에서 벗어나 작가 고유의 방식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중요한 근간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뉴잉글랜드의 콜로니얼 양식의 주택에서부터 고딕 성당의 장미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념비적 건축물의 일부를 변형하고 재조합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해외에 체류하면서 경험한 문화적 이질감을 통하여 역사적 건축물들이 본래의 장소로부터 이전되었을 때 그것이 갖는 문화적 의미를 상실함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문화적 이동의 경험을 담고자 특정 문화를 상징하는 역사적 건축물을 조각이나 설치작품으로 그 일부분만을 재현하는 작업을 시도하였다. 작업의 과정에서 기둥, 창문, 마루바닥 등 건축적 요소들의 기능과 용도를 상실하도록 제작하였으며, 그 결과로 각각의 작업들은 "시간의 흐름"으로부터 분리된 공간에 대한 기억으로 남게 된다." ■ 이종건

최해리_가변적으로 선택되는 구문 'No. 1' The Phrase by Variable Selection 'No. 1'_가변크기_2011 복제품 Replica : '화장미인도' 니시카와 스케노부, 비단에 채색 복제품 Replica : '예찬상' 작자미상, 염색장지에 채색 복제품 Replica : '청화백자산수문접시' 작자미상, 나무에 아크릴채색 수석에 피그먼트, 도자기, 나뭇가지와 에폭시에 아크릴릭, 오동나무 상자

최해리 CHOI HAERI ● (1978년생, 2009년 뉴욕 ISCP 레지던시 체류) 최해리는 대학에서 10여 년간 동양화를 전공한 배경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동양화와 청화백자의 레플리카를 제작하여, 일종의 아카이빙 컬렉션과 같은 방을 구성한다. 작가는 역사 속의 가상의 예술가를 설정하고, 그 예술가의 임모작과 상상작을 제작하여 3차원의 설치 형태로 재현한다. 전시되는 작품들은 고전적 작품의 현대적 재현으로, 이들이 지닌 제작 연대와 주체의 모호함은 현실과 가상 사이의 교란을 보여준다. "이제부터 보게 될 복제품들은 역사라는 기획에서 희미한 것들이 중심이 되면서 수집했던 데이터들의 재연극입니다. 그리고 자의적 비약으로 해석한 이 재연극을 마친 후, 「1769: 모든 평면 위의 이동은 자기 자신을 확인하는 형태인데 이는 물리적 필연에 의한 것은 아니다.」라는 작품을 통해 비평을 하고 싶었습니다. 이것은 마치 제발처럼 작성되었는데 기존의 순서와 다르게 이 여정들의 초반에 선언문처럼 쓰인 것입니다." ■ 최해리

한성필_이중배열 Tandem Sequence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50×211cm_Courtesy Arario Gallery_2011

한성필 HAN SUNGPIL ● (1972년생, 2010년 L.A. 18th Street Arts Center 체류) 한성필은 건축물을 사진으로 찍은 후, 이를 가림막으로 제작하여 건물 정면에 걸고, 가림막이 걸린 건물의 파사드를 다시 사진으로 촬영하여 작품을 완성한다. 대형 실사로 출사되는 가림막은 실제 이미지이기도 하고 가상으로 재조합된 것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이들 가림막이 건물을 위해 임시방편으로 설치된 구조물일 뿐 아니라 일종의 공공설치미술로 간주된다는 점이다. 실물을 재현한 가상과 다시 가상으로 만들어지는 실물을 통해 작가는 원본과 복제의 경계가 흐려지고 가상과 현실이 혼재되는 오늘날의 모습을 보여준다. "오늘날은 원본과 복제의 경계가 흐려지고 가상과 현실이 혼재되며 시간의 선형성이 무너짐으로써 재현은 동시에 기획이 되는 시대이다. 대형 실사 출력으로 탄생되는 가상의 공공설치예술은 가림막이라는 임시방편 구조물이 미적인 기능을 갖춘 공공의 설치예술로 간주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 주었다. 눈속임 회화 (trompe-l'eoil)를 이용한 가상의 파사드는 이미 있었던 것의 부재를 대리하거나 혹은 그곳에 있지 않은 그리고 앞으로도 존재할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환타지의 세계를 만들어낸다. 이를 다시 사진으로 재현하는 행위는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흐리게 만들어 사진 속의 이미지를 일종의 버추얼 리얼리티로 구현하는 것이다." ■ 한성필

본 전시는 2009년부터 2010년까지 경기문화재단에서 지원한 국제 레지던시 참여 작가들의 작업 결과물을 소개하고자 마련되었다. 경기도 지역에서 선발된 김인배, 박성연, 이종건, 최해리, 한성필 총 다섯 명의 작가들은 뉴욕 ISCP, LA 18번가 등의 국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급변하는 세계 미술의 흐름을 체험하고 한국 현대 미술의 세계화의 가능성을 모색해 왔다. 그 가시적인 성과를 공유하고자 마련된 본 전시를 통해, 경기도 지역 젊은 작가들의 진취적이고 다양한 예술적 면모뿐 아니라 문화와 문화를 매개하는 경계인으로서 국내외 미술계 간의 향후 소통을 주도할 가교로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

Vol.20111205h | 에필로그 : 경계에 서다-경기문화재단 국제레지던시 성과보고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