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념 想 念

남윤미展 / NAMYUNMI / 南潤美 / painting   2011_1202 ▶ 2011_1214

남윤미_격투_혼합재료_70×140cm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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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1105_토요일_6:00pm

스페이스함은 렉서스프라임社가 지원하는 미술전시공간입니다.

관람시간 / 11:00am~06:00pm

스페이스 함 space HaaM 서울 서초구 서초동 1537-2번지 렉서스빌딩 3층 Tel. +82.2.3475.9126 www.lexusprime.com

긍정을 위한 부정, 그리고 두 개의 자아 ● 끊어진 듯 이어진 듯, 어딘가 불완전해 보이는 선들로 이루어진 흑백 풍경 속에, 거울상처럼 대칭을 이룬 두 인물, 혹은 정적인 포즈의 인물들이 있다. 마치 멈춘 시간 속에 머물고 있는 듯 고요하며 정지된 동영상의 한 장면인 듯 찰나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한 화면 속에는 불편하고 불안한 기운이 역력하다. ● 오래된 책 속의 삽화를 연상케 하는 화면은 컴퓨터그래픽에 의한 사진의 변형에서 비롯한다. 사실적인 색채와 형태가 제거되고 불안정한 윤곽선으로 이루어진 배경은 실재감이 제거되어 허물처럼 남아 있다(일부 작품에서는 그래픽 작업과 같은 효과를 내도록 직접 손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거기에 입힌 채색은 보는 이의 눈과 그 풍경 사이에 필터를 끼운 듯 접근을 차폐하며, 그러한 심리적 거리감은 규칙적인 '땡땡이' 문양에 의해 더욱 강화된다. 그리하여 마치 비현실적인 소설, 이를테면 몇 십 년 묵어 누렇게 변한『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페이지를 넘기다가 마주한 삽화를 보는 듯 한 비현실적인 분위기의 화면과 인물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남윤미_행군_혼합재료_70×140cm_2011
남윤미_나무풍경_혼합재료_77×97cm_2011

남윤미는, 사회적 존재로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개인이 타인과의 관계, 기대역할, 혹은 규범과 같은 외부로부터, 즉 사회로부터의 요청이나 강요와 부딪쳐 빚어내는 갈등하는 자아, 그리고 그 불편함 속에서 추구하는 자신의 주체 찾기를 주제로 작업하고 있다. 그 스스로가 그러한 사회적 요구에 잘 부응하지 못하는, 즉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한 개인임을 일상에서 늘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 그 또한 통상적인 사회규범과 마찰 없이 적절한 처세를 통해 주변에서 바라는 역할을 수행하고 아울러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정과 적당한 성공을 원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주체적인 욕망이 아니라 타자에 의해 강요된 욕망이라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즉, 그에게는 사회와의 부조화가 문제가 아니라, 사회와의 조화가 주체적으로 욕망하는 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피동적으로 그것에 이끌려가야 한다는 그 부조리가 문제인 것이다.

남윤미_어색한 표정1_혼합재료_80.3×53cm_2011
남윤미_어색한 표정2_혼합재료_80.3×53cm_2011

그리하여 그러한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자신이 주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현실도 아니며,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숨 쉬는 삶과 무관한 비현실도 아닌 그 둘 사이의 어떤 곳으로 존재한다. 그리고 그 공간 속에 존재하는 인물들은 그들을 억압하고 강요하는 현실에 의해 비틀어진 신체를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 "나는 현실에 억눌려있다. 그것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사회가 요하는 이상적 삶을 받아들여야하는 억압된 자아로 비춰진다. 그림 속에서는 억압된 내면을 표출하기위해 신체를 뒤틀고 있다 … 인체는 마디마디가 뒤틀린 채 끊임없이 혼돈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나는 사회로부터 고립되어 살아갈 수 없으며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타자와의 구조관계 속에 살아간다. 두 자아의 이미지는 온전한 자아 상태와 타인의 관계 속 또 다른 나인 것이다 … 난 타자를 통해 동일시하기도 하고 독립적이기도 하다. 그들은 또 다른 나를 만든다."

남윤미_들여다보기/들어가보기/물어보기/만져보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각 41×53cm

이렇게 화면 인물들은 사회와 현실로부터 자유롭고자 하는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자아와, 어쩔 수 없이 타자 혹은 사회와의 관계를 의식하고 끊임없이 '타협'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이지만 온전하지 못한 자아를 상징하고 있다. 그리고 제각기 그 자유롭지 못함에 의해, 그리고 어쩔 수 없는 타협으로 인해, 그들의 신체는 뒤틀린 모습으로 그러한 압박에 소극적인 저항 혹은 발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인용문의 말미에서 보듯이 그는 스스로를 그저 현실의 억압으로 주체성을 상실한 존재로만 인식하지만도 않으며, 또한 사회, 혹은 타자와의 관계를 부정적으로만 인식하지도 않는다. 내가 불완전한 것처럼 타자 또한 불완전한 것이기에, 타자와의 교류를 통해 스스로 주체를 새롭게 형성해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함을 믿는 것이다. 불안하고 불편한 현실 속의 삶이 극명하게 반영된 그의 작업 자체가 그것을 극복하고 지양하고자 하는 고된 치유의 과정이며, 또한 사회 혹은 타자와의 관계를 새로이 만들어가는 단련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 박정구

Vol.20111204e | 남윤미展 / NAMYUNMI / 南潤美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