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1_1130_수요일_05:00pm
참여작가 강석현_김소연_문이삭_이남희_조소희_주라영
기획 / 주성학
관람시간 / 11:00am~06:00pm
아트라운지 디방 ART+LOUNGE DIBANG 서울 종로구 평창동 40길 4 Tel. +82.2.379.3085~6 www.dibang.org
우리의 삶은 수많은 사건과 유기적인 관계 속에 있다. 그 가운데 몇몇은 우리의 심리조직에 혼란을 야기하기도 하는데 시간이 흐른 뒤에도 사라지지 않고 기억 속에 잔존해 있다가 어느 순간 불현듯이 출현해 우리의 일상을 낯설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충격과 자극 상태에서 우리의 내부세계는 긴장과 불안을 완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정신분석학자 멜라니 클라인(Melanie Klein)에 의하면 충격과 긴장 상태에서 주체가 느끼는 불안은 내부 세계를 분열시킨다. 이는 곧 파괴된 내부세계를 회복시키려는 창조적 충동을 발생시키는데, 클라인은 예술활동의 창조적 행위 또한 동일한 선상에서 이해했다. 특히 시각예술은 이점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전시 『창조적 충동』에서 소개하는 여섯 명의 작가, 강석현, 김소연, 문이삭, 이남희, 주라영, 조소희는 일상에서 부딪히는 여러 갈등과 불안을 그들만의 방법으로 표상함으로써 분열된 내부세계를 회복해 나가는 노력을 보여준다.
강석현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상징하는 인형을 반복적으로 그리거나 만든다. 실로 꿰맨 자국으로 가득한 그의 인형은 사춘기시절 이후 고착된 고독과 소외에 관한 긴장이 표출된 형태이며 동시에 그 때의 상처와 아픔을 싸매는 치유를 암시해 준다. 나아가서는 상실과 좌절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회복시키고자 하는 작가의 바람이기도 하다. 김소연의 화면은 꿈이나 무의식의 장면처럼 초현실적이다. 인체의 기관이나 동물의 일부 이미지를 콜라주하여 낯설고 기이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그의 작품은 불명확한 내면의 세계를 그려내며 불안과 공포를 불러온다. 이미지 파편들은 하나의 형태, 이를테면 심장과 성모 마리아의 형상으로 결합되어 나타나는데 이는 긴장과 불안을 완화시키며 분열된 내적 세계를 복구시키는 과정을 보여준다.
문이삭의 A Blue-Sky Landscape 는 도심 속 하늘 풍경을 표상한다. 그는 버려진 간판을 수집하여 일일이 잘라낸 다음, 서로 다른 조각끼리 연결하여 새로운 형태의 오브제를 만든다. 그에게 있어 간판 작업은 무분별한 경쟁을 조장하고 소비를 부추기는 이 사회에 대한 불안과 저항을 의미하며 그 속에서 놓쳐 버리고 잃어버린 것에 대한 가치와 중요성을 환기시킨다. 주라영의 Beyond Here & Now 에서 볼 수 있는 단순화된 형태의 인간은 두 팔을 벌린 채 어디론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목적 없이 무리 속에서 그저 무의미한 달음질만 치고 있는 군상은 조직과 규율 속에서 획일화되고 자아를 상실한 현대인의 모습을 대변한다. 군상은 전시 기간 동안 관람객이 한 점 한 점씩 가져감으로써 점점 해체되는데 여기에는 자신을 비롯한 현대인의 잃어버린 자아를 되찾고자 하는 작가의 염원이 담겨있다.
조소희의 관심대상은 실이나 휴지와 같은 가벼운 일상의 사물들이다. 두루마리 휴지 위에 타이프치기 와 크리넥스-문장부호 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휴지 위에 텍스트나 문장부호를 타이핑하는 것과 같은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시간의 무게를 싣는다. 이는 무미건조하고 답답한 일상 혹은 삶을 성찰하며 거기에 새로운 의미를 덧입히고자 하는 작가의 상징적 행위라 할 수 있다. 이남희는 무제 에서처럼 쓸모 없는 사물을 감싸고 덮는 작업을 한다. 짜다 남은 실과 망쳐버린 손뜨개를 연결하여 만든 U.F.O(UnFinished Object) 또한 이와 동일한 선상에 있는 설치 작품이다. 이처럼 사소하고 버려진 사물에 대한 그의 관심은 자신을 포함하여 정치적으로 약자인 여성과 소외 받는 자들의 상처를 감싸고 포용하는 작가만의 의식인 셈이다. ● 『창조적 충동』전에 참여하는 작가들이 선보이는 작품은 불안과 갈등으로 인해 파괴된 내부 세계를 회복하려는 창조적 충동의 시각적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기억이나 추억을 형상화 시키거나, 상징적 대상을 해체한 뒤 재조합 하여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형태로 드러난다. 또는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차이와 의미를 부여하거나, 버려지고 사소한 것들에 대한 관심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모든 예술 작품이 파괴된 내적 세계를 복구하려는 창조적 충동으로부터 기인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창조적 충동』전의 작가들은 자신의 경험을 상징적으로 표상함으로써 파괴된 내부 세계를 복구시키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이처럼 작품으로 상징화된 창조적 충동은 작가 개인의 차원을 넘어 불안과 긴장으로 분열된 우리의 내적 세계를 회복하기 위한 에너지가 될 것이다. ■ 주성학
Vol.20111203c | 창조적 충동 Creative Impuls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