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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써머리-익산 익옥수리조합 레지던스 2011 입주작가 릴레이 개인展
주최 / (사)한국예총 익산지회 주관 / 익산 익옥수리조합 레지던스 2011 후원 / 전라북도 운영지원_(재)익산문화재단
관람시간 / 11:00am~06:00pm / 공휴일 휴관
어메이징 컬쳐 하우스 Amazing Culture House 전북 익산시 평화동 56번지 Tel. +82.(0)63.851.5558 cafe.naver.com/iksanart
익산에서 레지던스 사업을 준비하고 시작한 것이 어제일 같은데 벌써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시원섭섭하다는 표현보다 시원답답하다는 심정이 조금 더 가까울지 모릅니다. 너무도 고된 몸과 마음을 생각하면 사업의 막바지가 반갑지만, 못다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은 무거운 답답함을 더 하기도 하니까요. 써머리展은 익산 익옥수리조합 레지던스 2011 입주작가 릴레이 개인전입니다. 자신만의 고집스런 작업을, 게으름 피우지 못하고 자신의 작품에 전념해온 작가들의 열정에 감사를 표하는 뜻에서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갖은 역경의 환경과 배고픔 속에서 자신을 쪼개고, 밤을 쪼개고, 머리를 쪼개고, 마음을 쪼개어 토해낸 이번 작품들은 각 작가들에겐 너무도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하여 이들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작가들에게 설레면서도 두려운 자리가 될 듯합니다. 부디 찾아주시어 애정 어린 관심을 보여주시면 작가들과 저희 레지던스 운영진에게 큰 격려가 되고 힘이 될 듯합니다. 다소 수고로운 발걸음이시겠지만 그만큼 갚진 한 걸음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 김은미
'치유의 나무' 그리기를 통한 비움과 채움의 자맥질 ● 삐쩍마른 체구에 머리까지 삭발을 하고 어색한 분위기를 감추려는 듯 독특한 웃음을 크게 웃곤하는 사람...손민광 작가다. 작가는 현재 전북 익산 예총에서 운영하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인 '어메이징 컬쳐 하우스'에서 생활하며 작업하고 있다. 그는 2009년에 「불꽃놀이」 연작을, 2010년도에는 「상상예찬」 시리즈를 발표했었다. 이 작업들은 도시 야경이라는 공통적인 시간대이면서도 하나는 시각적 층위에서 또 하나는 작가의 이데아적 상상이 가미된 감각적인 결과물들이었다. 복잡한 도시계획으로 인해 분주해 보이는 대낮과는 달리 진공 상태와도 같은 어둠에서 보여 지는 건물들의 불규칙한 불빛을 홀로그램 스티커로 정교하게 부착해 만들어 낸 이중적 알레고리의 접점들은 고래, 별, 거북, 토끼, 페가수스들로 코드화 되어 있다. 이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갑자기 정전이라도 되어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찰나적인 도시문명에 대한 허망한 일상적 분위기로 물들어 있다.
사실 이번 작품은 이제까지 작업해 왔던 우울하고 고독해 보이는 현대 도시의 야경 시리즈물도 아니고 업그레이드 된 유사품도 아니다. 화면에는 알록달록한 유화 물감만 뒤범벅되어 섞여 있고, 터치 역시 굵은 유화 붓이 부러져나가기까지 자신의 온 힘을 다해 그어댄 폭발적 행위들로 가득하다. 이 작업은 미술치료를 하고 있는 지인이 방문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나는 작가의 그림을 ''치유의 나무' 그리기를 통한 비움과 채움의 자맥질'이라 명명하고 싶다. 나무는 미술치료에서 HTP(집-나무-사람) 그림 검사 중 하나로서 특정의 인물을 상징하며, 그 사람이 갖고 있는 감정 욕구를 잘 드러낼 수 있는 소재라 일컬어진다. 이러한 거칠고 단순한 터치의 반복성은 야경 작업에 매진하면서 느꼈던 답답함과 작가 자신의 내면에 웅크리고 있었던 응어리가 터져 나왔음을 보여준다. 나무는 씨앗에서부터 시작하여 꽃을 맺은 후 열매를 맺고 또 다시 씨앗이 되어 생명을 잉태하는 순환과정이 특징이다. 아마도 작가는 자신을 비워낸 후 새로운 채움을 위해 나무의 생장 속성을 자신과 연결시키고 있다고 보여 지는 데, 어찌 보면 타인의 시선 충족을 위한 가식적 채움의 상태를 지속하기가 어려웠든지 비워야만 담을 수 있는 성찰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나 싶다. 그래서 작가의 '치유의 나무' 그리기는 자아개념과 자기 욕구를 향한 내·외적 변용이며, 타인과의 성숙한 상호작용을 위한 자맥질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작가의 깊은 내면적 성찰은 그림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일단 색채의 변화다. 「불꽃놀이」나 「상상예찬」 시리즈에서는 칠흑 같이 어두운 색조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치유의 나무그리기로 변환하면서부터는 밝은 색채들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묘하게도 「불꽃놀이」나 「상상예찬」의 어둠속 불빛들에서 사용했던 빨강과 녹색, 파랑과 주황, 노랑과 보라색 등의 보색관계는 여전히 치유의 나무 그리기에서도 존치되고 있는 중이다. 보색의 시각법칙은 대립관계를 통합하고 편협성과 분열성을 극복하려는 일환인데, 작가는 보색을 사용하여 자신의 에너지 불균형을 탐색하고 이를 통해 새롭게 거듭나 보려는 의지를 담아내는데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또 하나의 조형적 특징으로는 나무 구조가 특이하다는 점이다. 작가의 나무는 상당히 독특하게 그려져 있는데, 여러 색의 풀이 자란 땅위에 뿌리가 드러난 채 굵은 몸통과 무성히 자라있는 둥근 잎들로 구성 된 형태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나무의 속성상 위로 자라나야하고 구불구불한 유기적 선에 의해 유동적인 생명력의 돋보임과 새나 사람의 등장도 있을 법 하지만, 작가의 나무에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성장 변화를 따르거나 그에 따른 조형성이 없다. 그러니까 작가는 생물학적 나무가 아닌 자아적 혼란과 모순에 대한 내면의 나무를 형상화 시킨 것으로 판단된다. 어찌 보면 나무라기보다는 반구형의 구조를 가진 계란 버섯이나 양파광대버섯 종류 같기도 하고, 해파리가 땅 위에 굳어 있는 듯도 하며, 시멘트로 만든 단순한 나무 이미테이션 같기도 하다. 이러한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나무의 굵은 몸통은 작가의 자아강대적 성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으며, 뿌리는 작가의 과거 기억과 함께 본능적 성질의 상태를, 줄기는 작가의 현재를 보여주면서도 정서적 생활을, 수관은 작가의 미래를 나타내면서도 지적상태를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작가의 나무는 상향적 성장보다는 땅의 에너지를 강하게 빨아들여 자신만의 무성한 유토피아 숲을 만들고 싶어 하는 욕구로 비쳐진다. 왜냐하면 나무는 더 높은 곳으로 또는 더 밝은 곳으로 뻗어 가려 하면 할수록 그 뿌리는 더 굵어지면서 땅 깊숙이 향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나무를 둘러싼 전후 배경의 터치에 있다. 어떤 나무들은 햇볕을 잘 받고 있으면서도 평온한 분위기가 감도는 반면 폭풍우로 인해 비바람을 세차게 맞고 있는 나무도 있고, 창살과도 같이 매몰차고 과격한 선들을 수직적으로 빠르게 그어 놓아 구속된 나무로 보이기도 한다. 이는 과거에 자신에게 발생 했었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시련들에 대한 울분의 극적 플롯으로 보여 지는데, 강력한 자아가 이드에 대한 본능을 억제시키면서 그 속에서 작가 스스로가 초자아를 발현시키려는 표현주의적 움틈이 있다고 느껴진다.
작가의 자아는 외부세계를 끌어 들임으로 내부의 또 다른 영적 지평을 갖게 된다. 어찌 보면 작가들은 작품과 호흡하면서 그 연결고리들을 착실하게 이어가는 듯 보이지만, 때론 자신의 이미지를 끊임없이 변화시켜 다양한 페르조나를 갖고 싶어 하는 무의식 세계에서 부유하기도 한다. 이같이 볼 때 손민광 작가의 자맥질은 이제까지의 가식적 자아를 비워내고 긍정의 에너지로 자신을 채움으로서 또 다른 조형세계를 열어 제치려는 지점에 있는 것이다. ■ 조상영
Vol.20111202b | 손민광展 / SONMINKWANG / 孫旼廣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