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김경옥展 / KIMKYONGOK / 金炅玉 / sculpture   2011_1130 ▶ 2011_1227

김경옥_꿀 같은 낮잠_브론즈_53×53×25cm_2011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김경옥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1_1130_수요일_05:00pm

리셉션과 작가 에세이집 『소통』출판기념회가 있습니다.

관람시간 / 월~토_10:00am~06:30pm / 일,공휴일_10:30am~06:00pm

인사갤러리 INSA GALLERY 서울 종로구 관훈동 29-23번지 Tel. +82.2.735.2655~6 www.insagallery.net

한 해를 정리하는 12월을 맞이하면서 조각가 김경옥 선생님의 열 일곱 번째 개인전을 준비하였습니다. 선생님은 2000년 '에덴 - 네 개의 방'의 전시를 시작으로 2004년 '꿈꾸는 대지', 2009년 'Turning back to the olds'의 전시를 통해 넘치는 창작에 대한 열정을 작가 특유의 풍부한 상상력과 섬세함으로 표현해 왔습니다. 이번 전시는 인사갤러리에서의 네 번째 전시로 작가의 지난 추억, 책과 영화 속에서 얻어진 감동의 여운을 시각화한 대형 부조를 포함한 20여점의 브론즈 근작展 『소통』입니다. ● 마침 올해 작가는 조각에 대한 고민과 집념을 진솔하게 담아낸 작업노트 에세이집 『소통』을 출간하였습니다. 『소통』은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

김경옥_난로_브론즈_24×32×32cm_2011

나는 야곱의 집에 있는 난로 앞에 앉은 기분을 느꼇다. 난로가 내놓는 따뜻한 분위기에 녹아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옛날 맛이 푹푹 나는 무쇠 난로를 구했다. 난로 뚜껑에는 예쁜 찻잔과 옛날 맛이 나는 구리 주전자, 뚝배기 맛이 나는 사기 항아리에 이름 모를 들꽃들을 듬뿍 꽂아놓고, 연통을 달기 어려운 형편이라 할 수 없이 커다란 초를 난로 속에 넣었다. 불을 밝힌 초를 놓고 '불빛이네, 따뜻하네' 하면서 좋아했다. 난로 위에 올려놓은 주전자에서 김이 폭폭 올라오는 모습은 아늑하고 평화롭다. 이런 곳에서 책을 읽으며 다양한 상상을 해보는 것이 즐겁지 않겠는가. 야곱에게 꽁꽁 뭉쳐진 나의 속말을, 돌덩이같이 굳어버린 나의 내면을 그 난롯가에서 모두 털어놓고 싶었다. 모두 태워버리고 싶었다.

김경옥_이삭줍기_브론즈_23×37×37cm_2011
김경옥_잠_브론즈_18×29×15cm_2011

뉴스를 보다 졸았다. '얼씨구나' 들어가 누웠더니 다시 정신이 맑아오는 것 같다.'그러면 그렇지'하고는 수필집을 집어 들었다. 주인석의 「수염」을 재미있게 읽고 눈이 아파 눈을 감으니 잠이 올 것 같다. 얼른 스탠드를 끄고 눈을 감았다. 그러고는 좀 잤을까? 무엇에 놀란 듯 눈이 떠졌다. 12시 45분이다. 일어나기도 싫고 눈도 아프고 내일 아침부터 할 일도 많아 '수면제 반 알만 먹고 자자' 하고는 반 알을 정성껏 잘랐다. 그리고 물을 많이 마셨다. 누웠다. 무슨 생각을 할까? 30분 후면 잠이 온다고 했는데, 이 조그만 알약이 식도를 통해 위장주머니로 내려가서 어디에 닿으면 잠이 오는 신경줄과 만나게 될까. 저녁에 먹은 것과 지금 먹은 약, 그리고 마신 물은 어떻게 되는 걸까. 지금 내가 애타게 기다리는 잠은 어느 곳에 박혀 있고, 이 약은 다 녹았을 텐데 어디로 간걸까. 어느 틈에 잠이 들었나 보다. 다 잤나? 잠이 깼다. 어? 2시 40분이다. 아마 오늘도 길이 엇갈리거나 잘못 찾은 것 같다. 지금은 다 자라버린 아이들이 어렸을 때 불러주었던 자장가 생각이 난다. 나는 나를 위해 가슴을 두드리며 자장가를 불렀다. 허전함과 그리움이 훅- 밀려오며 눈물이 흐른다. 여인은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여행길에 들어섰습니다. 다른 이들의 짐을 나누어 자기 위해 여행길에 들어섰습니다. 그녀의 가방속에는 삶의 지혜와 풍요로움 그리고 사랑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길을 갈 힘을 얻기 위해 꿈을 꿉니다. 아파하고 방황하는 우리에게 쉼을 주는 꿈을 꿉니다.

김경옥_내 힘껏 맘껏 주고싶다. 행복하여라._브론즈_40×32×25cm_2011
김경옥_어느 시인의 눈송이_브론즈_32×43×25cm_2011

고속터미널 북새통을 뚫고 내 놀이터인 책방으로 가서 좀 촌스러운 듯 보이는 분홍색 진달래꽃 표지의 책을 웃으며 집어 들었다. '색채는 빛의 고통이다' 라고 쓰인 첫머리가 내 눈과 가슴에 꽂혀 급하게 사서 두 손으로 꼬-옥 감싸 쥐고 집으로 달려왔다. 쓴다는 것은 힘들겠지만 읽는다는 것이 이렇게 흥흥거리며 즐거울 줄이야! 가정사로 앞뒤가 꽉꽉 막힌 상태에서 어린 것을 노모에게 맡기고 도시락을 싸가지고 도서관에 간 정호승 시인을 만나러 간 정채봉 작가는 고백한다. 솔밭에서 폭우에 맞선 비닐우산과 같은 고통을 때때로 나에게 들켜준 것에 나는 그에게 고마워한다. -정호승,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마침 라디오에서 길게 이어지는 결혼행진곡을 들으며 그 시인의 글을 읽을 때 줄줄이 흐르던 눈물이 헉헉거림으로 바뀌었다. 잠잠히 내면의 고통을 토해내는 사람이니 그 고통을 고마운 마음으로 들어주는 깊은 우정에 고맙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었다. ● 모든 하루 일과가 끝난 자정이면 시작되는 「음악풍경」이라는 라디오 프로에서 영화음악, 또는 소설이나 시에 어울리는 음악을 소개해주는 진행자의 목소리가 얼굴을 본 적도, 목소리를 들은 적도 없는 시인의 목소리로 들려 마음의 안정을 취하던 시간이 얼마였던가. 마치 바닷속 진주조개의 아픔과 산호초의 아름다움....그것을 넘나드는 '쉼' 이었다. 조급하던 내 마음이 느슨해지는 것을 느낀다. 시간에 떠밀려 서두르던 산책도 좀 천천히 하자 다짐하며 멀리 있는 하늘도 올려보고, 구름의 모양도 살펴보면서 다시금 상상을 한다. 나무에 앉은 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들에 핀 꽃들은 밤에 무엇을 할까-단잠을 잘까, 가로등에 눈이 부시진 않을까- 밤하늘에 뜨는 달은 하루하루 변해가는 제 모습에 어떤 기분이 들까- 보름달, 초승달, 그믐달- 어떤 의상을 좋아할까. '내리는 함박눈이 아름답고 고맙고 슬프도록 기쁘다고만 생각했었지, 그 눈송이 하나하나가 쇠망치처럼 아프다'고 느끼는 시인의 아픔이 나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그리고 이 나이 될 때까지 함박눈이 포근하다고 느끼게 해준 내 눈송이에 감사했다. ■ 김경옥

Vol.20111130i | 김경옥展 / KIMKYONGOK / 金炅玉 / sculpture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