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1_1130_수요일_05:30pm
참여작가 강창호_김형준_문경록_목지원_박경묵 박형환_신재호_정헌칠_제미영_윤경해
후원 / 금호재 갤러리_동림당(표구)_선보특수목재사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주말_11:00am~06:30pm
갤러리 엠 GALLERY M 서울 종로구 낙원동 283-38번지 Tel. +82.2.737.0073 www.gallerym.kr
1. 法古創新의 의미 ● 우리는 동양화(한국화)의 일관된 용어조차 정립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먹의 발묵을 중시하는 수묵화나 불교회화, 민화와 같이 진한 채색을 올리는 채색화는 한국전통 회화의 대표적인 예이다. 사실, 이러한 채색화에도 진채, 담채 나누며 다양한 기법들이 존재해 왔다. 현대의 작가들은 이러한 전통회화에 새로운 현대의 기물들을 넣거나 형상을 해체하거나, 재료의 실험적인 모색을 통해 현대와의 조우를 시도하고 있다. ● 동양화를 전공하고 그 기법을 활용하여 팝이나 일러스트와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작가나, 조소를 공부하고 동양화의 이미지를 적극 차용하여 3차원의 미디어아트를 구사하는 작가에 이르기까지, 전통을 이해하고 현대미술의 영역으로 편입시키는 시도는 실로 다양하다. 오히려 이들은 현대와 전통의 만남을 장르로 구별하고 이름 짓는 것보다, 자신이 구현하고자 하는 세계를 위한 하나의 방법적 모색으로서 전통을 활용하거나 그 의미를 찾는 듯 하다. 현대미술이 갖는 탈영토화, 탈장르화, 탈의미화로서 동양화 또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는 미술이 시대를 담는 그릇으로서 동시대성을 확보하고 폭넓은 소통과 인식의 지층을 형성해야 한다는 테제 아래에 동양화의 가능성과 그 기능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이 우리의 전통이고 이것을 어떤 모습으로 이어나가고 또한 새롭게 탄생시켜야 하는가에 관한 해답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러한 모색들 앞에서 우리는 전통과 현대의 만남에 관하여 法古創新을 이야기 해 왔다. 법고창신은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創造)한다는 뜻으로, 옛것에 토대(土臺)를 두되 그것을 변화(變化)시킬 줄 알고 새 것을 만들어 가되 근본(根本)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그것의 사전적인 의미이다. 이를 두고 입고출신(入古出新)이라고도 하는데, 그렇다면 전통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 근본을 잃지 않는 것이 창조의 시작, 새로움의 시작이 라는 것이 된다. 입고출신으로서 수묵 산수화는 붓의 쓰임과 먹의 효과를 충분히 이해하고 형상의 본질을 관통하는 것, 산수를 바라보는 시각의 시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자연의 본성들이 그리는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뉘앙스를 깨닫는 것이 새로움의 시작일 것이다. 불화는 인물을 그려나가는 선의 종류와 인물의 동세, 그 위에 올리는 색의 깊이와 풍부한 표정을 이해하는 것이 근본일 것이다. 민화는 사물이 구성되는 구조와 법칙을 이해하고, 형태를 단순화시키고 간략한 의미전달의 방법적 기법을 깨닫는 것일 것이다. ● 이를 두고 가스통바슐라르(Gaston Bachelard)가 상상력을 기르는 방법에 관하여 이전에 있어왔던 모든 지식들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감싸기"의 단계와 그 지식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꾸어 생각해 보는 "전복"의 단계를 말했다. 바슐라르의 감싸기와 전복은 사실, 燕巖 朴趾源이 말하는 법고창신의 또 다른 설명에 불과한 것이다. 이는 전통의 현대적 모색뿐만 아니라 화가의 상상력을 기르고 창의적인 작품을 이룩하는데 논의되어 온 이론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그 이전의 지식들이 전하는 내용, 형상과 기법의 본질들을 깊숙이 이해하고 체화시키는데 있다 하겠다. 그렇다면 본 전시에서 보여주는 10인의 작품세계는 몇 가지 고무할 만한 성과를 발견하게 된다.
2. 10人의 신선한 시각 ● 강창호, 제미영, 박경묵, 정헌칠, 박형환, 윤경해, 신재호, 김형준, 목지원, 문경록 이들은 모두 동양화를 근간으로 학습하고, 그 본질을 따르거나 동양화의 뿌리 자체를 해체하면서 현대라는 틀 안에서 소통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강창호는 불화가 갖는 다양한 묘법의 세계를 익숙하게 다루며 전통의 틀을 깨지 않고 자신만의 선묘와 색의 표정을 담은 회화의 세계를 보여 주고 있다. 제미영은 한지의 物性을 바탕으로 그 위에 비단을 조각조각 오려 붙이는, 선으로 이어진 풍경을 연출함으로서 현대 도시의 조각난 단상과 색으로 치장한 조합된 도시의 모습을 선보인다. 박경묵은 강건하고 거친 먹의 운용을 통해 자연의 정직하고 무던한 세계를 보여주고 있으며, 그 자연 속에 자신의 이상적 자아를 대입하고 하나의 삶의 모델로서 성찰하고 있다. 정헌칠은 삽사리라는 우리의 토속적 주제를 통해 사물의 사실적인 묘사로서 정신성을 드러낸다는 전신(傳神)의 미학을 실천하고 있다. 박형환은 모시 콜라주를 이용해 절제되고 균형감 있는 기하학적인 세계를 선사한다. 사실 그의 작품세계는 여러 겹의 색을 중첩해 얻어내는 동양채색화의 과정과 닮아 있으며, 작가는 이 겹쳐진 모시의 겹을 올리고 중첩하는 과정을 통해 미적관조와 같은 정신의 경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윤경해는 군자의 본성을 닮은 국화에 자신의 자아를 이입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듯하다. 풍성하고 우아한 국화에는 작가가 느끼는 세계의 모습과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이 담겨져 있다. 신재호는 눈이 크고 털이 있는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고 그의 행위를 통해 상처입고 파편화된 도시 인간의 단상과 슬픔을 폭로한다. 김형준은 먹의 간결한 구성을 통해 인간소통의 문제에 관하여 설명하고 있으며, 목지원은 자개로 장식한 보물 상자나 화장대를 가시화하고 장신구와 한글을 통해 소소한 추억과 행복, 기억들을 환기시키고 있다. 문경록은 지난 추억 속에서 건져 올린 행복의 순간이나 인간 삶이 함축된 풍경들을 그려내고 있다. ● 이렇듯 10인의 작가들은 그들의 시선에 포착된 주제와 재료가 만남으로써, 전통을 가시화 하고 변형하고 때로는 새로운 모습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들의 모색은 자연에서부터 역사와 삶의 언저리에서 일어나는 기억과 추억들에 이르기 까지, 자신이 바라보는 세계의 단상들을 조형화하고 있다. 이러한 10인의 작품세계는 전통과 현대를 바라보는 작금의 시점에서 한국미술이 가지고 있는 방법적 모색의 양상이며 고민의 흔적이기도 한 것이다. 금번 전시에서 펼치는 조형들은 여타의 미술이 가지고 있는 실험성을 뛰어 넘어, 전통이라는 자기 정체성을 계승하고 극복하고, 변화시키는 과정 속에서 탄생하였다는 점에 긍정적이며 향기롭게 다가온다 하겠다. (2011.11) ■ 長江 박옥생
Vol.20111130e | 入古出新의 모색-10인의 시각에 관하여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