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시간의 끌어안기

김정은展 / KIMJUNGEUN / 金廷恩 / painting   2011_1130 ▶ 2011_1212

김정은_소녀_캔버스에 유채_45.5×37.9cm_2011

초대일시 / 2011_1130_수요일_06:00pm

기획 / 모인화랑

관람시간 / 10:00am~06:00pm

모인화랑 Moin Gallery 서울 종로구 관훈동 30-9번지 2층 Tel. +82.2.739.9292 www.moingallery.co.kr

김정은은 주로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그림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자신들의 감정을 감출 줄 모른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있다. 미소짓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뭔가 걱정이 있는 듯 파리한 안색의 아이가 있고, 삐친 듯 책상에 엎드려 있는 아이, 입이 퉁퉁 부어 있는 아이도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정신없이 솜사탕에 정신이 팔려 있는 아이도 눈길을 끈다. 작가가 사랑하는 조카들의 일상모습을 화면에 담아낸 것들이다. 밤하늘의 별들이 눈빛을 깜빡깜빡 주고받듯이 그림속의 아이들은 서로의 다정한 눈빛을 교환하고 있다. 즐거운 표정이다. 작가는 "모든 것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는 것, 지나가면 또다시 그리워지리라"는 푸쉬킨의 명언처럼 지나가는 것이 아쉬워 순간을 붙잡아두려고 했는지 모른다.

김정은_소년13_캔버스에 유채_33×23cm_2011
김정은_창문_캔버스에 유채_65×91cm_2010
김정은_의자1_캔버스에 유채_121×70cm_2010
김정은_소년10_캔버스에 유채_23×16cm_2010

그의 이번 전시는 인물화가 주종을 이루는 가운데 몇 점의 풍경화를 볼 수 있다. 풍경화는 인물화에 비해 명암대비가 두드러진 특색을 지니고 있다. 그의 풍경화는 어두운 실내에서 녹음이 진 숲을 바라다보는 시점을 취하고 있다. 다른 부분은 여느 풍경화와 다를 바 없지만 흥미롭게 이 작품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쇠창으로 앞을 가려 관객에게 심리적 불편함을 끼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림속의 이미지는 두꺼운 창틀과 외관구조로 미루어 오래전에 지어진 건물임을 추정할 수 있으며 마치 과거속에 갇힌 자아가 그로부터 탈출하고 싶은 간절함을 간접적으로 표출하고 있는 것같다. 김정은의 작품전은 이번이 첫 전시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으리만치 틀이 잡혀 있다. 마치 그림을 오래 그려온 사람의 작품을 보듯이 낯이 익다. 그도 그렇지만 오래된, 청태가 낀 것같은 기억의 우물을 우두커니 들여다보는 듯하다. 누구나 겪었을, 철모르던 시절의 이야기가 잘 마름질된 광목처럼 걸려 우리 앞으로 냅다 돌진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앞으로도 시대의 물결에 휩싸이기보다 자신만의 시각을 가지고 더디지만 우직하게 걸어가길 기대해본다. ■ 서성록

Vol.20111130d | 김정은展 / KIMJUNGEUN / 金廷恩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