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주최 / 인천아트플랫폼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인천아트플랫폼 프로젝트 룸 INCHEON ART PLATFORM 인천시 중구 제물량로 218번길 3 Tel. +82.32.760.1006 www.inartplatform.kr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현실/실체를 보기 위해 나는 서해의 여러 섬을 돌며 기존에 해왔던 방법론을 넘어 보다 다층적인 접근을 시도하려 했다. 그리고 이 서해 프로젝트에 「니나나나」라는 연평도 타령의 민요 한 자락을 빌려와 그 결과를 함축적이며 상징적으로 보여주려 한다. ●「니나나나」타령은 난봉가의 한 종류이며 여기서 난봉은 '허랑방탕한 것을 일삼는 사람'이란 뜻 외에도 '난봉(難逢)', 즉, '만나기 힘들다' 라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또한 연평도에는「병신 난봉가」가 구전되는데, 이는 병신의 사랑가로 흥겹게 춤을 추고 노래하는 민요일반의 형식에 이별하기 싫지만 이별해야만 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한 병신의 복잡하고 애끓는 심경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어쩜 이 병신의 사랑가, 병신의 이별가에 담긴 감정의 스펙트럼이 현재 우리 남북한의 역사적 상황과 그 속에서 함께 쌓여온 민족구성원들의 감정과 일맥상통하게 전개된다고 보여진다.
병신 난봉가 ● 에헤에 애헤 어허야 어야야 듸야 내 사랑아 // 병신의 종자가 따로 있나 / 한 다리 한 팔 못 쓰면 병신이지 / 에헤에 애헤 어허야 어야야 듸야 내 사랑아 // 능라도 수양버들 내가 휘여 잡고서 / 가지를 말라고 생야단이라 / 에헤에 애헤 어허야 어야야 듸야 내 사랑아 // 님이 저리 다정타고 속의 속정을 주지 마라 / 일후에 남 되면 후회막급이라 / 에헤에 애헤 어허야 어야야 듸야 내 사랑아 // 가는 임의 허리를 더두 덤썩 안구서 / 가지를 말라고 생야단이라 / 에헤에 애헤 어허야 어야야 듸야 내 사랑아 //
가치의 부재 / 이데올로기/ 교육 / 분노의 대물림 ● 우리는 많은 가치들에 끌려오듯 살아왔다. 하지만 스스로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부재했으며 지금도 풀어내지 못한 많은 질문들에 쌓여있다. 그리고 우리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외부에서 위에서 강요되는 열강과 남북의 가치들이 강압적으로 파고들어왔다. 국가에서 개인으로 전이되는 강박의 가치는 민족의 비극을 동반하며 증오를 증식시키고 그 속에서 개인의 인간성을 매몰시켜 왔다. 이렇게 국가의 트라우마가 개인의 트라우마로 전이되는 순간 실재 역사적 사건을 경험한 개인만이 아닌 이제는 역사와 무관한 듯 보이는 후세들의 내면에까지 거대한 괴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 ● 교과서(철수와 영희) p306 /p307 는 바로 이러한 고민아래 제작 하였다. 서로에게 총을 겨누어야 하는 이유를 모른 채, 총을 맞아야 하는 이유 또한 모른 채, 죄를 짊어지고 사는 사람, 죄 없이 사라져 버린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렇게 오래 전부터 이런 모순된 상황과 폭력적인 행위들은 되풀이 되고 있다. 그리고 교육을 통해 부질없는 이 분노는 여전히 대물림 되고 있다. ● 이러한 이데올로기가 우리에게 들어오는 찰나를 인지하는 순간 깊게 내재된 수많은 강박과 트라우마는 해소될 수 있으며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들을 채울 기회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우리는 어느 입장에 서야 하는가? ● 서해의 주민들을 만났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방문에 경계심이 가득한 사람들, 폭격의 혼란과 공포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 보상문제에 대해 토로하는 사람들, 정부의 정책을 비난하고 슬퍼하는 사람들 그리고 항상 폭격현장을 마주하며 살아야 하는 노부부의 악몽. 마지막으로 나에게 다가와 욕과 폭력을 휘두르며 돈을 달라던 아이들. ● 나는 많은 생각과 의견과 그들의 심리를 마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 가장 많은 생각을 준 이야기는 폭격현장을 보존하여 역사를 마주하게 해야 한다고 했던 정부의 주장과 그것을 옆에 두며 공포에 떨며 살아가야 하는 주민의 상황 중 어떤 것에 우선 점을 두어야 하는 가이다. (p325) ● 거대한 역사와 개인의 고통 사이에 우리는 어디에 방점을 찍어야 하는가? ● 또한 우리는 역사라는 거대한 흐름에 나의 그리고 우리의 보금자리/가정이 얼마나 쉽게 사라져버리는 가에 대해 너무나 무력하지 않은가? (p324)
실체를 위한 다각적인 시도 ● 백령도, 대청도, 연평도의 현장에서 바라본 현실과 삶은 미디어와는 확연하게 달랐다. 하나로 설명할 수 없는 많은 지점과 부분을 보았으며 나는 이를 본능적으로 담아냈다. (파편 破片)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을 담기에 가장 편리한 매체는 문명의 집약체인 나의 스마트폰이었다. ● 파편에서는 사진이 가진 가장 큰 힘인 기록성과 순간성에 중점을 두었고 보통의 다큐멘터리가 보여주는 현실의 단편적인 시각을 지나 다층적인 시선을 층층이 쌓아 올려 실체에 다가서보자 했다. ● 그리고 108장의 사진은 그 지점에 도달한 듯 보인다. ● 파편을 제작하던 중 백령도에서 두 가지 사건이 내 머리 속에서 교차되었다. 효(유교)를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지는 심청이(한국전쟁으로 몸을 던져 외화벌이를 하는 양공주)와 국가(민족주의/이데올로기)를 위해 몸을 던지는 천안함의 청년이 동일선상에 위치하지 않을까 한다는 것이다. 이 둘은 숭고한 희생이라는 공통점이 존재하지만 그 안에는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자발적인 희생인지 강요되고 구조화된 희생인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어차피 기억하지도 못할거면서 ● 나는 폭격현장의 한 가정집에서 깨진 거울을 발견하였다. 거울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이 거울은 비추지도 바라볼 수 도 없었다. 우리는, 우리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며 비추지도 못하는 듯 하다. 그리고 과거를 기억하지도 못하면서 앞으로 질주만 한다. (연평의 거울) 현재 일년이 지나버린 지금 여론의 관심은 더 이상 연평도가 아니다. 그들은 실체를 보지 못했고 뼈와 살로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인의 원한은 공중을 떠돌고 삶은 어떻게 되었건 지속되고 있을 뿐이다. ■ 오석근
Vol.20111129f | 오석근展 / OHSUKKUHN / 吳碩根 / photography.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