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평, 그리고 1.5

장용성展 / CHANGYONGSUNG / 張溶城 / painting.drawing   2011_1129 ▶ 2011_1204 / 월요일 휴관

장용성_a prayer_종이에 잉크_29.7×21cm_2008

초대일시 / 2011_1129_화요일_05:00pm

갤러리 시작 신진작가 기획展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수요일_10:00am~08: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시작 서울 종로구 인사동 39번지 2층 Tel. +82.2.735.6266~7 www.artandsmart-gallery.co.kr blog.naver.com/artandsmart

14평, 그리고 1.5 ● '14평'은 현재 아내와 함께 살고 있는 송파구 삼전동의 빌라 면적입니다. 정확한 수치는 41.66㎡ 이고요. 이 작품들 대부분은 그 공간 안에서 이뤄진 것들입니다. 작가들은 작업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애를 씁니다. 저도 처음엔 그런 시도들로 에너지를 썼지요.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주어진 공간을 작업할 수 있도록 바꾸는 것이었고, 아내의 이해 덕분에 어렵지 않게 이뤄졌습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아내와 저녁을 먹은 후 거실 한편에 미뤄뒀던 수채화 도구와 펜들, 그리고 종이들을 가져다가 방바닥에 누워 그리기도 하고, 밥상 위에서 그리기도 했습니다. 한두 장 그리다가 아내가 심심해하면 아내에게 그림을 그리게도 하고, 다 접어두고 같이 TV를 보기도 합니다. 살림으로 가득하던 작은방을 정리해서 이젤 하나, 의자 하나 들어갈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냄새가 나지만 아침저녁으로 환기를 시켜가며 유화를 그립니다. 이렇게 조금씩 하다 보니 작업이 쌓여가더군요. 오랫동안 그림을 그리지 않아 굳어 있었던 손도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장용성_민중 the populace_종이에 잉크_29.7×21cm_2011
장용성_민중 the populace_종이에 잉크_29.7×21cm_2011

대한민국이라는 토양에서 시각예술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예술 활동을 그만 두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지요. 왜냐하면 우리에겐 내적 동기와 열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런 열망을 지닌 사람들은 대안들을 찾습니다. 그렇게 대안을 찾아가다보면 어느새 예술이라는 것이 일상이 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전부가 되지는 못할지라도, 다른 것들과 공존하며 균형을 이루게 됩니다. 예술가에게 예술이 일상이 되지 못한다면, 대중들에게도 일상이 될 수 없겠지요. 작가들은 지나치게 현실주의자가 되어서도 안 되지만, 낭만주의에 빠져서도 안 됩니다. 그 둘 사이에서 교두보 역할을 해주며 어떻게 둘의 공존이 가능한지 제시해줄 수 있어야 하지요.

장용성_붙잡다_캔버스에 유채_97×130cm_2008
장용성_안테나_캔버스에 유채_130×97cm_2008

이 전시에선 몇 가지 다른 테마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민중 Populace 드로잉은 아랍 국가들에 관한 기사들에서 발췌한 이미지들입니다. 가장 최근의 화두가 민주화 운동이었던 만큼 대부분 그와 관련된 장면들이지요. 유화작품들은 대학 시절에 그렸던 몇 점과, 최근에 작업한 것들이 있습니다. 최근 그림 속의 여성은 제 아내입니다. 전시 타이틀의 1.5는 아내와 뱃속의 아기를 나타낸 것이지요. 이 외에도 동물 드로잉, 집 안의 풍경들을 그때그때 즉석해서 그려본 드로잉들이 있습니다. 단순히 같은 공간에서 작업되었기 때문에 하나의 전시가 된 것은 아닙니다. 각각의 다른 테마의 작품들이 하나의 전시로 기획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 모든 내용들이 저라는 한 개인이 속해있는 같은 시대의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14평 남짓한 전셋집에 사는 신혼부부는 저희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정의 구성입니다. 결혼 후 아내와 생활을 꾸려가는 같은 시기에 이국땅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민주화 운동으로 피를 흘렸습니다. 그 이국땅은 2009년 봄부터 2011년 봄까지 제가 거주했던 곳이기도 하지요(드로잉 속의 고양이는 거기서 살 때 자주 보았던 녀석들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 두 현실 사이에서 갤러리에 출퇴근을 하며 집에서는 그림을 그리는 시각예술가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요.

장용성_밥을 먹다가_종이에 수채_14.8×21cm_2011
장용성_TV를 보다가_종이에 수채_21×14.8cm_2011

어느 모임에서 '왜 작가와 대중간의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는가'라는 화두가 나왔습니다. 어떤 사람이 작가의 작품에 시대성이 반영되어 있지 않아서라고 했지요. 하지만 저는 그 사람이 말한 시대성이 어떤 건지 감이 잘 오지 않더군요. 만약 제 작품에 드러난 시대성이 무엇이냐, 라고 묻는다면 저는 제가 살고 있는 14평의 집과 함께 사는 아내, 그리고 앞으로 태어날 아이라고 말할 것입니다. 그런 환경에 의해 작품의 형식과 작업의 지속여부가 결정되니까요. 드로잉의 소재가 된 민주화 운동의 기사들이나 페인팅에 표현하고자 했던 조형 이론들은 저에게 있어선 부수적인 것들입니다. 우리는 개인의 삶에서 여러 시대성을 동시에 경험합니다. 아주 사소한 것에서 거대한 이야기까지. 작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며, 크다고 해서 다 중요한 것 또한 아닙니다. 그 교집합 가운데 놓여 있는 사람에겐 모든 것이 다 중요하며 의미 있는 것입니다. ■ 장용성

Vol.20111129a | 장용성展 / CHANGYONGSUNG / 張溶城 / painting.draw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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