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1_1119_토요일_4:00pm
박수근미술관 정림리창작스튜디오 잇다프로젝트 17기 선정작가展
주최 /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 기획 / 학예연구사 엄선미 진행 / 어시스턴트큐레이터 임경미
관람시간 / 금~일요일_10:00am~05:00pm / 월~목요일 휴관
정림리창작스튜디오 갤러리 Jeongnimri gallery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정림리 131-1번지 Tel. +82.33.480.2655 www.parksookeun.or.kr
"짧은 휴가를 마음껏 즐겨야겠군요. 일선이면 어디쯤?" "갓댐 양구" 그는 마치 저주를 내뱉듯이 안면을 크게 일그러뜨렸다. -나목 1970 ● 박완서의 소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에는 박수근과 박완서의 조우가 그려져 있다. 화가와 소설가는 한국 전쟁 중에 PX에서 같이 근무하였다. 화가는 미군들의 초상화를 그렸고 소설가는 아직은 대학 1년의 사회초년생으로 화가에게 호객을 해주었다. 미군들은 격전지였던 지역들을 그냥 부르지 않고 갓댐 양구, 갓댐 문산, 갓댐 철원이라 했는데 박수근은 양구 출신이었다. 이 전시는 '갓댐 양구', 그 우연에서 시작한다.
양구는 한국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였다. 도솔산, 피의능선, 펀치볼, 백석산, 가칠봉, 대우산, 크리스마스고지, 949고지, 단장의 능선 등 9개 전투에서 이국의,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이 치열한 전투를 치렀다. 아름다운 분지는 미군 기자에 의해 펀치볼이라는 낯선 지명을 갖게 되었고, 양구가 고향인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삶이 숭고함을 잃고 살아남는 것만이 목적이 될 때 비극은 시작된다. 그러나 양구 출신의 화가는 그 안에서 '인간의 선함'을 그려내 거장이 되었다.
박완서의 '나목'이나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에 묘사된 풍속으로서의 전쟁을 읽으면서, 전선에서의 전투 못지않게 치열한 후방의 전투를 본다. 픽션과 논픽션의 혼란 속에서도 읽히는 것은, 그들이 전쟁이라는 가공할 비현실을 살아낸 처절한 일상이라는 사실이다.
이전 세대의 거대서사를 접하고 그 큰 진폭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동시에 나는 관객이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소심한 안도 속에 전쟁을 다시 생각한다. 2000년대를 사는 우리에게 전쟁은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 원경으로, 정형화된 전쟁기념비나 고철의 전차와 같은 무생물로 존재한다. 그러나 때로 전혀 생각지 못한 시간, 장소에서 전쟁은 괴물처럼 일상을 비집고 나는 아직 살아 있노라고 붉은 혀를 내민다. 불길한 사건의 전조처럼 전쟁은 일상의 무심한 풍경들 사이로 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여전히 진행되는 전쟁과 파괴의 모습들은 특히 극지에서 가시화된다. 대한민국의 남쪽경계인 제주에서는 세계7대 자연경관선정 기사와 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구럼비 바위를 폭파하는 기사가 TV에서 동시에 다루어지고 있다. 구럼비 바위는 1,2km에 달하는 한 덩어리의 용암바위이며, 바다를 향해 기원을 하던 제사터다.
전쟁과 화가라는 어울리지 않는 낯선 두 단어는 지속과 파괴, 비현실과 일상이라는 혼란스런 대응구들처럼 명료한 이분법으로 그려지지 못하는 과거와 현재의 모순된 사건들 속에서 그 관계의 당위를 얻게 된다. ■ 이수경
Vol.20111128d | 이지유展 / LEEJIYU / 李誌洧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