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기억들 VISIBLE MEMORIES

박지웅展 / PARKJIWOONG / 朴志雄 / painting   2011_1124 ▶ 2011_1128

박지웅_축제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20×120cm_2011

초대일시 / 2011_1123_수요일_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이즈 GALLERY IS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0-5번지 Tel. +82.2.736.6669 www.galleryis.com

Transformed The Landscape ● 삶을 살아 간다는 것은, 어쩌면 잃어버림의 연속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밥을 먹고 하루를 시작하면서 우리가 행하고 맞닥뜨리는 우리의 삶은 만남과 동시에 헤어지는 그런 것 일 테니까요. 모든 예술이 그렇듯 그림도 삶 속에 있어요. 그리고 그림 속에도 삶이 있죠.

박지웅_Burning 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20×120cm_2011
박지웅_Cuvanova 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0×129.5cm_2009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아늑하고 때로는 슬프고 때로는 행복해하는 우리들의 모습들처럼 그림들은 때로 거칠고 때로 아늑하고 때로 슬프고 때로 행복해하며 우리들에게 우리들의 모습을 보여 주죠. 그래서, 어쩌면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는 지난 것을 추억하는 행위인 것도 같고, 잃어 버린 것들을 그리워하는… 그런 일들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요. ● 어떤 사람들은 모델을 보고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사진을 보고 그리고, 또 어떤 사람들은 상상하기도 하고 기억하기도 하면서 그림을 그리더군요. 하지만,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기억해가며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영감이 떠오른다는 것도 어찌 생각하면 무언가를 기억해 내는 것 아닐까요? 상상한다는 것도 결국엔 지나간 삶의 조각들이 흩어지고 모이기를 반복하면서 만들어진 추론 같은, 말하자면 기억의 변이 같은 것 일 테니 말이죠. 원인이 없는 결과가 없듯이 과거가 없는 현재가 없듯이, 그렇게 상상이나 창조도 기억들을 통해서 만들어 지는 것들 이라고 생각해요.

박지웅_Trypticon _캔버스에 혼합재료_ 130×190cm_2009
박지웅_뒤셀도르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5×55cm_2011

그리고, 감상자의 입장에서 그림을 바라볼 때도 우리는 기억을 하며 그림을 느끼죠. 아는 만큼 본다는 말도 있지만, 그림에 있어서는 기억하는 만큼 공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기억하는 느낌이 그림과 교류하는 순간, 우리는 '감동' 이란 것을 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기억은 느낌 이니까요. ● 전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것만큼 기억이 구체적이고 말로 설명 가능한 무엇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허공에서 섞여가는 오색연기처럼, 그렇게 두루뭉실하고 비정형적이고 유동적인, 그런 유기체 같은 존재가 기억 아닐까요? ● 그래서, 기억들이 유기체적인 그런 것들이어서, 그림을 그릴 때 어떤 대상을 보고 그린 다는 것도 결국은 약간의 구획을 긋는 정도의 도움 이외에 큰 의미가 없다고 봐요. ● 결국 그림을 그리면서 보아야 할 실질적인 대상은 그림뿐이라는 것이 저의 생각 입니다. 제가 그림을 그리면서 직접 경험한 것을 돌이켜 볼 때도 그렇고요. ● 화면을 응시하고 물감을 발라 가면서 생성되는 이미지들은, 마치 기억의 단편들이 하나 하나 느낌이라는 접착제로 붙여져서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고 형상을 이루고 장면을 만들어가는… 어쩌면 하나의 생명이 불특정한 유기체들을 흡수하면서 점에서 덩어리로 형태로 특정 개체로 성장해 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 그런 방식으로 저는 지나가서 사라져버린 삶의 느낌들을 그림으로 그려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사라져서 저의 살 속에 피 속에 혈관 마디 마디마다 어떤 미지의 에너지 같은 모습으로 녹아서 존재하는 기억들을 형상화 하고 싶어요.

박지웅_눈 나리는 숲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20×120cm_2011
박지웅_러시아_캔버스에 유채_200×310cm_2008

그래서 어쩌면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는 시를 쓰는 것과 조금 닮았어요. 어떤 느낌을 가장 그 느낌에 닮게 그려내려고 문법이나 단어의 평범한 모양마저 부셔가며 쓰는 것이 시 라고 생각 하거든요. 그래서 시를 쓰는 것과 그림을 그리는 것은 서로 닮은 만큼 서로 잘 어울리는 일들 이라고 생각 해요. ● 손에 잡힐 것처럼 분명하던 이미지나 기억들이 화면에 그려지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더 이상 원래의 이미지도 내가 상상하던 모양도 아닌 '무언가'가 되어 가는 모습을 지켜 보면서, 결국 나의 기억에 대한 단순하고 정리된 무언가 들이, 내가 생각하던 그것과는 한참 거리가 있는 그런 모습들로 나의 피 속에 혈관 속에 흐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곤 한답니다. ■ 박지웅

Vol.20111125c | 박지웅展 / PARKJIWOONG / 朴志雄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