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11 HIVE AIR(Artists In Residence)-릴레이 개인展
주최 / 청주복합문화체험장 HIVE Camp 후원 / 충청북도_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01:00pm~07:00pm
하이브 스페이스 에이 HIVE Space A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내덕 2동 109-22번지 B1 B1 Tel. +82.43.211.6741 cafe.naver.com/hivecamp
두려움에 관한 꿈, 그 신화적 서술 ● 작가 송수연은 찰흙에 초산비닐에멀젼 접착제(일명 오공본드)를 섞어 화면을 만들었다. 작가는 고분벽화 제작기법을 빌려왔다고 한다. 그 위에 이국적인 소재와 이야기로 조합된 꿈을 그린 듯하다. 여러 가지 두려움에 관한 꿈으로 보인다. 작가는 신화적 서술형식으로 인간의 근원적 두려움을 다루고 있다. ● 화면에 구현된 환영은 지어낸 이야기이다. 어쩌면 작가가 실제 그런 꿈들을 꾸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무척 낯선 색의 조합을 하고 있다. 언젠가 중국 내륙 지역에서 만들어진 오래된 목재가구의 표면을 장식하고 있는 그림, 불교의 지옥 또는 악덕과 미덕에 관련된 그 지역 설화나 신화 이야기를 보여주는 그림들에게서 받았던 배색의 느낌이 연상된다. 작품 「Das Dionysische Ⅱ」와 「Das Dionysische Ⅳ」의 작품에서 특히 그러하다. ● 니이체의 얼굴, 한국 전통 목조건물의 용마루 양끝을 장식하는 치미(侈靡), 쾌활하게 지붕 위에서 웃고 있는 사티로스(satyros), 중세고딕 건축물 내부, 몸에 불이 붙은 수도승, 고대 이집트의 신 아누비스(Anubis), 쏘쓰(Thoth), 성화 없는 제단. 외에도 여러 익숙치 않은 문양, 그로테스크한 인물들을 볼 수 있다.
송수연 작가의 작품이 꿈을 드러낸 환영으로 읽히는 이유는 우선 태양광이 깃들지 않은 색채구성에 있다. 그리고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소재의 조합이다. ● 몸에 불이 났지만 전혀 고통의 몸부림을 볼 수 없는 수도승. 수도승은 마치 불붙은 나무장작 같다. 천정의 모습으로 볼 때 어느 고딕 건축물의 회랑이 분명한데 그 가운데 제단이 있다. 그런데 제단임을 증거 할 성화(聖畵)는 없다. 수도승과 제단, 고딕 건축물의 논리적 연결과 해석을 시도하는 순간, 그 노력은 최초의 미이라 오시리스(Osiris)의 시체를 방부처리하여 사후세계로 안내하는 아누비스 그리고 따오기 부리를 한 지혜의 신 쏘쓰(Thoth)에 의해서 논리적 해석의 시도는 무참히 붕괴된다. ● 쏘쓰는 상형문자(hieroglyph; picture writing)를 발명했다고 전해지는 고대 이집트 신이다. 쏘쓰는 타조 깃털을 머리에 장식한 그의 아내, 진리와 정의 그리고 조화의 여신 맛트(Ma'at)와 함께 아누비스가 인도하는 사자(死者)의 심장과 내력을 기록한다. 모든 지식의 기록자로서 그림 문자를 발명했으니 화가들의 신으로 보아도 무방할 듯하다. 아누비스가 오른 손에 생명을 상징하는 부적(Ankh)를 들고 있지만 그러한 개별적 지식이 작품 전체를 읽어가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방해자로서 기능한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불교의 아미타불이 있고 그 양 옆으로 관세음보살이 연꽃을 손에 쥐고 있다. 버드나무가지와 정병은 없지만 관세음보살이다. 중생의 두려움과 고통을 보살펴 주는 상징이다. 아미타불의 채색은 마치 고딕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착시를 주는 듯하다. 작가 송수연은 기독교와 불교의 상징을 조합하는 것만으로 만족스럽지 않은 작가다. ● 불교 도상을 둘러싼 벽면에는 무슬림의 문자와 문양이 있다. 비록 알라를 의미라는 아랍 문자 자위(Jawi)가 좀 어설퍼 보여도 분명 알라신을 상징하는 ﷲ가 있다. 이집트의 신화 도상을 포함해서 현재 인류를 장악하고 있는 가장 위세 높은 세 가지 종교의 상징들이 한 화면에 다 모여 있다. ● 방해자는 또 있다. 아치의 중앙 상단에 눈의 형상이 있고, 그 양 옆으로 백조가 있다. 백조는 송수연 작가 고유의 상징 문장이다. 이 꿈이 작가와 관련되어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지만 일관된 전체 의미의 해석에 도전하려는 관람자에게는 또 다른 짐이 될 뿐이다. 이 작품을 먼저 보고 나머지 세 작품에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진다.
한국의 도깨비는 지붕에 올라타고 있을 법하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라면 사티로스와 지붕은 연결이 쉽지 않다. 작가가 이번에 보여주는 화면은 꿈이 드러나는 장소이다. 화면에 등장한 이야기 소재들 사이에는 논리적 연결과 해석의 불가능성이 있다. 아니 오히려 논리적 해석을 방해하는 장치로서 기능을 한다. 모든 요소를 서로 방해한다. 작품의 색채구성과 소재가 주는 것보다 해석의 불가능성이 나에게 더 큰 두려움을 준다. ● 작가 송수연의 작품은 내 안에 어떤 두려움이 있는지, 우리 사회에 어떤 두려움이 있는지. 그리고 그 다양한 두려움의 원인은 무엇인지 반성하도록 촉구한다. ■ 박종석
* 청주복합문화체험장 HIVE Camp는 2011년 충청북도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레지던시 사업 지원을 통하여 현재 다양한 창작 프로그램을 운영 중에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송수연 작가의 개인전 역시, HIVE 레지던시 사업 중 3번째 진행되는 "릴레이 개인전" 입니다. 본 릴레이개인전은 젊은 국내 하이브 입주 작가들의 경력 개발과 창작 역량 강화라는 기획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Vol.20111125a | 송수연展 / SWAN SONG / 宋受娟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