心다

인경展 / INKYEONG / painting   2011_1123 ▶ 2011_1211 / 월요일 휴관

인경_心다_핀_60×160cm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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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1123_수요일_06:00pm

Bridge Generation 선정작가展

협찬 / 화신공업주식회사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브릿지갤러리 Bridge 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 149번지 2,3층 Tel. +82.2.722.5127 bridge149.blog.me

prick_상처를 心다 ● 손가락 두 마디가 채 안 되는 길이의 가늘고 뾰족한 핀들이 한데 모여 섬세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마치 비단에 수를 놓듯 그녀가 하나하나 핀으로 놓은 형상은 복잡 미묘하고 질척한 감정들이 뒤섞여 만들어진 자신의 상처이기도 하다.

인경_Yeon Yip圖1_핀_90×90cm_2011
인경_Yeon Yip圖_2_90×90cm

여기 저기 치여 부딪치거나 넘어져 입은 상처들이 시퍼렇게 멍이 들거나, 까지거나 찢어져 피가 나고 진물이 흐른다. 그리 새삼스럽지 만도 않은 일이었다. 두 다리가 성한 날이 없다. 며칠, 시간이 지나면 찢어지거나 까진 살갗 위로 흐르던 피도, 진물도 멈추게 된다. 손도 될 수도 없이 따끔거렸던 자리는 딱지가 앉아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간지러운 고통으로 찾아온다. 다 나아가고 있다는 신호이다. 그런데 그 얼마간을 못 참는다. 따가운 고통만큼이나 간지러운 고통도 참기 힘든 고통이다. 무참히 긁어 딱지를 떼어내고는 또 다시 상처 위로 피를 보고 만다. 항상 이 과정의 반복인 것 같다. 상처 위에 또 다른 상처를 내는 것, 이는 이전의 고통을 망각하기 위해 또 다른 상흔을 남기는 일이다. ● 작가 인경의 작업은 그 조형 언어부터 주제에 이르기 까지 철저히 자신의 개인사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알다시피 핀은 임시로 무언가를 고정시키거나 이을 때 쓰는 도구이다. 핀이 물질과 물질을 관통하면서 생기는 구멍에 꽂이면서 서로를 고정시키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양쪽에 동일한 상처를 남기게 된다. 핀으로 서로를 연결하기 위해 찌른 구멍은 시간의 추이에 따라 점점 헐거워져 더 이상의 연결이 불가능하게 돼버리기도 한다. 핀은 무언가를 완전하게 고정시키거나 연결시키기에 너무나 미약한 존재이다. 여기서 핀이 가진 원리와 그 연결 속성을 토대로 '관계 맺음'이라는 흥미로운 지점을 이야기 할 수 있는데, 이는 나와 나 아닌 것에 대해 관계를 맺는 '인연因緣'이라 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관계 맺음'은 작가의 작업과 중요한 상관관계를 갖는다. 그녀가 삶을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사람들, 그것이 친구가 되었든, 연인이 되었든 주변과 자신이 관계를 이루는 방식이 핀의 연결속성과 닮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아무렇지 않게 하는 말과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은 그녀에게는 상처이고 고통이다.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여린 사람이 자신이었다. 그런 자신을 좀 더 꽁꽁 싸매면서 강하게 보이려 노력했고, 아무렇지 않게 주는 상처들에 그녀 또한 아무렇지 않은 듯 맞받아치고 때론 공격하기도 한다. 마치 금방이라도 빠질 듯 헐거워진 핀처럼 자신과 주변과의 아슬아슬한 관계에서 결국 그녀와 주변, 어느 쪽이든 상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인경_파圖1, 2, 3, 4_핀_73×28cm×4_2011

인경에게 핀은 자신의 복잡다단한 개인사를 함축시키는 도구이다. 스스로를 인식하고 이입시키는 중요한 조형언어로써, 사물을 받아들이고 이를 형상으로 구현하기 위한 중요한 매개체로 작용한다. 작가에게 핀으로 무언가를 찌르는 행위는 다분히 일상적이고 일방적인 것이다. 그녀가 살아가면서 대인관계로부터 생기는 마찰과 그 관계에서 비롯되는 크고 작은 상처를 준 '누군가'를 대신해 다른 '무언가'에게 상처를 주기 위한 행동으로 나아갔다. 이는 다분히 폭력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그녀가 엄지손가락으로 일정한 힘을 가해 핀을 찌르는 행위 또한 작가 스스로에게도 적당한 아픔을 가하는 일이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혹은 억눌린 무언가에서 벗어나고자 소리를 지르거나 무언가를 부수거나 하는 행동이 아닌 작업실에 앉아 핀을 꽂는 것, 그리고 형상을 만들어 내는 것은 나름 반듯한 삶을 살아온 작가에게 허락된 유일한 폭력행위이자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인 것이다. 남에게 받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자신에게도 적당한 아픔을 가하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적지 않은 희열을 느끼는 것은 작가가 가진 잠재된 가학적·피학적 성향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인경_Yip圖_핀_53.5×27.2cm_2011 인경_banana圖1, 2_핀_28×73cm_2011

인경이 핀으로 심어놓은 형상은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사실은 이미 썩을 대로 썩어서 치유 받을 수 없는 것들로, 그 이면은 찔리고 찔린 흉터투성이다. 평면 위를 핀으로 박아 올린 상처들을 통해 작가는 진물이 베어 나올 정도로 썩어 문드러져 가는 파와 군데군데 시퍼렇게 멍이 든 바나나를 재현했다. 이미 버려질 것들이다. 그녀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것, 상처가 나 온전치 못한 것, 썩어있거나 죽은 것들에게서 사물을 더욱 분명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아름답다고 여긴다. 어쩌면 치유 될 수 없는 이러한 상처들을 형상화하면서 자신의 상처도 치유될 수 없음을 스스로 각인 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녀가 평면 위에 '심는 행위'는 자신의 마음에 상처를 새기는 일, 즉 상처를 각인시키는 행위인 것이다. ■ 김상미

2011 『브릿지 제너레이션 Bridge Generation』의 첫 번째 작가로 선정된 작가 인경의 개인전을 개최합니다. 브릿지 제너레이션은 신진작가에서 중견작가로 나아가는 중요한 위치에 놓인 30대 전후 작가들을 대상으로 전시와 홍보를 지원하기 위한 브릿지 갤러리의 두 번째 프로젝트입니다.

Vol.20111124k | 인경展 / INKYEONG / pa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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