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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1123_수요일_05:00pm
2011 미술공간現 기획전
관람시간 / 평일_10:00am~06:00pm / 주말_11:00am~06:00pm
미술공간현 ARTSPACE HYUN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6번지 창조빌딩 B1 Tel. +82.2.732.5556 www.artspace-hyun.co.kr
손뜨개로 엮어가는 마음의 편지 ● '진부하지만 그것이 진심'전은 이선희 작가가 2010년도부터 진행해온 편지쓰기 프로젝트의 보고전이라 할 수 있다. 전시장에는 형형색색의 재단된 천들이 텍스트 형상으로 손뜨개질되어 한올 한올 엮어져 전시되어 있다. 한켠에는 관람객이 직접 손편지를 쓸 수 있도록 엽서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고, 편지쓰기 프로젝트과 관련된 영상물을 상영한다. 그리고 엽서의 전면에는 또 다른 뜨개질 작품의 이미지가 담겨있다. 이는 관람객이 엽서에 각자 보내고 싶은 이에게 편지를 쓰면, 작가는 담겨진 글들을 재조합하여 손뜨개질로 작품을 만들어내고, 그 완성된 작품은 또 다른 엽서 이미지가 되어 다시 새로운 관람객이 편지글를 담을 수 있도록 제작된다. ● 그동안 작가는 손글씨, 알약형상제작, 손뜨개질 등 여러 오브제와 표현기법을 통해 다양한 작품들을 보여줬다. 폴리우레탄으로 알약을 제작하던 작가는 인간에게 친근한 재료로서 털실을 발견하면서, 본격적으로 뜨개질 작업을 하게 되었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지는 뜨개질 작업들은 지인들에게서 얻은 옷을 길게 재단하고 그것을 코바늘 뜨기를 하여 완성한 작품들이다. 그리고 지금 작가는 관객들에게 손편지를 쓰게 한다. 컴퓨터로 타이핑하는 것이 익숙한 지금, 손글씨를 언제 써보았는지 떠올리려면 한참동안 기억을 더듬어야만 한다. 하지만 미쳐 말로는 표현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전달하기에는 손 글씨만한 것이 없다. 예쁜 글씨체를 유지하면서도 되도록 틀리지 않게 신중히 한글자씩 손으로 써내려 가다보면 다소 경건한 마음가짐마저 갖게 된다. 천이라는 재료 특유의 따뜻한 촉감과 색감이 손편지 엽서 문구에 담긴 온기와 결합되어 전달된다. 작가는 사람 손길에서 오는 정감과 온기가 보는 이에게 그대로 전달되기를 바라며, 함께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로 작용되길 기대한다. ● 뜨개질로 완성된 작품들이 어떤 문장을 표현한 것인지 그 가독성은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처음에는 한눈에 들어오진 않더라도 액자 속 엽서 글들을 읽어보기도 하고 직접 편지를 써보기도 하면서 작품은 관람객들에게 공감되어지고, 작품 그 자체로의 설득력을 지니게 된다.
이 뜨개질 시리즈의 매력은 나와 타인, 그리고 우리의 관계를 여실히 보여주는데 있다. 하지만 억지로 이 시리즈를 통해서 힘든 일에 대한 대처법이나, 극복법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작품의 텍스트들은 따뜻한 위로와 격려로 이루어져 있고, 글자가 주는 의미 그대로 진심을 담아 따뜻한 온기를 엮어 나가고자 하였다. 직접적인 치유의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로 공감을 이끄는 것이다. 문자로 제작된 뜨개질 작품들은 다시 새로운 관객들에게 전시작품과 엽서이미지로 보여짐으로써 소통되어진다. 작품이미지가 있는 엽서에 편지를 쓰는 프로젝트 작업은 주변의 사람들에게 위로하고 감사의 마음을 나누는 내용으로 관객이 직접 갤러리에서 편지를 쓰고, 전시가 마무리 될 때 발송되어진다. 관객은 따뜻한 이 작업들을 보면서 잠시 표현에 소홀했던 시간들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약간의 위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지인으로부터 수집된 직물을 재단하고 뜨개질하여 텍스트를 엮어가는 방식으로 제작하는 것은 문장 자체가 주는 의미를 새로운 표현기법으로 보여주고자 한 것으로 작업의 진정성을 보다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재단된 천을 한올 한올 엮어서 만들어진 텍스트들은 위로와 격려 혹은 감사 등의 언어가 주는 의미와 결합 된다. 쌓여있거나 나열된 편물에 새겨진 글자를 한 눈에 무엇인지 잘 알아볼 수는 없다. 메시지 전달의 명확성보다는 작품의 조형성과 색감, 직물의 재질감이 먼저 다가온다. 언어의 의미와 표현방식이 감성을 자극한다. 그래서 그녀의 작업은 텍스트로 구성되어 있지만 읽혀지는 것이 아닌 느껴지는 작업이 된다.
이전 전시에서는 작가가 채택한 주제 아래서 편지쓰기 프로젝트가 진행되어진 반면, 이번에는 지난 전시 때 관객들이 편지에 손수 작성하였던 문장들을 선별하여 제작하였다. 전시가 끝나면 쓰여진 편지들은 다음 작업의 소재가 되기 위해 아카이브로 구축된 후, 주소지로 발송된다. 이는 작품이 전시장 밖을 벗어나 관람객의 공간까지 침투하는 것이며, 동시에 미쳐 전하지 못한 가슴 속의 진심을 작가가 대신 전하여 주는 메신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엽서 위 정성스레 쓰여진 손글씨들에서 따스함이 전해진다. 전하지 못했던 고마움, 미안함, 위로들은 손뜨개 되면서 그 온기마저 함께 엮어지는 듯하다. 고마운 사람에게는 감사함이, 지치고 고단한 사람들에게는 위로가, 가슴 속의 전하지 못한 진심과 못다한 이야기들이 전해진다. 힘들 때 우리는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줄 누군가를 찾게 되는 것처럼, 몸과 마음이 지친 누군가에게 진정한 위로를 되기를 바라면서 이 위로와 격려들은 손뜨개질로 조형화되고 시각화되었다. 조금은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고, 쑥스럽기도 하지만 귀를 기울여보면 그 속에 담긴 내용의 진심이 느껴진다. 작가는 그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행복으로 전해지기를 기대한다.
살다보면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고 하고 벽을 마주하게 되기도 한다. 작은 턱에도 울고 주저앉고, 그 위에 벽돌마저 쌓아 담을 만들기보단, 그 걸 뛰어 넘는 지혜를 체득하는 법을 배워가는 것이 우리의 삶의 여정일 것이다. 행복한 삶을 살기위해 혹은 주어진 고난을 극복해내고자 노력하는 이에게, 혹은 어떠한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이에게 작품이 들려주는 따뜻한 이야기에 귀 기울려보길 권유해주고 싶다. 그래서 작품이 말없이 어깨를 토닥여주는 친구처럼, 작은 위로가 되어주길 바란다. ● 필자는 작가의 새롭고 다양한 형식으로 작업될 앞으로의 작품들이 기대된다. 그리고 관람객들은 프로젝트에 열린마음으로 참여하면서 작은 행복과 위로를 공감하는 시간을 갖을 수 있기를 바란다. ■ 구나영
Vol.20111123h | 이선희展 / LEESUNHEE / 李善熙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