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FIND LOST TIME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조향숙展 / JOHYANGSOOK / 趙香淑 / printing   2011_1123 ▶ 2011_1128

조향숙_TO FIND LOST TIME_Woodcut and Serigraphy on Chin Collé_40×60cm_2011

초대일시 / 2011_1123_수요일_05:30pm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박사학위 청구展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3층 Tel. +82.2.736.1020 www.insaartcenter.com

비의도적 기억(mémoire involontaire)의 시공간 표현 ● "작품을 통해서 다시 한 번 나를 돌아보고 자성을 찾아 삶의 풍요로움을 더하기를 바라며, 새로운 판화형식에 도전하고 판화의 복수성을 지향하고자 한다." (조향숙) 조향숙에게 판화는 마음을 읽어 나가는 책이며, 영혼을 담는 그릇이다. 그는 기법의 다양성과 평면구조 실험, 그리고 내용에 있어서 시공간적 표현으로 열린 장(場)을 펼쳐 보인다. 판화의 힘과 감각성이 무엇보다 강조되는 목판과 새로운 기법 등을 활용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다. 특히 불교적 이미지와 대립된 모티브가 동시성을 갖는 내용들은 프루스트가 지적한 비의도적 기억(mémoire involontaire)과 연결되면서 지극히 개인적 사건의 기술로 작품해석에 중요한 키워드를 제공한다. 유난히 목판화 제작에 애착을 갖는 작가는 온 힘을 다해 판을 깎고 또 깎아 나가면서 신체적 노동을 통해 잃어버린 시간의 흔적을 자신의 예술로 키워나가고 있다. ● 이처럼 그의 판화는 신체적 작업으로 사실적 묘사보다 주제가 갖는 의미와 표현성을 강조하고 있다. 감상하는 우리에게 그의 작품은 이미지보다 판에 새겨진 신체(손)의 감촉이 우선적으로 다가온다. 각인된 선묘의 촉각성이 서술적 내용에 앞서는 것이다. 아울러 목판의 신체성이 강조된 그의 촉각적 표현은 감각적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불상과 반라의 여성 이미지가 공존하면서 해탈과 욕망의 표상이 복합적으로 읽혀진다. 실재와 다른 존재를 느끼게 하는 이미지 대립은 메를로-퐁티의 말처럼 신체 이전의 본질적 '고유한 신체'le corps propre(메를로-퐁티, 지각의 현상학, 류의근 옮김, 문학과지성사, p.129-130; 메를로-퐁티는 우리가 말하는 보통의 신체, 실재적 신체와 다른 사물(신체) 이전 모습 그대로를 '고유한 신체' (le corps propre)라고 말함.)를 생각하게 한다. 이러한 그의 판화작품은 종교적 내지는 개인적 영혼의 세계와 교감을 갖는 예술의 장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조향숙_TO FIND LOST TIME_Woodcut and Serigraphy on Chin Collé_40×60cm_2011
조향숙_TO FIND LOST TIME_Woodcut and Serigraphy on Chin Collé_40×90cm_2011
조향숙_TO FIND LOST TIME_Woodcut and Serigraphy on Chin Collé_40×90cm_2011

감각의 논리를 중시하는 조향숙의 판화 주제는 종교적이며 지극히 개인적이다. 불교의 천불천탑과 불상, 또는 동양화의 관념 산수와 청록산수, 그리고 반라의 누드 여인과 질주하는 말, 반복적 꽃 형상과 앵무새 등 의외의 대상들이 만나는 데페이즈망 표현이다. 여기에 내용은 선사상의 철학적 주제와 인간의 욕망, 사물의 본질 등을 다룬다. 특히 근작은 이미지의 다양함이나 목판과 실크스크린 기법이 동시에 나타나는 혼합기법으로 판화의 현대적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과거 심우도를 주제로 선사상을 강조하였던 작가는 이제 인간의 내면세계를 형상화하는 왜곡과 사실의 리얼리티 작업으로 이중적 의미가 공존하는 변화를 실험한다. 천불천탑과 불상, 부처의 형상, 뱀과 꽃, 반라의 여인과 화려한 문양이 혼재된 시공간의 영역이 나타나는 것이다. ● 이제 작가는 전통적 표현의 심우도에서 탈피하여 속세의 인간이든 해탈의 부처이든 분할된 이중적 구조의 다양한 판화작업으로 시공간의 문제에 주목하기 시작한다. 데페이즈망 기법으로 낯선 사물과 이미지의 만남, 그리고 시공간을 넘나드는 복합적 이미지 등, 무엇보다 작가는 판화라는 장르에 매달리며, 기법에 얽매이지 않고 손의 촉각성이 강조된 표현으로, 다양한 내용으로 우리를 둘러싼 현실 세계를 다른 방식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판화의 장르적 특성과 내용에서 작가는 근작에서 강조되는 시공간의 조형성은 비의도적 기억(mémoire involontaire)의 내용과 같이 중요한 분석대상이 된다.

조향숙_TO FIND LOST TIME_Woodcut and Serigraphy on Chin Collé_100×60cm_2011

먼저 이중적 공간표현은 데페이즈망의 복합적 구성과 같이 의식의 흐름이라는 비의도적 기억과 연결된다. 공간의 이중성은 하나의 화면을 이등분하여 서로 다른 이미지를 삽입시키며 극대화한다. 내용을 보면 한쪽 화면에는 실크 프린트의 불상과 앵무새, 또는 새장이나 꽃과 뱀 등이 화려한 색채 이미지로 등장하고 다른 면에는 흑백의 목판 산수화 등 단순 기법의 표현적 이미지가 나타난다. 이러한 이중 구조의 대립적 이미지는 서로 연관성을 갖기보다 독립된 모습으로 비춰진다. 그러나 다양한 이미지의 이중 구조를 통해 작가는 현실과 비현실의 사건을 동일한 이중 공간에 공존시키면서 내용을 종교적이며 철학적 해석이 가능하게 한다. ● 아울러 이중 구조의 공간표현은 사물의 대립과 합일을 생각하게 한다. 이미지의 크기에 따라 화면 전체의 구조와 구성이 만들어지고, 넓이와 깊이에 의한 시각적 표현이 감각의 논리처럼 되살아난다. 그의 공간은 이처럼 대립과 합일을 통한 사유 활동의 출발이 된다. 이미지의 구체적 재현으로 현실과 상상의 세계가 공존하는 동시에 목판과 실크스크린 기법의 혼합, 그리고 이등분된 화면구조를 통해 작가는 형이상학의 회화적 표현으로 내용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이중 구조나 공간의 변화는 우리에게 생각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 것은 물론, 시각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바탕이 되고 있다.

조향숙_TO FIND LOST TIME_Woodcut and Serigraphy on Chin Collé_100×60cm_2011

공간구조의 변화와 함께 근작에서 중요시 되는 것은 시간의 문제이다. 시간과 이등분된 공간 구조는 사물의 본질과 실존적 개념을 확인시킨다. 판화의 촉각성과 신체적 표현들, 그리고 자연과 인간, 즉 산수화와 인체 누드, 꽃과 뱀, 부처의 형상 등 구체적 이미지를 통해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으려는 의식의 흐름을 작품 속에 나타내고 있다. 여기서 시간의 표현은 과거보다도 진행 중인 시간으로 작가는 '현재'를 강조한다. ● 이등분으로 분할된 공간과 구조는 과거의 이미지를 통해 현재를 보여준다. 때로 악센트처럼 등장하는 앵무새는 과거와 현재, 또는 현실과 비현실이라는 두 개의 세계를 연결시키며 나아가 비의도적으로 지나간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의도적 회상과 달리 미적 감각을 불러내는 독특한 조형적 표현이다. 기법과 소재의 다양함으로 그의 작품은 우리가 생각하는 당연한 것들, 현실적인 진부함에 충격을 주면서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으려 하는 것이다.

조향숙_TO FIND LOST TIME-天佛天塔_Serigraphy on korean paper_180×720cm_2011

사실 시각적으로 뚜렷하게 나타나는 공간변화와 달리 시간의 의미는 명확히 읽혀지지 않는다. 불상과 반라 여인의 대립적 구도 속에 매개자 역할로 앵무새나 낙서와 같은 기호의 문자 등은 기억의 시간으로 과거와 현재, 미래의 영역을 넘나든다. 일차적으로 표현된 대상은 공간 위치에 따라 독자적 시간을 갖는다. 개개의 독립된 형상은 서로 다른 시간 속에 존재하는 것들로 실존적이다. 이러한 존재는 비의도적 기억의 단초가 되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연결고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 비의도적 기억은 의도적으로 이루어지는 추억이나 회상의 충격과 다르다. 롤랑 바르트는 남미에서 총을 들고 정찰하는 군인들과 수녀의 사진을 보고 우연한 인물 구성에서 무언가 자신을 '찌르는(푼쿠툼)' 것을 느꼈다고 말하며, 어느 작가의 수녀와 게이를 나란히 찍은 의도적 인물 배치 작품에서는 푼쿠툼 효과는 커녕 반감만 느꼈다고 지적한다. 조향숙의 근작에서 이중 구조의 공간 설치와 모티브는 분명 의도적이다. 그러나 배경에 나타난 엉뚱한 이미지의 등장이나 추상표현의 흔적 등은 비의도적 기억에 의한다. 이질적 성격의 이미지들은 추상적 흔적과 이중구조의 공간 속에서 비의도적 기억의 단초들로 등장하여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찌르는' 푼쿠툼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 조향숙의 말처럼 작품이란 마음을 표현하는 것으로 마음을 담는 것이 중요하다. 판화작업 역시 기교적 과시나 화려한 이미지 나열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욱이 작가가 추구하고자 하는 선사상과 명상적 세계는 겉으로 드러난 모습보다 그 속에 숨겨진 의미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여기서 우리는 비의도적 기억의 순간들을 찾아나서는 작가의 근작을 통해 사물과 사물의 본질 탐구에 공감을 갖게 된다. 아울러 욕망의 직선적 표현이나 시공간 이미지 등이 판화와 접목되면서 작가가 의도한 의미가 이중적으로 읽혀지는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 사실 그의 불상이나 누드의 여인, 또는 사물의 좌우나 상하의 뒤바뀜 현상은 매우 의도적이다. 그러나 이것은 겉으로 드러난 외형적 모습보다 본질이 더 중요하다. 작가의 작업 태도는 자연과 인간, 사물의 근원을 탐구하려는 현상학적 자세를 유지하고자 한다. 결과적으로 작가가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존재의 근원으로 작품을 감상하거나 읽고자 하는 사람의 현재가 중요하다. 변화되는 시공간 속의 이미지 작업이 지나간 시간의 기억과 기록이지만 이는 결코 잃어버린 시간이 아니라, 되찾은 시간으로 해석되고 있다. 여기서 판화가 조향숙은 비의도적 기억의 시간과 공간적 표현으로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자하는 미의 탐구자로 그 가능성을 확인해 볼 수 있다. ■ 유재길

Vol.20111122h | 조향숙展 / JOHYANGSOOK / 趙香淑 / pr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