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의 정원

서은애展 / SEOEUNAE / 徐恩愛 / painting   2011_1115 ▶ 2011_1130

서은애_군자의 정원_종이에 채색_지름 54cm_2011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월~토요일_12:00am~06:00pm / 일요일_12:00am~05:00pm

갤러리 담 GALLERY DAM 서울 종로구 안국동 7-1번지 Tel. +82.2.738.2745 www.gallerydam.com

갤러리 담에서는 서은애 작가의『군자의 정원』전시를 기획하였다. 군자라 함은 유교에서 도덕적으로 완성된 인격자를 일컫는 말로, 유교에서 궁극적으로는 성인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하지만 유교에서는 노력에 의해서 달성할 수 있는 인격자를 군자로 보았다고 한다. 따라서 군자는 높은 도덕성을 가진 인물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군자의 정원이라니 다들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 자명하다. 전시 제목에서 시사하듯이 작가는 전통적인 동양화가 요즈음의 현대적 감각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나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전통 동양화의 단골 소재인 사슴과 모란꽃이 펼쳐진 낙원 같은 곳, 매화와 난초, 대나무와 국화꽃이 만발한 정원에 흰 옷을 걸치고 등장하는 작가의 자화상은 유쾌한 페르소나인 것이다. 이번 전시는 이전의 개인전에서 서은애 작가가 보여 주었던 『자연 속으로의 은둔』을 지향하는 주제의 작업적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전통적으로 군자가 기꺼이 향유해야 할 대상으로 상정되었던 매/난/국/ 죽의 "사군자" 에 "벽지"의 개념을 도입시켜 [매화문양벽지], [난초문양벽지] 등을 제작했다. 이러한 벽지형식의 작품들은 전시장을 마치 하나의 방 같은 분위기로 꾸미는데 일조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산수화를 벽에 걸어놓고 감상하던 고전적 "와유사상"의 현대적 응용 혹은 변모라 일컬을 수 있겠다. 뿐만 아니라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인물상이 작가가 지향하고 있는 「군자」의 모습이었음을 이번 전시를 통해서 확연히 드러나게 된다고 할 수 있겠다. 치밀하면서도 은유적으로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는 이번 전시에서는 8점 가량의 신작이 보여줄 예정이다. 서은애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였으며, 북경 중앙미술학원에서 판화과 연구과정을 수료하였다. ■ 갤러리 담

서은애_군자의 푸른 정원_종이에 채색_121.2×197cm_2011

군자(君子)의 정원 ● 동양회화에서 산수화가 그려지고 그것에 대한 완상(玩賞)의 풍조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대략 위진남북조 시대의 일이다. 인간을 둘러싼 대자연의 변화를 유심히 관찰함을 통해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의 순환의 원리를 파악하고자 했던 선조들의 진지한 자세는 동양의 철학적 사고의 바탕이 되었고 이 바탕 위에서 산수화가 태동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위진남북조 시대에 산수화가 지식인들의 삶과 더 밀접한 양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었음을 반증해 주는 근거 중의 하나가 바로 종병(宗炳, 375~443: 위진남북조 시대의 산수화가)의 "와유사상(臥遊思想)"이다. 이 "와유사상"은 종병이 노년에 늙고 병이 들자 이름 난 명산들을 직접 보기가 힘들어질 것을 우려하여 젊은 시절 유람하였던 자연의 명소들을 모두 그림으로 그려서 자신이 기거하는 방의 벽에 걸어두고 감상하며 즐겼다는 고사(古事)에서 유래된 개념이다.

서은애_매화문양도 Ⅰ,Ⅱ_종이에 채색_48×41.5cm_2011

"와유사상"에는 단순히 산수화를 시각적으로 감상하는 운치(韻致)만 담겨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실제 자연풍광 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정신적 사유와 관조적 직관, 그리고 심정적 자유로움을 산수화 감상을 통해 대신 체험하고자 하는 일종의 상징적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그림 속에 담긴 자연은 단순한 완상하는 대상으로만 머무르지 않고, 그것을 그리는 이나 감상하는 이 모두에게 자연의 속성을 궁구할 수 있게끔 유도함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인격을 수양하고 또 완성시키는 하나의 수단으로서의 의미를 띄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서은애_난초문양도_종이에 채색_45×69cm_2011

내가 벽지산수(壁紙山水)의 개념을 떠올린 것은 이와 같은 산수화를 바라보는 종병(宗炳)적인 사고의 흐름 위에서이다. 방 안에 누워서 산수를 감상하고자 하는 고전적 욕망을 현대적인 삶의 양식과 접목시켜, 자연의 기운을 담은 개개의 형상들을 삶의 실제적 생활영역 속으로 보다 밀접하게 끌어들일 수 있는 하나의 방편으로 이른바 벽지산수(壁紙山水)를 구상하게 되었던 것이다.

서은애_매화문양벽지도_한지에 프린트_114.3×134cm_2011_부분

이 개념은 이 전시에 앞 서 진행된 제 6회 개인전 [유쾌한 은둔]展에서부터 윤곽이 잡혔으나 이러저러한 문제로 인해 구체적으로 작품화되지는 못하였다가 이번 전시에서 서서히 시동을 걸어보는 과정에 놓여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광활한 산수(山水)형상보다는 오랫동안 동양의 문인(文人)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와 애정을 받았던 사군자(四君子: 매梅/ 난蘭 /국菊/ 죽竹)를 단순화시킨 문양 중심으로 그림의 벽지화(壁紙化) 작업에 대한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모색해본다.

서은애_난초문양벽지도_한지에 프린트_114.5×135cm_2011_부분
서은애_군자의 검은 정원_종이에 채색_57.5×49.5cm_2011

옛 군자(君子)들의 정원에 심어져 그네들의 정신과 마음을 환기시켰던 자연의 오랜 네 벗[四友]들을 이제 우리의 집 안으로 이끈다. 이 벗들이 어울려 엮어내는 푸르고 붉은 때론 스산한 정원의 한 귀퉁이에서 게으른 어깨를 철썩 내리치는 죽비(竹篦)처럼 번뜩이는 오래된 정신과 만난다. ■ 서은애

Vol.20111120f | 서은애展 / SEOEUNAE / 徐恩愛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