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or of Bi bim

김진욱展 / KIMJINWOOK / 金鎭煜 / painting   2011_1117 ▶ 2011_1124

김진욱_The story of Bibimbob #1110-20080909402_캔버스에 유채_91×116.8cm_2008

초대일시 / 2011_1123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이안 GALLERY YIAN 대전시 중구 대흥동 153-5번지 이안과 병원 1층 Tel. +82.42.220.5959 www.galleryyian.com

비빔의 色, 우리 삶의 形相 ● "당신이 먹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 주시오, 그러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 주리다" 19세기 프랑스 미식가 앙텔므 브리야 샤바랭의 말이다. 그렇다. 음식은 인간의 생존 본능의 기본적 요소이면서 또한 인간의 본질을 대변할 수 있는 아주 강력한 기제(機制)이다. 본능적으로, 습관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먹는 음식은 그저 살기 위해서 먹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한 인간의 본성, 속한 사회, 계층 그리고 한 민족의 문화로 대변(Represent) 하기도 하며 각 각의 음식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이미지는 마치 인간사회, 인간관계처럼 다양하게 분류된다. 같은 음식을 함께 먹는 다는 이유만으로 상호간 관계의 수위가 정해지고 호불호(好不好)가 분명해 진다. 음식을 통해 각인된 기억은 오랜 시간 우리의 뇌리에 깊게 새겨져 남아 있게 된다. 또한 음식을 매개로 인해 기억 속에서 되살아나는 장면은 훨씬 선명하며 보다 직접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음식은 그저 단순히 먹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한 민족의 기질과 삶의 행태를 보여줄 수 있는 것으로 어찌 보면 우리 인간 혹은 삶의 본질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한 나라의 문화를 이야기 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음식인 것이다.

김진욱 _The story of Bibimbob #1110-2011110701_캔버스에 유채_181.8×227.3cm_2011

김진욱은 작가의 길에 들어서면서부터 지금까지 한국 전통 음식으로 대표되는 비빔밥을 줄곧 그리고 있다. 그가 이토록 비빔밥에 애착을 가지고 작업을 하는 이유는 그가 살아온 일생 어느 한 시점에 먹었던 비빔밥에 대한 기억이 아주 강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비빔밥은 한국인이라면 흔히 먹을 수 있고 볼 수 있는 음식이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음식을 그린다는 것은, 그것도 한국 음식을 그린다는 것은 작가들 사이에서는 금기시 되는 주제였다. 음식은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는 단순한 수단 일 뿐 그것이 작품의 주제로, 예술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는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비빔밥을 자신의 작품 주제로 정하고 고집스럽게 비빔밥을 그리고 있다. 분명 그는 비빔밥 안에서 우리가 보지 못하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그 어떠한 것을 예리한 작가의 눈으로, 그만의 미적 감성으로 잡아내고 읽어 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그의 작품 안에 거짓 없이 솔직하게 녹여 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가 캔버스에 옮겨 놓은 비빔밥을 대하는 관객은 그 비빔밥이 단순한 음식이 아닌 그 안에서 또 다른 이미지(경험, 기억 등)와 경외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그 이미지와 경외감은 관객으로 하여금 일차적으로는 그 현란한 색으로 인한 시각적 호사를 누리고 그 다음으로는 각자 자신들의 기억 속에 각인된 본능적인 감성의 촉각을 세우게 된다. 잠시 멈칫하고, 들여다보고, 다시 물러서고, 다시 들여다보고...김진욱의 비빔밥은 관객의 몸에 있는 모든 감(感, sense)을 깨우는 힘을 가지고 있다.

김진욱 _color of bibim #1110-2011110601_캔버스에 유채_91×116.8cm_2011

그의 비빔밥은 그저 사진과 똑같은 비빔밥을 캔버스에 옮겨놓은 일차원적인 의미에서 벗어나 그 안에 그가 느꼈던, 그가 말하고자 하는, 우리가 보고자 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김진욱의 비빔밥은 우리네 인생을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본능 '식욕-먹는 것(飮食)'을 빌어 표현하고 있다. 갖가지 채소가 서로 밥이라는 커다란 중심 주제 안에 섞이고, 비벼지고, 함께 어우러져 '맛'이라는 감성으로 전달되는 '비빔밥'은 마치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생각에서 그는 우리에게 서로의 어울림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서로 다른 인종, 국가, 사람, 너와 나, 등 등. 다양한 관계 속에서 우리네 인생이 완성되어 간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 삶의 형상이다. ● 그의 회화 표현 기법은 '포토리얼리즘'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사진과 똑같이 아니, 사진 보다 더 똑같이 아주 사실적으로 그려내어 관객으로 하여금 생경하고 경이로운, 어쩌면 충격을 준다. 하지만 작가의 손으로 그려진 회화는 사진과 '아주 똑같은 것'은 아니다. 사진을 찍고, 밑그림을 그리고, 색을 입히고 하는 동안 이미 그 대상(음식으로서의 비빔밥)은 이미 그 존재성을 잃어버린다. 그 대상은 작가의 감성에, 철학에, 관점에 따라 캔버스에 옮겨지는 순간 작가와 일체화 되는 것이다. 김진욱의 비빔밥은 음식(비빔밥)을 직접 조리하고, 사진을 찍고, 현상하고, 연구하고, 공간을 분할하고, 밑그림을 그리고, 색을 올리고 하는 일련의 과정을 반복하며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주제와 자신을 일체화 시킨다. 사진과 똑같이 그려진 작품은 세상에 수없이 많이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 진정한 작품으로서, 예술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드물다. 그 안에 작가만의 철학, 관객과의 공감대, 소통을 형성할 수 있는 것들이 내재 돼있어야 인정을 받을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김진욱의 비빔밥은 관객의 감(感, sense)을 일깨우고 그가 말하는 비빔밥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소통의 힘만으로도 그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김진욱 _color of bibim #1110-2011110603_캔버스에 유채_91×116.8cm_2011
김진욱 _color of bibim #1110-2011110901_캔버스에 유채_60.6×72.7cm_2011

이번 전시에서는 사실적인 비빔밥에서 탈피한 추상적 비빔밥을 시도한 김진욱의 근래 작업을 볼 수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색의 섞임, 색의 추상 작품이다. 사진같이 사실적이었던 비빔밥의 형태를 해체시키고, 비빔밥을 구성하는 기본가지 다섯 가지 색(검은색, 빨간색, 하얀색, 초록색, 노란색)을 섞고, 덧칠하고, 올리고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언뜻 보는 순간 다양한 색의 꽃들이 한껏 만발한 듯이 보이지만 비빔밥을 그리고 있는 작가를 인식하게 되는 순간 어느새 비빔밥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사실적이었던 비빔밥이 해체의 과정을 통해 색으로 재탄생하고 전혀 다른 이미지 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작가가 연구하고 있는 비빔밥의 또 다른 형태 또는 의미를 전달한다. 우리가 보는 어떠한 대상은 본질을 인식하고, 알게 되는 순간 그 대상의 모습과 의미가 달라진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아는 만큼 보게 되는 것이다. 특히나 예술은 우리의 경험, 지식의 수준에 따라서 그 가치와 향유의 질이 결정되는 것이다. ● 김진욱의 비빔밥 연작에서, 작가로서의 그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것은 한 작가의 일생에도 미술 사조의 모습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배워왔던 미술사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미술 사조는 어찌 보면 각 각의 작가들의 수많은 시도와 창작의 고통의 결과물일 수 있다는 것이다. 주제를 정하고, 기법을 정하고, 재료를 결정하고, 화폭에 옮기고, 지우고, 올리고 등의 작업을 하는 동안 수많은 착오와 시행을 통해서 탄생된 작가들의 작품들은 어느 한 것(사조, 풍, 주의)으로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작가의 일생을 통틀어 변화되고 발전되어 탄생된 작품들이 곧 역사인 것이다. 김진욱의 작가 인생은 이제 시작이다. 현재 길지 않은 그의 작가 인생에서 자신의 주제 '비빔밥'의 모습들이 사실적인 것에서 해체의 과정을 겪고 있다. 앞으로 또 어떠한 형태의 비빔밥의 모습을 보여주게 될지는 작가도,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작품과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과 열정으로 보아 앞으로의 비빔밥의 모습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일 것이라는 것에는 틀림이 없다. 김진욱이 보여주는 비빔밥의 모습은 어떤 형태로든 곧 우리 삶의 모습을 보여줄테니 말이다. ■ 송동근

Vol.20111119j | 김진욱展 / KIMJINWOOK / 金鎭煜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