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호展 / KANGCHANGHO / 姜昌浩 / sculpture.drawing   2011_1111 ▶ 2011_1127 / 월요일 휴관

강창호_순수동물_대리석_16×15×10cm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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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센텀아트스페이스 Centum Art Space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1505번지 센텀호텔 Tel. +82.51.720.8041 www.centumartspace.co.kr

강창호의 제강에 대해서 ● '신화'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아마도 대부분은 제우스, 헤라, 아프로디테, 아폴론 등이 등장하는 서양 신화(ex:그리스·로마신화)를 떠올릴 것이다. 이는 그동안 우리가 접했던 세계의 수많은 명화들이 서양 신화를 소재로 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그 신화 속 신들의 이름을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강창호_순수동물 17_혼합재료_66×55×27cm_2011

서양 신화는 캄캄하고 텅빈 공허, 태초의 끝없는 무한 공간, 무질서와 무태평의 요소들이 무한히 흩어져 있는 혼돈의 상태, 세상이 열리기 전 그 모습을 '카오스(Chaos)'라고 칭한다. 여기에서 밤과 어둠이 태어나고, 하늘과 낮이 생겨나고, 모든 만물의 근원이 시작된다. 이와 유사하게 동양 신화에는 혼돈의 신 '제강'이 존재하는데, 강창호 작가는 이에 관심을 갖고 작품의 모티브로 삼았다.

강창호_Dream all_혼합재료_각 52×40cm_2011

서쪽으로 300리를 가면 천산(天山)에 신령스러운 새(神鳥)가 있는데, 그 모습이 누런 자루 같고 붉기가 밝은 불(丹火)과 같고 여섯 개의 다리와 네 개의 날개를 지니고 있다. 혼돈(渾敦)한데, 얼굴과 눈이 없다. 노래와 춤을 알고, 사실 제강(帝江)이다.'_『산해경(山海經)』, 민음사, 1996

강창호_드로잉78_종이에 펜_30×20cm_2011

이렇듯 제강은 눈도 귀도 입도 코도 없이 그 형태는 부풀어져 있으며, 거기에 네 날개를 달고 있으니 그 모습이 기이하게 생겼다. 기이한 모습을 한 제강을 안타깝게 여겨 제강의 친구 '숙'과 '홀'이 하루에 하나씩 보고 들을 수 있는 일곱 개의 구멍을 뚫어주었더니, 제강은 일주일째 되는 날 죽고 말았다고 한다. 일곱 개의 구멍은 인간의 눈, 코, 입, 귀와 같아 인간을 의미 하며, 숙과 홀은 '잠깐'이나 '순간'의 시간의 의미이다. 제강의 죽음으로 혼돈의 시대는 지나가고, 인간이 지배하는 시간의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강창호_드로잉79_종이에 펜_30×20cm_2011

제강의 이야기와 함께 출발한 작품을 살펴보면, 그 형상들은 얼굴과 몸통의 구분이 없고 미끈하게 뭉퉁그려진 한 덩어리이다. 손과 발이 들러붙어 있어 변종이나 기형의 모습이다. 동물도 아닌 그렇다고 동물이 아니지도 않은 형상이다. 그것은 혼돈 그 자체이다. 변종의 형상들은 상감기법으로 만들어져 오방색(황, 청, 백, 적, 흑)이 채워져 있다. 눈, 코, 입, 귀가 없는 제강을 안타깝게 여긴 친구들이 제강에게 인간얼굴을 의미하는 구멍을 만들어주듯, 작가역시 이 기이한 동물의 형상에 구멍을 내어 오방색을 채워넣는다. 오방색은 음양오행, 공간, 시간, 방향 등 다양한 의미들을 내포하고 있다. 다시 태어난 제강이 새로운 시공간의 오방색 옷을 입으니 이 기이한 형상들은 새로운 우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제강은 이렇게 다시 태어나 춤을 추고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얼굴과 꼬리가 있고 잠을 자는 듯한 부조들이 있다. 편안히 잠자고 있는 일곱 동물의 형상이다. 마치 곧 단잠에서 일어나 제강과 함께 춤이라도 출듯하다. 아늑하고 질서 정연하다. 이 무한한 잠재력을 느끼게 하는 동물의 형상이 'Dream series'이다. 혼돈의 시기 '카오스(Chaos)'를 지나 질서정연한 새로운 우주 '코스모스(Cosmos)'를 느끼게 한다.

강창호_드로잉8_종이에 펜_30×20cm_2011

작품은 작가자신의 모습이며, 우리의 모습이다. 혼돈 속 스스로 생성해내는 자아와 외부로 드러나는 자아와의 관계를 변종의 모습으로 형상화 한 것이다. 혼돈과 질서 사이에서 생성되는 아픔 속에서 형태 없는 형태, 시간과 공간의 조화들이 어우러져 무한한 세계를 상상하게 만든다. 또한 신화 속 이야기와 더불어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진정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혼돈과 질서 속 새로운 우주에 다시 태어나 아늑히 웅크리고 있는 제강은 소리 없이 묵묵히 많은 이야기를 하는듯하다. ■ 박성희

Vol.20111119a | 강창호展 / KANGCHANGHO / 姜昌浩 / sculpture.draw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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