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협찬/주최/기획 / 샘표 식품 주식회사
관람시간 / 09:00am~05:30pm / 주말 휴관
샘표스페이스 SEMPIO SPACE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매곡리 231번지 Tel. +82.31.644.4615 www.sempiospace.com
『나나(스낵바)』는 이민하와 김화현이 2008년 여름에 전시장으로 사용했던 공간으로서, 원래는 2층 구조로 이루어진 건물이었다. 1층은 술집—손님을 접대하는 종업원들이 나오는 업소—이었고, 2층은 종업원들이 쉴 수 있는 작은 방이었다. 작가들은 그 중 2층 공간을 다시 만들고 그 내/외부에 작품을 설치함으로써, 샘표 공장 직원들에게 (유사) 휴식 및 작품 경험의 공간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성(聖)과 속(俗)』이다. 작가들은 우리 모두가 매일같이 경험하는 세속적인 노동의 지난함과, 그 안에서 우리를 지탱시켜 주는—또는 우리가 잠시 꿈꾸는—영원하고 절대적인 것들에 대한 생각을 마주해 볼 자리를 만들려고 한다. 2008년 작가들이 전시공간으로 사용했던 『나나』의 2층에는 원래 이민하의 작품만이 설치되어 있었다. 비좁고 조악한 와중에도 조금이라도 휴식을 위한 아늑함을 들이고자 했던 흔적이 남아 있는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 안에, 마치 신전 구조물의 일부가 침입해 들어온 듯한 거대한 검은 기둥들이 경전 구절을 두르고 들어서 있는 모습이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이 매우 세속적인 일(술집 종업원으로서 손님을 접대)을 하기 위해 1층으로 '내려갈' 준비를 하던 그 곳은, 숭고에 대한 명상의 공간으로 변신했었다.
이번 샘표스페이스 전시에서는 이민하의 거대한 작품을 방 바깥쪽에 설치하고자 한다. 이는 작가들이 전시하는 공간이 실제 세속적인 일에 쓰이던 역사를 지니고 있는 site가 아니라 중립적인 white cube이기 때문에 내려진 결정이다.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는 백지와 같은 공간 안에 '일상, 세속, 덧없음'의 공간을 명확히 만들어 구획지어 놓고(제한하고), 이민하가 지향하던 '숭고함'을 담은 작업을 그 바깥에(너머에) 두어 작품이 더욱 초월적인 느낌을 주도록 연출할 것이다.
김화현은 여성의 욕망을 투영한 남성상을 그리는 작업을 해 오고 있었고, 2008년 전시에서는 술집이었던 『나나』의 역사를 십분 활용하여 과거 종업원들이 손님을 접대하던 자리에 본인의 인물화를 올려놓아 매우 세속적인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이번 샘표스페이스 전시에서 작가는 세속에 대해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할 것이다. 우선 『나나』를 재현한 방으로 들어가기 전, 전시장 초입의 긴 벤치가 작품 받침대로 활용되어 드로잉들이 전시될 것이다. 작가는 관객들이 앉아 쉬던 벤치라는 쉼터를 뺏어감으로써, 우리가 만든 방 안으로 들어와 앉아있도록 유도할 생각이다.
방 안은 세속의 공간이고, 제한적 존재인 인간이 제한적인 시간 내에 쌓아가는 노력의 유의미함에 대해 질문하도록 만드는 공간이다. 방 한가운데에서 시작해 깔때기 모양으로 천장을 향해 올라가는 구조물은 매우 성긴 그물로 만들어져 있다. 관객은 주변에 있는 작은 공들을 그 구조물에 넣어 볼 수 있다. 그물은 공을 담아줄 수 있을 것 같지만, 공의 무게 (즉 중력, 우리가 선천적으로 지니고 살아야 하는 조건)에 의해 망을 빠져나간다. 무엇인가를 '쌓아' 보려는 일체의 노력들은 구조적으로 좌절될 수 밖에 없도록 고안되어 있다. ● 관객은 "갤러리 공간"에서 잠깐의 신선한 경험을 기대했을 것이나, 돌아오는 것은 그가 잠시라도 벗어나 보려 했던 그 일상이 주는 좌절감의 응집체이다. 이에 white cube안의 소꿉장난같은 공간으로 초대된 즐거움도 잠시, 모든 기대와 호기심은 답답함과 아쉬움만 안겨줄 뿐이고, 방 안이 기본적으로 약속했던 것처럼 보였던 휴식을 취하려 해도, 주방이나 간이화장실 등은 있는 시늉만 한다.
이 중 그나마 진짜 휴식을 제공하는 의자에 앉으면, 창밖으로 이민하의 거대한 구조물이 보인다. 모든 것이 실망으로 귀결되는 경험 후에 보이는 그 존재는 지극히 비 일상적이고 절대적인 모습을 하고 있으며, 방 안에서 겪은 모든 실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가 딛고 있는 땅과 더 높은 곳을 견고하게 이어주고 있다. 이 구조물은 그 유일성때문에 마치 세계의 축(axis mundi),' 즉 Eliade가 말했듯 지상(속세)와 천상(성계)를 경계짓는 동시에 둘을 이어주는 것처럼 준엄하게 존재하고 있다. 우리가 머물 수 밖에 없는 곳과 우리가 바라는 곳은 다를 수 밖에 없으나 분명 연결되어 있다는 거대한 긍정 같은 것이다. 방 안에서 작품의 이러한 존재감을 먼저 받아들인 후 밖으로 나가 작품을 세세히 살펴보면, 그 "세계를 지탱하는 기둥(universalis columna quasi sustinens omnia)"같은 구조물이 부정할 길 없이 사람의 손을 통해 만들어진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작품 표면에 필사된 경전에는 분명 사람 손의 증거가 보인다. 그리고 그 손의 주인은, 아까 비좁은 방 안에서 실망하고 좌절하며, 결실짓기를 거절하던 그 모든 노력을 부단히 해 오던 우리의 손과 같은 손을 지닌 사람이다. ● 이렇듯『나나(스낵바)』는 이민하와 김화현이 제공하는 경험을 관객이 할 수 있도록 짜여진 세트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관객의 참여가 작품을 완성시키는 결정적 요소가 된다. 관객이 만지거나 적극적으로 변형을 가하면 안 되는 작품은 이민하의 설치작품일 뿐, 김화현의 작품이나 나머지 구조물은 관객이 마음대로 대할 수 있다. ■
Vol.20111118l | NA-NA : a Snack Bar-김화현_이민하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