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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1116_수요일_06:00pm
2011 미술공간現 기획展
관람시간 / 평일_10:00am~06:00pm / 주말_11:00am~06:00pm
미술공간현 ARTSPACE HYUN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6번지 창조빌딩 B1 Tel. +82.2.732.5556
디자인 도시 서울, 성형도시 서울 ● 『111-111』展에서 보여지는 서울의 모습은 '익숙한 풍경'인 동시에 '낯선 풍경'이다. 닭장 같은 아파트에 둥지를 틀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고층빌딩숲은 현관문만 열면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익숙한 풍경이다. 그러나 이러한 도시는 정이 들만할 때 쯤이면 낡고 오래된 건축물들은 헐려 사라지고 주변에는 새로운 건물들만 우후죽순 생겨나 금새 낯선 풍경으로 변모해 버리고 만다. 이러한 도시화의 특성은 '성형수술'과 닮아있다. 디자인 서울이라는 명목 하에 끊임없이 개발되어지는 서울은 마치 끊임없이 성형수술 받기를 반복하여 본연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생경함만 지니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서울의 특성을 착안하여 이를 화폭 속으로 끌어 들였다.
'111-111'이라는 전시 타이틀과 숫자로 조합된 모든 작품의 제목은 우편번호 형식을 띄고 있다. 예를 들면 '137-965'라는 작품은 현재의 강남 삼성전자 빌딩과 과거 강남역 일대의 모습을 겹치게 배치하고 삼성전자 빌딩의 우편번호를 제목으로 삼았다. 작품의 주요 소재로는, 서울을 상징하거나 대표하는 혹은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을 선정하였다. 서울의 주요 건축물을 소재로 한 작업 외에도 경기도 일대의 아파트를 소재로 한 작품도 선보이고 있다. 전시작 중 서울을 그린 다수 그림들과 더불어 경기도 신도시를 그린 그림이 전시된 것은 서울의 도시화가 경기도까지 확산되어, 비슷한 양상을 띄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작가는 한국화를 전공하였다. 그래서 먹은 비교적 사용하기에 익숙한 재료이다. 예전 작품들을 보면 종이에 먹으로만 그려진 그림들이 다수 있었다. 그런데 계속 도시 혹은 아파트라는 소재를 고집하여 반복해 그리면서도 사회적 환경과 시간의 흐름은 대상에 대한 인식을 자연스레 바꾸어 놓았다. 어떤 사유를 하느냐에 따라 동일한 소재에도 다른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다. 작가의 변화하는 감성과 생각들을 표현하기 위해선 먼저 재료가 주는 제약에서부터 탈피하여야 했다. 예전 그림에서 일례를 들면, 차갑고 딱딱한 아파트를 그리면서도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저마다의 따뜻함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밝고 따뜻한 조명이 켜진 창문을 표현하여야 했고 이를 표현하기 위한 다른 재료의 필요가 절실해졌다. 이를 계기로 현재의 다채로운 전시작품들이 나오게 되었다. 작가의 대상에 대한 인식 변화와 다른 의미의 부여가 다양한 재료, 색상, 그리고 재질감이나 입체감까지 변화를 주게끔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활용은 과거와 현재의 차이를 보다 극대화하는 효과를 가져다 주었다. 동일 지역의 현재의 도시모습은 유채색으로, 과거는 무채색으로 채색되었고, 주안료로는 아크릴 물감이 이용되었다. 작가가 작품을 제작하는데 있어 한국화의 배접(褙接) 기법을 이용하기 때문에, 분채(粉彩) 등 수간채색(水干彩色) 물감으로 채색한 후 작가의 기존 작업방식으로 그림위로 물기 있는 붓질을 올리게 되면 이미 그려진 물에 약한 물감들이 밀려나거나 지워질 수 있다. 그래서 물에 쉬이 지워지지 않고 덧발라지는 붓질에도 비교적 표면접착력이 강한 아크릴 물감이 이용되게 된 것이다. 그리고나서 현재 그림 밑에만 폼보드를 덧대어 높이를 만들어가며 과거그림 위에 붙여주면 화판에 요철이 생긴다. 그 위에 현재의 도시 그림에만 바니쉬를 발라 광택을 주면, 과거와 현재 그림에 재질감의 차이까지 생기게 된다. 또한 드로잉할 때에 볼펜을 사용된 것은 그 느낌이 창틀 등 차가운 철재 느낌을 표현하는데 보다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높낮이가 다른 조각난 풍경들을 교차하여 붙이기를 반복하면서 작품은 완성되어진다. 채색된 현재의 건축물들 사이사이로 과거에는 존재하였다가 사라져버린 무채색의 건축물들이 보여진다.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같은 지역의 과거와 현재가 오버랩되어 보여지는 효과와 이로 인해 왜곡되어 보이는 착시를 기대한 것이다. 마치 깨진 거울 혹은 균열이 있는 얼음장 위에 반영된 형상처럼, 작품 속 서울은 조각조각 오리고 이를 재조립하는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다.
서울은 지금도 계획적 도시화라는 성형수술을 받고 있다. 과거는 없고 현재만 존재한다. 익숙함은 없고 언제나 새로움만 남는 것이다. 도시화의 전형을 보여주는 서울에서 과거라는 시간은 부재한다. 우리는 그러한 시간의 부재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111-111'이라는 우편번호가 우리의 현주소를 가리키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하여 작가는 현재 우리사회에 만연한 도시화 현상을 작품으로 표현함으로써 문제의식을 제기하였고, 이를 보고 어떠한 생각과 감정으로 해석할지는 보는 이의 몫이다. ■ 구나영
Vol.20111118g | 안인경展 / ANINKYONG / 安寅京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