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에 머물다

남성희展 / NAMSUNGHEE / 南晟熙 / painting   2011_1115 ▶ 2011_1120

남성희_그 향기에 취하다_장지, 토분, 수묵채색_110×130cm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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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1115_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교동아트센터 GYODONG ART CENTER 전북 전주시 완산구 풍남동 3가 67-9번지 Tel. +82.63.287.1244 www.gdart.co.kr

채색으로 수놓은 과수원-농원-도원풍경 ● 1. 화가 남성희는 주로 자연을 모티브로 꽃과 나무 등 [과수원-농원(農園)-도원(桃園)풍경]을 화폭에 담는다. 이들 풍경은 강렬한 원색, 생동하는 붓질로 충만한 에너지를 내뿜으며, 마치 서양화 점묘법을 연상케 하지만 동양과 서양의 전통을 새롭게 융합시킨 작품 세계를 그만의 독자적인 화풍으로 전개시켜 나간다. 특히 그의 근작들은 자신의 생활을 숨김없이 담는 일기와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어떤 인위적인 꾸밈없이 일상에서 만나는 산과 들, 과수원이 그대로 화폭에 담아질 뿐이다. 그것은 그린다기보다 자연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라는 편이 어울린다. 자연과의 대화 방식이 색채와 붓과 화선지라는 물질과 도구를 빌려서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며 한국의 야취어린 시골풍경과 산, 과수와 농원 등을 표현한다.

남성희_봄나들이_장지, 토분, 수묵채색_145×112cm_2011
남성희_마음이 머무는 곳_장지, 토분, 수묵채색_93×97cm_2011
남성희_봄의 향연_장지, 토분, 수묵채색_27×72cm_2011

2. 일반적으로 말하는 동양화는 선적인 묘사를 기조로 해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남성희의 회화는 어느 정도 선을 사용하되, 화면을 점과 면으로 분할하고 구축하는데서 시작한다. 그것은 종이 위에 번져나가는 먹과 한 땀 한 땀 덧칠하고 매만지면서 우려내는 많은 시간을 소요하는 채색 기법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물감의 색과 여백 공간, 또는 다른 면과 단절되고 대립됨이 없이 서로가 서로의 영역 속으로 침윤되면서 공기의 층이나 자연스러운 색채의 발색을 이루면서 정겨운 풍경을 한편의 시처럼 수놓고 있다. 이와 같이 이번 작품을 특징짓는 요소는 색채다. 이전 개인전에서는 주로 墨의 밀도와 운용에 치중했었다면, 이번에는 색채와 밀도에 집중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는 다시 말해 자연이 갖고 있는 형상 즉 골격뿐만 아니라 그들 형상이 지니고 있는 속살을 보기 위해 색채를 중요시한다는 것으로, 그가 색채에 얼마나 경도되어 있는 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본적으로 무채색의 수묵을 기초로 하되, 다시 채도 높은 안료를 우려냄으로써 이루어진 채도대비의 효과를 십분 활용하는 그의 화면은 수용성 안료의 특징적 내용들이 잘 발휘되고 있다. 우선 바탕에 황토를 바르고 그 위에 무채색을 중심으로 빨강, 노랑, 연두색으로 번안되어 색채 속에 흡수되고 그것이 화면에 고착되어 그것들은 또 다른 세계를 형성한다. 그 결과 화면은 채색의 시간과 농도에 따라 색채 간의 차이를 보이지만 결국에는 채도의 수위가 조절되어 화면에서 교묘히 조응하면서 차분하고 묵직하게 드러난다.

남성희_꽃비에 젖다_장지, 토분, 수묵채색_53×68cm_2011
남성희_봄나들이_장지, 토분, 수묵채색_134×71cm_2011

모든 색채와 행의의 흔적을 무리 없이 포용하는 수묵의 포용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색채의 스밈과 번짐은 마치 분채에서의 그것처럼 정갈함을 유발한다. 특히 채색과정에서 힘차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스프레이로 뿌리고, 번진물감들을 화장지로 닦아내는 방식을 덧붙여 물감의 번짐에서 우러나오는 투명함과 자연스러움도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남성희는 종전의 채색화가 갖는 표현적 한계를 그만의 독자적인 방식으로 극복해내고 있다. 조형 또한 심원법으로 조망한 전개도식 펼침 구도로 막힘이 없이 사방으로 탁 트이게 하고 비교적 형태를 단순화하고 붓으로 밑바탕을 구성한 후에 표면을 채색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이런 그의 변모의 몸짓은 외적인 자연에서 내적인 자연으로 가시적인 자연의 외피를 걷어버리고 그것을 내면으로 순화시키는 작업으로서의 전환이라 보여 진다. 비교적 화사한 색채로 이루어진 [과수원-농원-도원풍경]은 다시점으로 펼쳐진 전개도식 구도로 풍경을 단순. 축약 시키며 화면을 좀 더 시적인 세계로 이끌고 있다. 여기에 짧고 탄력 있는 점으로 이루어진 면들이 겹쳐지면서 미묘한 긴장감과 경쾌함을 준다. 기법 상에 있어서 점묘법을 바탕으로 하는데 윤곽선 없이 단속적인 터치로 표현하며, 여러 색을 병치시킴으로써 다양성 속에서 통일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작품의 특징이다. 마치 색반(色班)으로 연결되어 모든 평면적인 화면 구조 위에 형상이 배치되는 구성이 대부분이다. 여기에서 현실적인 형태감이나 공간감 등의 리얼리티는 배제하고 작가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내용만을 선명히 부각시킨다. 이러한 경향은 모더니즘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는데 면 분할에 가까운 단순하고 힘찬 구성의 작품에서는 더욱 두드러진다. 무엇보다도 화면을 몇 개의 구획으로 나누는 듯한 대담한 구성은 시각적인 긴장감을 높여주기도 한다.

남성희_마음이 머무는 곳_장지, 토분, 수묵채색_80×100cm_2011

3. 남성희의 독특한 채색 방법은 자연을 향한 끊임없는 애정에서 비롯되었으며, 현대적 풍경산수화라 할 수 있고 또한 수묵과 채색의 절충주의의 조형화라 일출할 수 있다. 이러한 작업방식들은 그가 몸소 겪었던 다양한 소재들과 하나를 이루면서 한껏 정겹고 따스하게 다가온다. 우리 주변에서 익숙하게 접하는 것들을 절실한 체험을 바탕으로 나타내고 그것들을 주의 깊게 보고 그것들에게서 일어나는 변화를 읽어내면서 자연의 섭리를 느끼며 그것을 담아내려한다. 그래서인지 애정 어린 인간의 손길이 닿는 농원과 과수원, 그리고 나무로 자연스럽게 경계 짓는 정겨운 풍경과 그 사이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집이 정겹다. 우리 삶의 근간을 이루어온 논과 밭, 과수원 그리고 집 또한 그들과 긴밀한 관계성을 지닌 자연, 이 모두가 주관적으로 작가가 유추해내고 있는 채색과 담채의 절묘한 조화로 승화시켜 낸 생명력 넘치는 이미지 등은 그의 작품의 핵심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 김선태

Vol.20111115d | 남성희展 / NAMSUNGHEE / 南晟熙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