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맹자 感盲者

이앙展 / YIANG / 李仰 / painting   2011_1110 ▶ 2011_1116

이앙_감맹자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80×80cm_2011

초대일시 / 2011_1110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더 스페이스 서울 강남구 청담동 31-22번지 Tel. 02_514_2226 www.gallerythespace.co.kr

감맹자 ● "인간은 자연 가운데서 가장 약한 하나의 갈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하는 갈대이다." ● 1670년에 간행된 파스칼의「팡세」에 기록된 '생각하는 갈대'란 문구는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만큼 우리에게 익숙하다. 인간은 광활한 우주 안에서 하나의 가냘픈 갈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동시에 사유하는 존재로서 신성에 대한 가능성을 내포한다. 인간의 나약함과 위대함의 모순적 양극성에 대한 파스칼의 고뇌는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많은 이들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추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우리는 파스칼이 말하는 '생각하는 갈대'가 될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는가? 우리는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는가?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생각하며 살아감에도 어째서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신성은 부여되지 않는 것일까?

이앙_감맹자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5×72cm×2
이앙_감맹자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4×100cm×2

갈대는 바람에 쉽게 흔들리는 존재이다. 그러나 갈대가 약한 것은 흔들릴 때가 아니다. 갈대가 약한 것은 바람에 꺾일 때이다. 갈대는 오히려 흔들리기 때문에 강한 존재이다. 파스칼의 '생각하는 갈대'의 열쇠는 바로 이 흔들림에 있다. 빗대어 보면, 바람은 환경이요, 흔들림은 감정이요, 갈대는 사람이다. 우리가 약한 존재일 때는 주어진 환경을 극복하지 못하고 굳어버린 감정에 의해 꺾여버릴 때이다. 평소에는 감정의 흔들림이 미미하여 인식하지 못하고 쉽게 지나쳐 버리다가, 갑자기 바람이 불면 미처 그 흔들림을 조절하지 못하고 주저앉는다. 분노, 원망, 좌절, 그리고 슬픔...이들은 모두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여 올바로 사고하지 못할 때 우리에게 찾아온다. 반대로 우리가 강한 존재일 때는 언제일까? 그것은 바로 주어진 환경에 따른 감정을 바라보고 조절한 후 이루어지는 올바른 생각에 따라 움직일 때이다.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자연스럽게 말이다. 우리는 흔히 생각이 감정을 조절한다고 인지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히려 생각으로 제한하려고 할 때 감정은 더욱 더 요동칠 뿐이다. 찬찬히 자신의 감정을 바라보고 섬세하게 조절할 때 비로소 우리는 올바로 생각할 수 있고, 파스칼의 '생각하는 갈대'가 될 수 있다.

이앙_감맹자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2×116.5cm×2
이앙_감맹자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45×122cm_2011

이앙의 이번 작업 「감맹자」는 이렇게 우리 안에 흐르고 있는 감정에 대한 질문이다. 작가는 개인적인 체험에 의한 감정의 단절과 소통을 통하여 사람들의 관계에서 감정의 교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러한 개인적 체험을 사회로 확대하여 바라보고 고민하는 과정을 작업으로 풀어놓았다. 그동안 무의식적으로 억압되어 있던 감정을 강렬한 색의 페인팅과 섬세한 드로잉을 통해 탐구했다면, 이번에는 사람들의 감정이 어떻게 흐르고 소통되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한다. 캔버스 안에 무의식을 그대로 토해낸 듯 했던 원색의 구성과 형상은 사라지고, 색각이상 테스트를 차용한 낮은 채도의 이미지들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색각이상 테스트 안에는 개인적인 감정의 상징물들이 자리하고 있어 단절되어가는 감정에 대한 성찰적인 자세를 표출함과 동시에 관객이 느끼게 될 감정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또한 시력테스트 장치를 이용한 설치 작업에는 테스트 기호의 자리에 성적인 이미지를 전치 시킴으로써 보다 적극적으로 관객의 감정에 다가선다. 그리고 작가가 테스트 하는 것이 단순한 시각 능력이 아닌 보는 이의 감정 능력임을 말한다.

이앙_LOVE EQ_가변설치_2011

우리의 육체가, 감정이 미처 적응하기도 전에 많은 것들이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가 되었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소셜네트워크의 구축으로 정보의 공유가 활성화되고 가속화된 시대이지만, 기계에 의존한 삶과 간접적 교류는 감정의 직접적 교류를 방해하고 인간의 감정적 소통능력을 약화시킨다. 이러한 시대 속에서 이앙의 작업은 우리가 무심코 흘려보낸 일상의 정보들처럼 흐트러진 감정의 조각들을 모아, 고민하고 함께 느껴보길 소망한다. ■ 배주

Vol.20111114g | 이앙展 / YIANG / 李仰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