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또는 컨베어벨트 위의 탈주-1. 해체되는 삶 ● 생의 기쁨을 전달하던 전도사가 병마의 고통에 스스로 목숨을 끊고 세상에서 가장 값비싼 예술품을 제작하는 작가의 작품은 '죽음'이 재현된다. 죽음조차 상품으로 선용되는 시대에 그것이 무슨 대수겠는가. 자본주의사회에서 죽음은 교환가치이자 시장가치인 것이다. 이 새롭지 않은 인식이 근대를, 그리고 근대를 벗어나지 못한 현대의 예술가들을 괴롭히는 주제이다. ● 김춘재의 작업은 사회 비평적, 문명 비판적 사색에서 출발해 형이상학적 차원과 만난다. 그의 이미지들은 도시들이 배출하는 폐기물들처럼 뒤섞여 있다. 거기에 매스미디어들이 쏟아 놓은 사건과 사건들의 꼴라주가 구성되는데, 그 밑에는 일견 삶과 죽음, 문명과 도시의 현재적 삶의 딜레마가 깔려있다. 어느 작가인들 갈등과 딜레마 속에 있지 않겠는가. 작가는 보다 더 직접적인 태도로 취한다. 생명과 탄생에서 멀어져 죽음의 문명으로 나아가는 어떤 전조를 본다. ● 작가의 지난 작업이 삶과 마을이 사라진 그리하여 끊임없이 건물들로 확장하는 마치 거주기계이자 부동산기계들을 토해내듯 표현했다면,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일본의 쓰나미나 태국의 대홍수, 중국과 터키의 대지진 등 문명의 힘을 벗어나 저항할 수 없는 자연의 공포와 불안을 담고 있다. 도시와 자연은 더 이상 화합할 수 없이 비정상적으로 뒤틀리고 고통스럽다. ● 오래전 톨스토이는 인간의 삶이란 피할 수 없는 운명사와 느닷없이 닥쳐오는 사고사 사이에서 달콤한 대상에 사로 잡혀있는 모습으로 표현하였다. 김춘재의 작업은 도시적 삶의 풍요와 세련된 문화생활의 동경과 지향에 대한 일종의 거리두기요 비평적 태도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강렬한 묵시론의 예감과 기박한 변화의 요구를 형상화한다. 물질적 풍요와 편의에 대한 강렬한 욕망의 다른 얼굴이 쑥 등장한다. 극히 소수의 계급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회피할 수 없는 구렁텅이에 떨어져 있다. 그것은 불편한 보고서이다.

김춘재_Fishing_캔버스에 유채_72.7×116.8cm_2011

김춘재의 작업은 당대 현실에 대한 적극적 관심과 반응이고 표현이다. 더 이상 그는 상투적 주제와 표현의 전통에 머물지 못한다. 동양적 사유의 전통과 서구적 문명과 사회비평의 태도가 합류한다. 작가 역시 조형적 효과보다는 겉으로 드러난 현상의 이면에 존재하는 숨은 의미나 사실을 표현하고자 몽타주나 소격효과를 지향한다. 마치 80년대 한국의 정치사회현실의 부도덕과 모순을 미학적으로 비판했던 신학철 선생이 꼴라주 형식을 적극 활용한 것처럼. ● 그의 이미지는 도시를 사는 삶을 마치 도시를 에워싸고 번성하는 무슨무슨 자원이라는 이름으로 영업하는 수많은 자원재활용센터나 폐기물처리장 위의 삶으로 재현한다. 산업사회 이후의 모든 사물은 상품이고 모든 상품은 생산되고 유통되자마자 중고물품이 되고 폐기물이 된다. 작가에 따르면 우리는 그런 사물과 상품의 운동, 그 컨베이어벨트 위의 거주자인 셈이다. 그 기저에는 한 주체가 형성되는 방식과 과정, 한 개인의 탄생, 존재의 의미, 그리고 욕망의 문제 이런 것들이 도시와 문명과 삶과 죽음의 문제를 가로지른다.

김춘재_Deep sleep_캔버스에 유채_91×65cm_2011

2. 어리석음과 현명함 사이에서 ● 현대문명을 구조하는 근대성의 원리는 우리의 삶의 공간과 시간 속에 분명하게 내재해 있다. 게다가 거의 모든 사람들이 거주하는 도시는 근대성과 물질문명의 원리가 관통하는 현장이다. 메트릭스이자 자연이다. 사전적 의미의 자연은 TV속 자연은 살아있다거나 또는 이번 일본과 터키의 지진, 태국의 홍수 등의 거대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에만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과 일상은 모두 도시에서 태어나고 성장하고 사라진다. ● 도시는 어쩌면 우리가 아는 유일한 삶의 공간일지도 모른다. 도시의 삶 또한 유일하며 가장 권위 있는 삶의 표준이라는 데 부인할 이는 없다. 세상의 모든 도시를 방문한다하더라도 결국은 성장과정에 도시의 전형이 되어버린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학습한다. 도시에서 직장을 구하고 가정을 이루고 미래를 꿈꾸며, 예술과 문화와 여가를 채워나간다. 도시를 떠나서 인생을 논할 수 있을까? 그러나 도시는 이상적인 삶의 장소만은 아니다. 그렇지 않겠는가? 우리의 사정과 판단과 상관없이 이미 주어진 공간이고 구조이니 말이다. 그러나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인생의 출발이 도시임이 분명하지만 그 과정이나 결론 또한 도시적 이어야 하느냐 하면 또 그렇지가 않다.

김춘재_Jump_캔버스에 유채_80×100cm_2011

산업혁명이후 현대문명은 어리석음의 극치로 과장할 수도 있다. 19세기 영국의 문인 조셉 콘래드는 런던을 통해 도시를 인간의 야만성을 축약하는 곳으로 보았다. 도시는 불결, 혼돈, 범죄, 가난, 음모, 폭력의 공장이다. 그는 이미 도시는 단지 도덕적 타락의 장소는 물론 세계적 차원에서 인간과 자원을 착취하는 근원으로 간주하였다. ● 콘래드와 동시대인인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는 "어리석음도 끝장까지 추구하면, 바보도 마침내 현명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굳이 분명하게 증명된 어리석음을 반복할 이유도 시간도 없다. 어리석음의 문명을 끝까지 가볼 것은 아니다. 생태계는, 또 나의 운명의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더욱이 도시에 산다는 것, 문명을 산다는 것은 더더욱 그렇다.

김춘재_Weather report_캔버스에 유채_153×61cm_2011

이미 이러한 통찰은 수많은 예술가들과 사상가들, 그리고 평범한 익명의 사람들의 입과 행동을 통해서 확산되어 왔다. 김춘재의 시선 또한 그 노선을 따라 진행되니 모든 이미지는 문명의 카오스처럼 섞이고 혼재하며 충돌한다. 이미지들은 문명비판가들의 통찰을 담아, 이 분명한 사물과 상품의 삶으로만 이루어져 더 이상 사람이 사람다울 수 없는 부재의 상태, 죽음이 곧 도시를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도시에서의 삶이란 죽음과 동치인 것이다. 작가는 이 한결같고 동일한 생사의 법칙을 벗어나는 단절과 선회의 길은 있는지 묻는다. ● 그러니 작가의 주제와 이미지들은 조형의 문제에서 출발하였으나 조형을 벗어나 사람이 살아가는 문제의 근원을 향한다. 생의 반성이나 사색이 곧 이미지들의 운동이 된다. 그리고 이미지들은 무한의 사물과 이미지들의 갈래를 거치면서 하나의 장소로 모여, 앞서 보아온 영혼의 황무지로서 도시와 도시적 삶의 길은 어디로 향하는지 묻고 있다. ■ 김노암

김춘재_Gaia_캔버스에 유채_45×45cm_2011

Escape on a City or Conveyer Belt-1. Dissembled Life ● In the work of artist that a missionary who delivers joy of life take his own life by the pain of the disease and makes the highest-priced art, 'death' is reproduced. In the period that even death is made good use of a product, that is not a big deal. In a capitalistic society, death is the exchange value and market value. This recognition that is not new is the theme that tortures artists in modern period and in present period, which does not get out of the modern period. ● The works of artist Kim, Choon-Jae started from the society-critical and civilization-critical consideration and meet the metaphysical aspects. His images are mixed up like waste materials that cities are discharging. In there, collage of events and events that mass mediae throw was composed, it is buried that dilemma of current life of civilization and city, and life and death under it at a glance. Not a single artist is not in the dilemma and confliction. Artist Kim takes more direct attitude. A certain sign that approaches toward civilization of death by growing apart of life and birth is seen. ● The last works of the artist Kim expressed like vomiting dwelling machineries and property machineries that the life and villages were disappeared and expanded ceaselessly by buildings, the works in this exhibition put irresistible fear and anxiety for the nature that get out of the power of civilization such as tsunami in Japan, the great flood of Thailand, and big earthquakes in China and Turkey etc. The cities and nature are twisted and painful abnormally to be in harmony any more. ● Long time ago, Tolstoy expressed the life of human being as an appearance that was seized with sweet subject between accidental deaths that come unexpectedly and unavoidable fateful deaths. His works is a kind of making distance for the longing and aiming for the sophisticated cultural life and abundance of urban life, and it embodies demands of hapless changes and premonition of strong revelation by taking another step from critical attitude. Another face of strong desire for the material abundance and convenience appeared. Except for extremely minor class, most of people are falling into the depth of misery unavoidable. That is an uncomfortable report. ● His works is the active concerns, responses and expressions for the reality of today. He cannot stay the tradition of conventional theme and expression any more. The tradition of oriental reasoning, Western civilization and society-critical attitude get together. Artist Kim also aims the estrangement effects or montage to express hidden meaning or facts that exist at the hidden sides of phenomenon came to the surface rather than formative effects. Like Mr. Shin, Hak Chel who criticized the immorality and contradiction of political and social reality in Korea in 80s used the forms of collage actively. ● His images reproduced that lives in the city as a lives on numberless waste dumps or resource recycling centers that operate with the name of this and that names that are flourishing around the cities. Since the industrial society, every object is products and every product becomes secondhand articles and wastes right after produced and distributed. According to the artist, we are the residents on the movement of those objects and products, the conveyer belt. On its foundation, those things such as the methods and processes that form a main agent, a birth of an individual person, meaning of existence and the problem of desire cross the problem of life, death, civilization and city. ● 2. Between Stupidity and Wisdom ● The principle of modernity organized the modern civilization is inherent clearly in the space and time in our lives. Besides, the city that most of people dwell is the site that the principle of modernity and material civilization penetrates. It is matrix and nature. The dictionary definition of nature is existing when only huge events happen such as flood in Thailand, earthquakes of China and Turkey and Japan, or alive in the TV. All of our realities and daily lives are giving birth in the city, growing and disappearing. ● Maybe, city is the only space of life that we know. There is nobody who denies that the life of city is the standard of the life which is the only one with the most powerful authority. Though we are visiting all cities in the world, it is the reality that a model of city in the growing process finally. In a city, we are born growing and learning. In a city, we are getting jobs, making family and dreaming the futures and filling arts, cultures and leisure. Is it possible to discuss life by leaving cities? However, cities are not the ideal place of life, aren't they? It is the given space and structure already regardless of our situations and decisions. However, it is obvious that the start of life is the city for most of people, but about the matter of its processor conclusion should be urban also, it is not. ● Since the Industrial Revolution, the modern civilization could be exaggerated as the ultimate of stupidity. Joseph Conrad, the English writer in 19th century, saw the city through London as a place that contracts savagery of human beings. City is the factory of uncleanness, chaos, crime, poverty, conspiracy and violence. He already regarded that city is the origin to exploit human beings and resources in the global aspects as well as the place of moral depravity. ● Poet William Blake, who lived in the same period, said that "When pursue stupidity until the end, idiot become wise finally." However, there is neither reason nor time to repeat obstinately proven stupidity clearly. It is not to go until the end that the civilization of stupidity. Ecosystem and my fatal time do not wait. Moreover, living in a city and living a civilization is more and more so. ● Already, these discernments have been expanding through words and acts of numberless artists and thinkers, and ordinary unknown people. The eye of artist Kim also goes along that route, so all images are mixing and blending like a chaos of civilization and crushing. Images are telling that the status of absence, that is death that human beings are not like human beings any more by composing this distinct life of objects and products by putting penetration of civil criticizers. The life in a city is the equivalent with death. Artist asks that there are ways of turning and severance to get out of this constant and same rule of life and death. ● Therefore, the themes and images of artist started from the formative problems but it heads toward the origin of the problems that human beings are living out of formative ones. The reflection or consideration for life becomes the movement of images. And images are gathering together to one place by passing parts of infinite objects and images, so they ask the way of urban life and city as a wasteland of spirit saw earlier is toward where. ■ Kim, No-Am

Vol.20111112i | 김춘재展 / KIMCHOONJAE / 金春載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