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춘展 / PARKBYOUNGCHOON / 朴昞春 / painting   2011_1105 ▶ 2011_1201 / 월요일 휴관

박병춘_창밖의 풍경-숲바다_한지에 먹, 아크릴채색_124×384cm_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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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1_1105_토요일_05:00pm

기획 / 갤러리이레

입장료 / 1,000원

관람시간 / 10:00am~06:30pm / 주말_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이레 GALLERY JIREH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1652-405번지 예술마을 헤이리 Tel. +82.31.941.4115 www.galleryjireh.co.kr

"섬"'예술가는 바다에 떠있는 섬과 같이 세상에 떠있는 섬이다' 나는 세상에 떠다니는 수많은 섬들과 만난다. 서해와 남해, 통영과 신안, 제주도와 진도의 바다위에 무수히 떠다니는 다도해와 강원도의 계곡에서 히말라야의 길 위에서도 섬을 만났다. 나에게는 바다에 떠있는 섬만이 섬으로 보이지 않는다. 홀로 자신을 지탱해 가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섬으로 보인다.

박병춘_춤추는 다도해_한지에 먹_75×145cm_2011
박병춘_욕지도를 날다_한지에 먹_125×192cm_2011

2007년 겨울 한 달간 제주도에 머물면서 눈 내리는 제주도의 겨울 풍경을 그렸다. 바다에서 밀려오는 눈보라를 보면서 황홀경에 빠졌던 기억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매일 스케치를 가기위해 지나치던 길목에 있던 전복양식장의 실장은 말 많은 낯선 이방인의 접근에 늘 경계의 눈빛을 보냈지만 이제 제주에서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 나를 반겨준다. 섬 같지 않았던 섬, 제주에 머무는 한 달 동안 나는 섬사람들과 친해지는 법을 배웠다. 그 이후 나는 신안의 비금도, 팔금도, 임자도, 도초도, 흑산도와 완도, 진도, 보길도, 남해, 거제도, 통영의 욕지도, 매물도, 사량도, 연화도와 서해의 여러 섬들로 여행을 다니며 많은 스케치를 했다.

박병춘_섬_한지에 먹_69×99cm_2011

환상적인 아름다운 섬들이 모여 있는 통영의 바다는 세상의 보물이다. 그곳에 있는 섬들은 소중하지 않은 섬들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용머리 해안이라는 멋진 바위절벽을 가진 연화도와 산위에서 지리산이 보인다 하여 붙여진 섬 위의 지리산을 가진 사량도 멋진 풍광과 다도해를 사방으로 굽어 볼 수 있고 옛날 제주도의 귤 맛을 느낄 수 있는 욕지도, 아름다운 등대섬이 있는 소매물도는 통영의 자랑이다. 멸치보쌈과 다랭이 마을이 떠오르는 남해는 그 자체로 온화함을 품은 섬이고 진도는 남도문화의 씨앗을 피운 섬답게 운치도 있고 음식 맛도 좋다. 윤선도의 체취가 물씬 풍기는 보길도와 남도 사람들의 고향 같은 섬, 신안의 여러 섬들은 사람들이 질퍽지고 구수해서 오랫동안 추억들이 잊혀지지 않는 묘한 매력이 있다. 많은 해안의 비경과 해변이 있는 부자섬 거제도는 내가 20년 전 신혼여행을 갔던 추억을 담은 해금강이 있다. 주말이면 언제든지 달려가 바다를 볼 수 있는 강화의 섬 외포리도 좋고 덕적도, 굴업도도 좋다. '섬에서 나는 한없이 순수해진다. 고립된 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사색뿐이다. 나에 대해 세상에 대해 가족과 친구에 대해 마음씀씀이가 부족한 것은 없는지 반성하고 성찰하고 내 예술에 대해 한없이 깊게 빠져볼 수 있다. 그래서 섬이 좋다.'

박병춘_독도위를 날다_한지에 먹_ 69×98cm_2011

섬은 나에게 세상의 부질없는 것들에 집착하지 않는 법을 가르쳐준다. 사람냄새 진한 섬으로부터 멀어지면 그저 섬은 흐릿하게 물위에 부유하는 작은 조각일 뿐이다. 하얗게 검게 둥실둥실 떠서 우아하게 신비스럽게 춤을 춘다. 세상사 모든게 어쩌면 섬에서 벌어지는 작은 에피소드 일지도 모른다. ● 2년 전 네팔에서 15일 동안 혼자 히말라야 라운딩 코스 트렉킹을 한 적이 있다. 매일매일 7,8시간을 걷는 고단한 길이였지만 신기하게도 생각은 예술에 대한 것들로 더 깊이 있게 빠져들게 되었다. 그렇게 2주를 걸어 5500미터의 트롱나빗 이라는 고개의 정상에 올라섰다. 많은 생각과 자기 성찰이 함께한 시간이라서 그런지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려 멈추질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서서 감동의 시간을 보내고 무심히 주변을 둘러보는데 이상하게도 땅바닥에 펼쳐진 검은 바위 동들이 움직이는 어떤 생명체처럼 다가왔다. 마치 사람들이 살고 있는 커다란 섬을 축소해 논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스케치북을 꺼내 열심히 돌들을 그려 넣었더니 영락없는 섬 이였다. 그것은 외로운 길을 걷던 내가 내 처지와 비슷해 보이는 섬으로 인식하자 금세 섬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2주 동안 고단한 길을 걸어 왔던 내 성찰이 담겨있는 섬이 되었던 것이다.

박병춘_사량도를 날다_한지에 먹, 아크릴채색_130×162cm_2011

그 이후 길에서 만나는 작은 돌들이 다 섬이 되고 그것이 놓이면 어떤 장소든 모든 것이 바다가 되었다. 이번 전시에 여름을 연상 시키는 강열한 푸른색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제껏 먹으로 명상적이고 모던한 느낌의 풍경을 그렸다면 '섬'전을 통해 강열한 색채의 실험과 산위에서 내려다본 다도해 풍경으로 이전에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과감한 구도를 시도하였다. 많은 사생을 통해 섬을 그리고 그 섬을 묘사하는데 집착하지 않고 터치의 리듬을 살려 경쾌하고 즐거운 필법을 시도하려고 하였다. 섬세함 보다 붓의 놀림을 통해 작품에 좀 더 에너지를 불어넣으려고 하였다. '창밖의 풍경-산방산'의 곶자왈 표현에서 붓질의 경쾌함과 추상성을 엿볼 수 있다. '독도 위를 날다'는 물위에 홀로 떠서 외로이 외세와 맞서 싸우는 강인한 독도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뽀족뽀족한 날카로운 형태를 강조하였다. '욕지도를 날다'는 아름다운 섬의 모습을 시원스럽게 표현하려고 하였고 '다도해를 날다'는 우리나라 바다의 사실적 풍광을 표현한 '바다진경'이라 할 수 있다. 여행길에서 주워온 작은 돌들을 물에 비취는 섬으로 표현한 섬 시리즈는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돌이 섬이 되고 섬이 돌이 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고 강렬한 붓 터치로 일획에 그린 '섬' 드로잉은 이번 전시를 통해 내가 어떻게 생각의 폭을 발전시켜 나갔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 처음엔 사람들이 사는 섬을 그렸다. 그리고 섬에서 만나는 길을 그렸고 섬에서 만나는 풍경을 그렸다. 그다음 섬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 그 섬과 다도해를 그리고 배위에서 만나는 떠다니는 섬을 그렸다. 그러다 여행길에서 주워온 돌을 그리고 물그림자를 그려 넣어 물위에 떠있는 섬이라 이름 붙였다. 그래도 채워지지 않는 목마름 때문인지 몇 날을 고민하다 어느 날 눈을 감고 내 안에 떠다니는 섬을 그렸다. 그러자 비로소 내 마음이 평화로워 졌다. 그러나 목마름은 더 간절해진다. '예술가는 세상에 떠있는 섬, 나는 그 섬을 그리고 싶다'박병춘

Vol.20111110d | 박병춘展 / PARKBYOUNGCHOON / 朴昞春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