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1_1109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30am~06:30pm
관훈갤러리 KWANHOON gallery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5번지 Tel. +82.2.733.6469 www.kwanhoongallery.com
일루전(Illusion)을 통한 확장된 사유(思惟) ● 성주미는 풍경을 그린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마주할 수 있는 풍경이다. 사진을 찍는 모습 거리를 걷는 사람과 건물들 모두가 일상적인 흔적들이다. 그녀의 회화적 도구는 일상을 쫒는다. 작가의 회화에 담긴 풍경들은 사실 작가 스스로가 모두 경험한 것들이다. 그러나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친숙함을 주는 묘한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마도 작가의 경험이 우리의 경험과 다르지 않은 어느 누구의 사진첩에서도 한번은 봤을 법한 일상적인 풍경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성주미의 회화는 낯익지만 낯 설은 인식의 충돌을 주는데, 이것은 인지하자마자 기억을 그리고 상상을 그리고 깊은 사유를 선사하고 있다.
낯익지만 낯 설은 성주미의 풍경은 본래 사물들이 가진 색과 형태를 그대로 옮기는 방법을 배제하고 사진의 반전 기법을 차용한다. 이러한 회화적 방법론은 작가가 느꼈던 일상적 풍경에 대한 기억과 그것에 관한 아우라에 대하여 관람자에게 더욱 폭넓은 사유(思惟)의 공간을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작가의 기억을 직설적인 화법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한번은 마주했을 법한 이 풍경을 통해서 관람자가 가지고 있을 기억과 추억을 꺼내 놓고 다시한번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책을 읽을 때 묘사된 어휘에 따라 저 마다 주관적인 해석에 의해 다양한 공간을 만들어 낸다. 이것은 텍스트와 '텍스트를 읽는 자' 사이에 공간을 만들어 사유의 폭을 넓혀 주는 것과 같은 원리인 것이다. 읽고 인식하고 상상하여 사물을 분석하는 특징을 가진 문학과 달리 시각으로 바로인지 되는 미술의 특징으로 인해 만약 사물을 사진과 같이 구현해낸다면 관람자와 시각예술간의 생기는 사유의 공간은 좁아지기 마련이다. 이런 의미에서 사진의 '반전기법'을 방법론으로 채택하고 있는 성주미의 회화는 책을 통해 인식하고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듯 관람자와 시각예술 사이에 폭 넓은 의미의 사유의 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시각예술은 이미지의 결합과 작가의 주관적 해석에 의해 새로운 환영을 만들어낸다. 성주미의 회화 또한 앞서 언급한 과정을 통해 작품과 관람자 간의 일루전(Illusion)을 끌어낸다. 일루전이라는 단어에는 환각, 환영, 환상 착각 등 여러 의미가 있는데 이 모두가 녹아들 수 있는 세계를 인식하고 구축하는 뜻도 포함한다. 대부분의 일루전은 초현실주의의 범주로 속하는 매끈하게 빠진 섬세하게 묘사된 사물들의 충돌과 눈속임 회화의 중요한 이론적 요소로 자리 잡는다. 사물과 공간의 무관한 배치로 인해 생기는 충돌과 극사실회화에서 만날 수 있는 사실적인 묘사로 인해 생기는 현실과 비현실의 착시는 관람자로 하여금 환영과 환각 즉, 일루전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루전들은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사건과 모호하고 불분명한 상황에서 더욱 빈번히 일어난다. 환영은 사진처럼 명확한 그림에서 느낄 수 없는 감성으로 공감을 이끌어내는 묘한 능력을 가졌다. 같음과 다름의 이 묘한 경계의 틈에서 다양한 사유들이 생겨나는데, 작가의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풍경이 유도하고자 하는 부분도 이러한 부분이다. 이렇듯 성주미의 경험적 풍경들의 재해석은 작가의 적극적인 주관으로 사유의 공간을 만들어 관람자에게 전달이 되었다.
성주미의 초기 작품에서는 관람자의 상상과 공감 그리고 기억을 이끌어내는 하나의 장치로 만화에서 흔히 대사의 전달 도구로 흔히 쓰이는 '말풍선'을 하나의 장치로 사용했다. 작가는 자신의 말이 아닌 그 안에 관람자의 기억을 넣기를 유도한다. 이것은 일루전의 이중적인 장치로 볼 수 있다. 풍경을 통해 생긴 개별의 사유와 또 하나의 사유를 반복적으로 배치함으로써 일루전은 극대화 되었다. 그런데 이번 전시를 통해 성주미는 시각적 방법론을 조금 더 간소화함으로써 작가가 제시한 공간과 관람자가 상상할 공간의 거리를 넓혔다. 반전기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색감은 더욱 간결해졌고 마치 흐릿한 기억의 한 장의 낡은 사진을 꺼내 든 듯한 느낌을 줌으로써 더 깊은 침잠(沈潛)된 사유를 유도한다. 이것은 시간개념으로 본다면 경험적 근거들에 시간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시간은 그 간격이 벌어 질 수록 사유가 깊어질 수밖에 없는 원리를 가지고 있다. 작가는 색의 불문명함과 형태의 변형을 통해 사유의 공간에 불필요한 장치들을 제거함으로써 관람자가 주체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을 확장하는 것이다. ● 이 밖에도 작가가 관람자에게 적극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공간을 주는 방법론이 바로 형체의 변형이다. 성주미의 이번 회화에 나타나는 형체들, 건물 혹은 자전거 등 다양한 피사체의 형상 대부분이 왜곡되어 있다. 이것은 특정한 장소나 혹은 특정한 명칭으로써의 지시성을 배제하고 불특정성으로써 어떠한 적극적인 설명도 부여하지 않음으로써 작가가 아닌 어떠한 타자가 마주하여도 그것을 마주한 주체만의 명칭성을 가지게 된다. 작가의 경험이지만 나의 경험 또한 타자의 경험이 되어 깊숙이 박혀있던 기억을 끌어낸다.
이렇듯 작가는 일상적인 소재를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온다. 무수한 일상이 사실은 가장 소중한 것이며 다시한번 돌아보길 권유하는 것이다. 마치 나의 낡은 사진첩을 꺼내 보는 것처럼.....성주미의 회화가 선사하는 사유의 공간에서 오늘과 다름없는 내일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잠시라도 지금 현재의 자리에서 떠나 아련한 지난날의 추억을 그리고 또 다시 나의 사진첩에 기록될 소중한 추억을 미리 상상해보길 바란다. ■ 박소민
Vol.20111109g | 성주미展 / SUNGJOOMI / 成妵美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