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강경구_강석진_강우문_강형구_강환섭_곽훈_구자승_권순형_금동원_김교만_김기승 김기창_김덕용_김도원_김봉태_김서봉_김선두_김성보_김성환_김영재_김영주_김영태 김원룡_김응현_김정숙_김종하_김종학_김창락_김창열_김태_김학수_김한_김현_김흥수 남관_노광_노재승_문신_문은희_문학진_민경갑_민복진_박고석_박기태_박대성_박수동 박영선_박영성_변종화_석도륜_송수남_송영방_송용_신동우_신문수_신재남_심죽자_오수환 오승우_오용길_오태학_원석연_윤명로_윤중식_이대원_이두식_이만익_이상범_이석주_이양원 이억영_이왈종_이우경_이원좌_이일영_이종무_이종상_이준_이충근_이한우_이항성_임권택 임직순_장리석_장우성_장욱진_전뢰진_전상수_전혁림_정강자_정건모_정문경_정영남_정탁영 조중현_조평휘_중광_천경자_최경한_최낙경_최영림_프란체스카_하인두_하태진_한운성_허건 허영만_홍석창_홍종명_황용엽_황유엽_황주리_황창배 등 113명
후원/협찬/주최/기획 / 롯데갤러리 본점
관람시간 / 10:30am~08:00pm / 백화점 영업시간과 동일
롯데갤러리 본점 LOTTE GALLERY 서울 중구 소공동 1번지 롯데백화점 본점 12층 Tel. +82.2.726.4428~9 www.lotteshopping.com/depart/branch/gallery/main.jsp?branch_cd=001
113인의 화가들이 마음을 담아 손끝 정성으로 그린, 작은 종이(봉투) 위에 그린 대작大作! ● 예술의 궁극적인 목적이 어떤 감동을 주거나 어떤 위안을 주는 데 있는 것이라면 그 작품이 반드시 커야 할 이유는 없다. 오케스트라만이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니다. 피아노 한 대나 바이올린 한 대로도 커다란 감동을 받을 수 있다. 엽서 한 장이나 봉투 한 장에 그려진 한 폭의 그림 속에도 우주만물의 삼라만상과 아름다움을 담을 수 있고 얼마든지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김성환 씨가 공개한 유명화가들의 까세 콜렉션은 귀한 손님이 오면 내놓으려고 오래오래 묵혀둔 된장 같다. 뜨거운 햇빛과 끊임없이 돌보는 주인의 정성에 비례해 장맛이 좋아지듯, 이 '작은 봉투 위에 그려진 대작' 콜렉션에는 김성환 씨의 노력과 손때가 그대로 묻어나 있다. 6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화가들과 인연을 맺으면서 한두 점씩 받아 모아온 육필 까세. 작은 편지봉투, 조악한 종이 위지만 화가들의 손길이 닿으면 어느새 멋진 작품으로 탄생된다. 까세 콜렉션을 완성하기 위해서 그는 인맥을 이용하기도 했고, 찾아가 설득하기도 했고, 고바우영감 원화를 선물로 주면서 받아오기도 했고, 술 한 잔 사주고 받아오기도 했다. 많은 예술가들에게도 그는 충분히 매력적인 사람이었기에 모나리자다방에서 이야기도 나누고 대폿집에서 술을 나누면서 그림도 한 장 그려주고 싶었을 꺼다.
커다란 캔버스 위에 그려진 그림, 분위기 좋은 미술관에서 조명을 잘 받아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작품을 감상하는 일도 물론 즐거운 일이지만, 저자와의 인연을 끈으로 상업성을 배제한 채 그려진, 거기에 화가들의 각자 개성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 까세를 보는 것은 나름대로 쏠쏠한 재미가 있다.
까세를 모은 지 50년이 넘다 보니 어느덧 약 160명의 화가로부터 육필 까세를 받았고 이미 작고한 화가도 50여 명에 이른다. 그래서 작고한 화가들에 대한 회고담은 저자에게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좋은 추억이 된다. 아무리 천하에 유명한 시사만화가 김성환이라고 할지라도 화가에게 그림을 맡기고 운좋게 쉽게 돌려받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림을 받기까지 몇 달이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 수집이란 목표를 위해선 자존심을 버려야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 까세 수집을 통해 그는 가장 어렵게 모은 수집품이야말로 가장 오랜 사랑을 받는다는 이치를 깨달았다고 한다. 그래서 울적하거나 어려운 일을 당할 때마다 이 수집품을 펼치고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한결 시름이 사라진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관람객에게 바라는 것도 아마 이런 기분을 공감하는 것이 아닐까. ● 당연한 일일지 모르지만, 우리는 오래 함께 해온 것에 많은 애착을 갖는다. 집에서 키운 강아지가 더 이상 동물이 아닌 가족으로 느껴지듯, 몇 년째 차 온 시계가 그 어떤 비싼 물건보다 소중하게 느껴지듯 말이다.
작가들의 대표작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전시에는 160여명의 550여 점의 콜렉션 중에서 엄선하여 시대를 풍미했던 113인 화가들의 흔적과 그것을 열정적으로 모은 한 사람의 삶이 고스란히 담았다. 많은 화가들의 정식 작품과는 다른 느낌의 개성 넘치는 육필 까세를 엿보는 재미는 물론, 그림에 대한 고바우 김성환의 열정과 50여 년 동안 한길만 걸어온 그의 세월의 흔적이 짠한 감동을 줄 것으로 보인다. ■ 롯데갤러리 본점
박수근 화백과의 일화 ● 우표수집가들의 수집품목 중에는 초일봉피 수집이란 게 있다. 새 우표가 탄생하는 날, 즉 우체국에서 새 우표를 판매 개시하는 날 편지봉투에 그 우표를 붙이고 그 날짜 일보인(소인)을 찍어서 모으는 것을 말한다. 이걸 초일봉피라고 부르며 다시 그 우표에 연관된 그림을 봉투 한 모퉁이에 그려 넣는 걸 까세라 부른다. CACHET란 프랑스어로 20세기 이전까지 유럽에서 편지를 보낼 때 봉투를 접고 그 접은 곳에 풀 대신 밀랍 . 파라핀류를 떨어뜨리고 자신이나 자신의 집안 문장이 새겨진 반지(도장)를 찍어서 봉인해 버리는 것을 까세라 불러왔다. 그것이 요즘은 우표 수집가들 사이에선 우표와 연관된 그림을 봉투에 그린 것을 뜻하게 되었다. 대개는 우표상에서 대량으로 인쇄를 해서 수집가들에게 팔고 있다. 이걸 초일봉피 까세라 부른다. 나는 이왕에 초일봉피 까세를 모은다면 가장 어려운 방법으로 그 우표에 연관된 그림을 봉투에다 직접 화가들에게서 그려 받아 모으면 어떨까? 라는 착안을 했다.
6.25 동란 당시 국방부 미술대 시절 종군화가단의 화가들과는 일년 이상 침식을 함께 했으나 이대로 세월이 흘러가면 한때의 노화백들과의 친분관계를 나타내는 어떠한 증표도 남아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60년대 초에 우표 수집을 하게 되면서 초일봉피 위에 직접 노화백들의 육필까세를 한두 접씩 받아 두면 상당히 재미난 수집품이 될 것 같아, 우표의 초일봉피를 만들어 두었다가 화가 분들과 만나게 될 때마다 부탁을 드려 그려 받아 모아두게 된 것이다. ● 그리고 가장 어렵게 모은 수집품이 가장 오랜 사랑을 받는다는 이치를 이 수집으로 알게 되었다. 화가에게 그림을 맡기고 따로는 운 좋게 쉽게 받는 경우도 있었지만 때로는 몇 달이 지나서 회수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울적할 때나 어려운 일을 당할 때마다 이 수집품을 펼치고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한결 시름이 사라지는 것이었다. 이 책을 보면서 나의 이런 기분과 조금이라도 공감하는 분이 있다면 나는 그걸로 커다란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김성환
Vol.20111108j | 다정한 편지-고바우 김성환 소장품, 현대화가 113명이 그린 작은 봉투 위에 대작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