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동화

김경민_박현웅_이행균展   2011_1108 ▶ 2011_1209 / 주말,공휴일 휴관

박현웅_그에게서 온 초대장_캔버스에 혼합재료_120×165cm_2011

초대일시 / 2011_1108_화요일_06:00pm

리나갤러리 3인 기획 초대展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주말,공휴일 휴관

리나갤러리 LINA GALLERY 서울 강남구 논현동 229-26번지 해광빌딩 1층 Tel. +82.2.544.0286 www.linaart.co.kr

코 끝에 찬바람이 스치고 한겹 두겹 껴입어야 할 정도의 알싸한 추위가 오면서, 따뜻한 온돌방에서 호호 불며 까먹는 고구마가 맛있어지는 계절이 돌아왔다. 어릴 적 할머니 댁에 놀러 가서 이손 저손 고구마를 옮겨가며, 이불 덮고 누워 동화책 읽던 잊고 지낸 기억처럼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한다. 우리는 어른이 되어서 문뜩 어릴 적 포근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때는 참 좋았는데..'라는 말을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는 거 같다. 어릴 적 할머니 품에 안겨 듣던 그림동화 이야기가 가끔씩 떠오르며 따뜻한 정서를 불러일으켜 그때를 회상하게 해준다. 요즘 현대인들은 시간에 쫓기고 각박한 사회 속에서 살아가며 감정이 메말라가고 있다. 그러한 현대인을 위한 처방제로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타이틀을 가진 책들이 속속들이 발매되고 있다. 이번 리나갤러리에서도 잊고 있던 감성을 불러일으킬만한 그림동화 같은 포근하고 따듯한 전시를 기획하였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야기를 진솔하고 위트있게 동화 같은 미술작품을 창조하고 있는 3명의 작가가 모여 우리들의 마음을 따듯하게 녹여주려 한다. 김경민, 박현웅, 이행균 작가의 작품들을 보며 머리 싸매며 고민했던 무게를 내려놓고 마음편히 즐겁게 감상하는 시간을 갖아 보길 바란다.

김경민_유쾌한 산책_청동에 아크릴채색_66.5×87×30cm_2011
김경민_균형_청동에 아크릴채색_77×94.5×71cm_2011
김경민_기념일_청동에 아크릴채색_150×90×45cm_2011
김경민_외출_청동에 아크릴채색_125×24×95cm_2011

김경민 ● 김경민의 근작에는 작은 눈과 큰 코, 넉넉한 입과 큰 테의 안경, 사선으로 내리 뻗은 길다란 말상을 한 마음씨 좋은 남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는 작은 선물 보따리를 양손과 팔에 휴대하고 분주하게 움직인다. 빨간 넥타이와 푸른 상의, 세로줄무늬의 바지에다 두툼한 구두를 신고 활달한 걸음으로 걷고 있다. 근작 속의 사람들은 야위었고, 팔과 다리는 금새 꺾일 듯 가냘프다. 현실 속의 사람 같지 않다. 분명히 어느 시사 풍자만화나 코믹 스트립에서 길고 가느다란 인간. 이른 바 스트립들로서 살고 있는 사람이다. 외관상 특징이나 결점을 우습고 재미있게 과장한 풍자화의 주인공들이다. 확실히 캐리커쳐의 공간에 살고 있는 주인공이다. 이 주인공은 과도한 부담을 짊어지고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있다. 비틀리고 구부러진 모습이 역역하다. 남성 주인공의 파트너로서 핑크 빛 의상에다 길다란 검정 부스를 한, 아주 더 가냘픈 여성 주인공이 등장한다. 여성 주인공 역시 여리고 핏기 없는 긴 팔과 다리를 하고 있다.(중간생략) ● 이번 근작들은 첫 머리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일상적 삶의 진솔함을 보여준다. 인체의 볼륨을 크게 줄여 미소화된 인간상을 등장시킨다. 해학을 보다 더 밝은 쪽으로 경도시킨다. 브론즈에다 아크릴릭 컬러링을 하거나, F.R.P를 사용한 보다 진한 색채조각을 구사하는 게 눈에 띈다. 작가가 치열하게 모색해 온 양식과 형태가 팝 리얼리즘의 브랜드로서 모습을 한층 더 확연히 드러낸다. 말미에 추가해둘 건 김경민의 팝 리얼리즘이 갖는 현실적 배경이다. 작가는 일찍이 '땅 위에 삶을 세운다.'(1997년[노트])는 걸 모토로 삼아왔다. 그녀의 조각들은 그래서 얼굴을 밝은 하늘을 향해 치켜세운 건강한 얼굴로 경쾌하게 달리는 동태적 인간상을 형상화해왔다. 이러한 표정들은 소비사회의 물신들의 표정을 상기시킨다. 근작들의 인간상의 표정은 거대도시의 무게에 짓눌린 인간들의 왜소함으로 읽힌다. 일견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읽힌다. 정신적 가치를 상실한 인간들이 물성적 가치에 의지해서 그날 그날을 연명하는 가벼운 존재들의 해학적인 미소함을 리얼하게 보여준다.

이행균_꽃을 든 여인(메인)_브론즈, 과테말라석, 대리석_58×20×27cm_2011
이행균_독서하는 여인_브론즈, 과테말라석, 대리석_45×37×34cm_2010
이행균_바이올린 켜는 여인_브론즈, 과테말라석, 대리석_57×27×24cm_2010

이행균 ● 이행균의 작업은 결코 쉽지 않은 주제들로 스크럼을 짜듯 꽉 짜여 있었다. 우주, 인간, 순환 그리고 시간의 문제들이 미학적 의미로 무장해 등장한 작품들은 향후 조각사 연구에서 거론 될 수 있는 작품들로 보인다. 돌의 선별에서 매스의 형성까지 어느 것 하나 제 손을 거치지 않는 작업 방법은 지난한 노동의 연속이다. 특히나 돌의 경우 떨어져 나간 파편만큼 시간의 겹이 쌓이는 것이기에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중간생략) ● 그가 최근 조각한 작품들은 어렵지 않다. 재질의 마티에르를 표현하는 방식과 조형의 형식도 쉬운 언어를 택하고 있다. 시각적으로 쉽다는 것은 형상의 사실성에서 비롯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작품의 향취가 고루하지 않고 보편적이라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작품들에서 이행균은 일상에서 조형을 길어 올렸다. 바로 여기, 그가 살고 있는 삶의 현장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번 작품에서 세상을 향해 열려있는 이행균의 따듯한 시선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번 작품들에서 특기할만한 사실은 단일성의 작품이 아닌 일종의 '상황조각'을 연출하고 있단 점이다. 하나의 작품에서 완결점을 찾는 것이 근대조각의 특징이라면, 최근 조각의 흐름은 서사의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상황'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변별된다. 이행균의 이번 작품들은 작고 아담한 일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일상은 수채화 같기도 한 풍경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어른이 되어 상실해버린 순수의 표피가 거기에 있고, 또한 달리 보면, 어른의 세상을 동경하는 아이들의 욕망이 숨어있다.

박현웅_꽃피는 언덕 4_캔버스에 혼합재료_41×39cm_2010
박현웅_만남_캔버스에 혼합재료_61×62cm_2011

박현웅 ● 박현웅의 작품은 동화적인 환상과 그것이 주는 포근함이 특징이다. 관객으로 하여금 비판적인 거리를 두고 뜯어보게 하기 보다는, 동화되고 싶은 즐거움과 편안함을 준다. 그의 작품은 직시하고 싶지 않은 불편한 현실이 지배하는 지금 여기에서 벗어나, 달콤한 상상의 여행을 떠나고 싶은 이들에게 동승하기를 권한다. 따뜻한 느낌을 주는 나무판을 조립하고 여기에 밝은 색채가 가미되었으며, 무엇보다도 여행의 메타포가 강한 소재들이 대거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이 처음부터 밝았던 것은 아니다. 특히 금속 공예를 전공한 그가 사용했던 금속 소재의 인물들은 모노톤으로 표현되며 주변의 환경과 겉도는 외로움을 품고 있었다. 최근 2-3년 동안 작업에 집중적으로 사용된 나무는 금속의 번쩍임과 무거움, 그리고 색채의 한계를 넘어 무광의 담백함과 화려한 색채, 무엇보다도 작업의 수월함을 가능하게 했다. ● 그의 작품은 평평한 캔버스에 그려진 것이 아니라, 목재를 오려서 짜 맞춘 독특한 구조 위에 구현되어 있다. 이미지에 맞게 목재가 오려져 조립되는데, 작품에 따라서 8층까지도 올라간다. 복잡한 외곽선이 있는 세부 작업은 실톱으로 제작된다. 그리기보다는 만드는 작업에 방점이 찍혀진다. 가구 제작하는데 많이 사용하는 핀란드 산 자작나무를 자르고 오려 붙인 다음 색을 칠한다. 그 위에 다시 조각을 하여 색다른 질감을 주기도 한다. 붙이고 짜 맞추는 과정을 통해, 이미지의 층위는 점차 두터워지며, 화면 위에는 조명에 따라 회화에서는 볼 수 없는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평면위에 입체를 표현하거나, 오브제를 붙이는 것이 아니라, 평면들이 중첩되어 이미지가 합성된다. 그 위에 나무 판들이 얹혀 질 배경 화면은 종이에 그리고 색을 칠해 나무에 붙인다. 그림처럼 한 평면에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기 독립된 판들이 쌓여지는 구조는 단편들이 연결되는 기억의 매커니즘과 비슷한 방식이다. ■

Vol.20111108d | 그림 동화-김경민_박현웅_이행균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