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김경희 블로그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1_1108_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교동아트센터 GYODONG ART CENTER 전북 전주시 완산구 풍남동 3가 67-9번지 Tel. +82.63.287.1244 www.gdart.co.kr
바람에게 보내는 편지 ● 작년4월, 여덟 번째 개인전을 치르면서 문득 생각 하나, 마음을 툭 건들었습니다. '앞으로 난 얼마나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덜컥 겁이 났습니다. 남은 세월의 적음은 상관없지만 집착의 너울을 쓰고 게으름의 신발을 신고 열심히 흘려보낸 세월들. 새삼스럽게도 충격이었습니다. 삶이라는 순례의 여정 또 다시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하는데 발걸음이 무거워 한 발짝 옮기기가 힘든 걸 보니 아직도 버릴게 많은가 봅니다. 처음부터 가질 수 없는 것도 많았고 쪼그만 신앙의 힘으로 많이 비웠다고 생각했는데.. 가지치기를 시작했습니다. 세상의 것을 덜어냅니다. 그래도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정말이지 좋아했던 취미... 마음 아프게 놓았습니다. 여전히 무겁습니다. '뭘 더 버리라는 것이야?'라는 발칙한 반항을 하다가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내 안에 내가 너무 많았음을 보았습니다. 탱자나무 가시만큼이나... .바로 그 것이었습니다. 하나 버리고 돌아보면 다시 채워져 있어 '새로운 시작'을 민망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누가 자그맣게 속삭입니다. "예술가는 신의 은밀한 종이래" 저 깊은 곳에서 미소가 피어오릅니다. '은밀한 종' 얼마나 가슴 설레는 말인지요. "그래, 은밀한 종의 삶은 당연히 치열하고 고단한 것이야"
그 설레임은 꿈을 낳았습니다. 순례의 여정에서 끊임없이 만나게 되는 '영혼의 흔들림'을 그리고 싶다는 것. 비우는 연습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지요. 그러나 꿈으로 그칠지라도 난 소망합니다. 그런 소망이 잠재되어 있어서일까요. 이번 전시작품을 준비하면서 유독 가슴앓이가 심했습니다. 생각은 하늘에 있고 손은 땅바닥을 더듬고 있는 내 모습을 줄곧 지켜봐야 했으니 참 잔인한 일이지요. '한계'라는 말은 차마 염치없어서 생각하지 않으려 합니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쏟아낸 사람만이 말 할 자격이 있기에. 모든 작가들이 그러하듯 전시 작품을 끝내고나니 아쉬운 마음 가득하지만 '이 작품들이 현재 내 모습인 걸 어쩌랴' 하는 야릇한 배짱과 남이 눈치 채지 못할 만큼이지만 손가락에 찍어 맛 본 한 방울의 희망으로 아홉 번째 나의 일기장을 열어 재낍니다. 용감하게. (오궁리미술촌 작업실에서) ■ 김경희
Vol.20111108c | 김경희展 / KIMKYUNGHEE / 金璟姬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