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1_1102_수요일_06:00pm
기획 / 갤러리도스
관람시간 / 10:00am~06:00pm
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서울 종로구 팔판동 115-52번지 Tel. +82.2.737.4678 gallerydos.com
? 과 ? 사이 = ! ● 신혜진의 작업은 '무엇'과 '무엇' 사이의 눈에 보이지 않는 관계들로부터 시작된다. '무엇'은 나를 포함한 이 세상의 모든 만물을 대등하게 아우르는 작가의 표현방법이다. 하나의 공간 안에는 '나'를 비롯한 다양한 '무엇'이 놓여있다. 작가는 순간 공존의 진동을 느끼고 '무엇'은 '나'와 서로 단절된 객체가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한 우주를 구성하는 일부분임을 깨닫는다. 작품을 통해 현실의 공간적 거리를 넘어서 이러한 눈에 보이지 않는 관계의 흐름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사이의 사이』展의 전시 제목에서 사이라는 단어에는 두 가지 의미가 들어 있다. 첫 번째의 '사이'는 한 곳에서 다른 곳까지, 또는 한 물체에서 다른 물체까지의 물리적인 거리나 공간을 의미한다. 두 번째의 '사이'는 눈 깜짝할 정도의 매우 짧은 찰나의 순간을 의미한다. 작가는 공간 속에 흐르는 관계들을 찰나의 이미지로 표현하고 싶다. 여기서 공간은 '무엇'과 '무엇'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체이자 작품의 소재이다. 공간이라는 비가시적인 요소를 인식하여 작품의 소재로 사용한 점은 공간을 하나의 조형요소로 여기고 여백으로 남겨왔던 동양화의 오랜 전통과도 멀지 않다. ● 여기서 동양화의 전통에 머물지 않고 장지에 아크릴 물감과 흑연을 기본 재료로 사용하여 현대적으로 해석하려고 시도한다. 흑연은 독특하면서도 이질적인 질감과 색감을 만들어내어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작품 안에서 시각 너머의 보이지 않는 '무엇'과 '무엇' 사이의 관계에 대한 흐름들을 미세한 입자들의 움직임으로 풀어나간다. 검은 입자의 흐름들은 살아있는 실타래처럼 엉켜져 공간 속에서 '무엇'과 '무엇' 사이를 흘러가면서 중간에 지워지기도 하고 번져서 사라지기도 한다. 그것은 원활할 수만은 없는 다양한 불완전한 관계들의 표현임과 동시에 하나로 엮여져 공존하고 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 작가에게는 모든 것이 대등한 관계이다. '나'를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려는 것이 아니라 '나'와 '무엇'을 구분하지 않는 물아일체의 시선으로 모든 것을 바라본다. '나'라는 존재도 공간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미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여긴다. 미물이라는 단어를 통해 자신을 동물이나 주변의 사물과 대등한 존재로 낮추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모든 만물은 커다란 우주 안에서 일부분을 이루며 공존하고 있다는 범 우주론적 관점이 녹아있다. 공간 안에서 '무엇'과의 다양한 관계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 '나'라는 독립된 개체도 타인도 없는 물아일체의 상태가 된다.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지만 구분 지을 수 없을 정도로 서로를 흡수한다. 그 공간 안에서 더 이상 '무엇'은 중요하지 않다. 단지 있다는 존재감으로 서로 관계 지어지고 있다는 사실만 남아있을 뿐이다. ?과 ?의 사이에서 비로소 !와 같은 깨달음을 얻는다. 모든 존재가 새롭게 인식되는 찰나 내가 세상이 된다. 아니, 세상이 내가 된다. 찰나와 같이 극히 짧은 시간, 아이러니하게도 '나'라는 존재가 인식된다. 작가는 그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다.
주변의 평범한 일상의 공간이 소재로 등장하지만 작가는 본인의 소소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범 우주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공간 안에서의 '무엇'과 '무엇' 사이의 보이지 않는 관계의 흐름들을 통찰하고 표현하고자 한다. 작품을 통해 그 찰나를 포착하여 세상의 만물이 하나가 되어 공존하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그것은 물아일체를 통해 '나'라는 존재를 인식하는 단 하나의 근거이자 이유이며 작가가 그림을 그리는 원동력이다. ■ 김미향
Vol.20111106a | 신혜진展 / SHINHYEJIN / 辛慧珍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