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1_1102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인사아트센터 INSA ART CENTER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Tel. +82.2.736.1020 www.insaartcenter.com
실재와 비실재, 그리고 실재 ● 김준식의 작품에는 여러 가지 이미지가 등장한다. 앤디워홀의 테마였던 캠벨스프 캔과 친숙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들 그리고 대중예술의 상징인 배우들과 가수들 어느 것 하나 친숙하지 않은 것들이 없는 이미지들이다. 그러나 작가는 대중예술의 부산물인 이 이미지들을 답습형태로 재배열하고 화면의 시각언어로 간주하고 예술로 승화한다는 팝아트의 개념과 다르게 재(再)차용하고 혼합시켜 코드화 시켜버린다. 가령, 일련번호 혹은 상표 이곳저곳에 보이는 이미지들의 혼합을 통해 작가가 적극적으로 개입된 시각언어로 구축한다. 캠벨스프 안에는 마를린 먼로 그리고 자유의 여신상과 애니메이션이 혼합된 캐릭터들로 혼재가 아닌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하면서 코드화 된다. 또한 김준식의 회화는 단순히 대중이미지의 시각적 수용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이미지들의 중첩과 혼합들이 한 화면 안에 빼곡히 들어와 있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정돈된 듯 보이는 이 작품들은 가까이 할수록 마치 암호해독을 하는 것과 같이 다양한 스토리텔링이 되는데, 모나리자와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한 화면에 등장하는 것 뿐만아니라 변형되고 재창조되었다. 때문에 보다 단순하고 분명하게, 소재가 곧 주제가 되어 명확하고 직접적인 의미전달을 하고 있는 팝아트와 달리 그의 회화의 이미지들은 서로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유머와 재치로 다가온다.
그렇다면 팝아트의 형식을 빌어서 시각예술을 구현하고 있는 그의 회화에서 중요한 본질은 무엇일까? 이 무수한 코드들을 표현한 하이퍼리얼리즘(Hyper realism_극사실회화)이라는 방법론이 남는다. 왜냐하면 팝아트의 대중적 이미지의 차용과 그리고 초현실주의와 같은 혼재된 공간이 나열되어 있지만 그 과정과 끝맺음은 다분히 극사실의 방법론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 김준식의 회화는 대중예술에 나타난 이미지들을 수용하고 그것을 매개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팝아트로 간주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팝아트가 대중문화에 사로잡힌 현실을 폭로하면서도 어떤 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수용했다면, 김준식의 회화에 나타나는 대중적인 이미지들은 작가가 섬세한 재해석 하에 배출해낸 '코드화'라는 의미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형상의 본질이 가지는 사실성에 더 주목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작가는 매체(사진)로 걸러진 이미지를 다시 옮기는 극사실 작업을 하지 않는데, 이것은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고 다시 실재에 대한 고민을 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 코드화된 이미지들은 극사실주의나 혹은 초현실주의에서 접할 수 있었던 실재의 반복으로 나타나는 비실재의 경계라기보다 본질과 형상을 정확히 이해하고 극사실회화를 통해 실재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싶은 작가의 욕망의 산물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김준식은 회화라는 범주 안에서 인간의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실재의 개념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그의 회화에서 주로 나타나는 모티브 중 캠벨스프는 마치 손에 잡힐 듯한 형상(形狀)을 가지며 매우 입체적이며 다차원적인 조형적 특성을 회화 안에 펼치고 있다. 비단 이러한 방법론이 회화사에 있어서 자주 등장하고, 여러 작가들에 의해 시도되었지만 작가는 현실에서 실재하는 '진짜 캠벨스프'를 다시금 작품과 연결선상으로 보여주면서 실재와 비실재의 간극 사이에 충돌을 야기시키고 있다. 이것은 '진짜 캠벨스프'로 인해 이미 회화 안에서의 실재는 없어진 뒤이지만 관찰자는 실재의 현상을 보고 있기 때문에 현실과 비현실의 기준이 깨지면서 묘한 충격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그는 실재가 더 이상 실재가 아님을 숨기는 것, 현실이 더 이상 현실이 아님을 숨기는 눈속임의 회화에서 벗어나 실재가 또 다른 실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이라는 혁신적인 문명이 시각예술의 도구로 확장되면서 이것이 극사실회화의 태동을 불러왔다. 이것은 미술사의 흐름에서 현재에 이르러서도 예술가에게 다양한 해석과 의미 부여로 사물의 본질을 정확하게 표현하려는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훌륭한 도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록의 특성을 가지는 사진이 예술의 범위로 본격적으로 들어왔지만 사진과 극사실회화가 가지는 다름은 분명히 존재한다. 객관적인 해석으로의 1차적인 시각적 실재를 보여줄 수 있지만 형상이 가지는 본질까지는 담을 수 없는 사진이 차가운 예술이라면 극사실회화는 예술가들의 정신과 인간성이 담긴 따뜻한 예술이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의 극사실회화가 묘사된 사물로부터 거리를 두고있어 객관성이 두드러지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오랜 시간 정신성을 바탕으로 예술사가 발전된 동양의 본질이 단순히 서양의 방법론을 도입했다는 이유로 퇴색되지 못할 것이다. 이것이 김준식의 극사실회화이다. 섬세한 표현 간결한 화면 구성은 흡사 서양의 방법론을 차용하지만 실재와 비실재의 충돌을 실재와 또 다른 실재의 연장선으로 보는 것, 그리고 객관을 수용하고 다시 작가의 애정과 정신을 쏟아 새로운 실재로 발현하는 것이 김준식이 말하고 싶은 극사실회화일 것이다. ● 김준식의 극사실회화는 팝아트가 아닌 것처럼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준 코드화된 이미지들이 앞으로 그의 작품세계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작업을 하는 주제는 명확하기 때문이다. 팝아트와 극사실회화가 화면에 등장하는 '소재'를 중심으로 예술세계가 구현되었다면 실재의 연장선에 선 실재를 주제로, 사물의 본질을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작가의 예술세계는 한정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김준식의 회화에서 이미지와 소재를 보려하지 말고 보다 넓은 의미의 실재와 또 다른 실재를 봐야 할 것이다. ■ 박소민
Vol.20111105g | 김준식展 / KIMJUNSIK / 金準植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