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과 이성

Sense and Sensibility展   2011_1101 ▶ 2011_1203 / 주말,공휴일 휴관

박석신_흙으로된 나무와 나무가된 사람-3_한지에 흙, 숯, 아크릴채색_27×55cm_2011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 김형무_박석신_이영수_이영학

2011 이랜드문화재단 기획展

관람시간 / 09:00am~06:00pm / 주말,공휴일 휴관

이랜드 스페이스 E-LAND SPACE 서울 금천구 가산동 371-12번지 이랜드빌딩 Tel. +82.2.2029.9885

네명의 작가를 다시 만나다 ● 이랜드문화재단은 지난 해에 '이랜드스페이스'라는 전시공간을 새롭게 열었다. 전시공간에서는 『이랜드스페이스 작가공모』展을 시행했는데, 젊고 가능성 있는 작가들의 개인전을 지원하며, 작품을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화단의 관심이 아이돌 작가와 원로작가로 이분화되어 있는 국내 상황을 직시하고, 여타의 기관과 차별화하기 위해 각종 지원과 혜택에서 배제되는 30대 후반에서 50대 작가들, 일명 '낀세대 작가'를 발굴하는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2010년과 2011년 사이에 4명의 작가를 발굴하고, 이들을 위한 개인전을 선보인바 있다. 이번 전시는 그간의 성과를 되짚어보며, 4명 작가의 작업이 어떻게 변화, 발전이 되었는지를 확인해 보고자 기획되었다. 이러한 4명의 작가들은 각자가 다른 뚜렷한 개성을 지닌 채, 진지하게 작업에 임하고 있다. 인간이 지닌 감성과 이성이라는 도구를 활용하며 작업으로 표출하고 있는데, 그들만의 조형언어는 각각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박석신_나무가 되어 질 사람_종이에 흙, 숯_15×15cm_2009

방대한 드로잉을 근간으로 작품을 완성해 가는 박석신은 기성의 회화재료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흙이나 숱처럼 자연에서 채취한 재료를 이용해서, 독특한 색감을 구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공예적인 수고로움으로 탄생한 15×15cm의 정사각형 화면에 이미지들을 안착시킨다. 이 작은 화면에 작가만의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내고, 이들을 엮어내며 커다란 화면을 만들기도 한다. 이전 작업이 문자추상 같은 이미지가 주를 이루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누드크로키와 텍스트가 결합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작가는 인체 형상이 나무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데에 착안하여, 「흙으로 된 나무와 나무가 된 사람」 시리즈를 제작하였다. 작품을 통해 나무와 흙, 사람이 자연의 일부분이고 하나라는 관점을 제시하는데, 작품의 재료를 자연에서 얻은 것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김형무_단상채집-헤테로토피아_캔버스에 혼합재료_130×162cm_2010
김형무_단상채집-헤테로토피아_캔버스에 혼합재료_91×73cm_2011

김형무는 즉각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감각을 이성이라는 필터를 통해 다시 한번 정화시키며, 자신만의 유토피아적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작에 비해 공간의 내부적인 장치에 좀더 깊숙이 들어가고 있는 작품을 선보인다. 기존의 작품이 건축적 공간의 외부에 그 시선이 중심이 되었다면, 근작에 들어서면 내부에서 바라보는 풍경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지 채집이라는 방식을 통해, 수직과 수평, 원근법 등으로 이미지를 왜곡하고 조화 시키면서, 일상적인 풍경이 아닌 이질적인 낯선 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영수_내 맘 아니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0×162cm_2008
이영수_배달가는 꼬마영수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2×145cm_2008

유년기의 향수를 자극하던 이영수의 「꼬마영수」 캐릭터는 동심의 세계와 현실의 삶을 넘나들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제공해 준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토대로 만든 만화책(『꼬마영수의 하루』, 초록배매직스) 속의 캐릭터를 회화작업으로 끌어낸 「꼬마영수」시리즈는 자연과 함께한 추억들을 모티브 삼아 수묵화로 담담하게 표현했었다. 수묵화에서 시작된 작품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변화가 나타난다. 일상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화면에 등장하고, 산뜻한 색감으로 캔버스에 아크릴물감으로 채색한다. 이러한 이영수는 작가 개인의 추억을 넘어서서 많은 이들과 공감할 수 있는 삶의 이야기를 감성적인 작품으로 선보이며, 관객과 열린 소통을 꿈꾸고 있다.

이영학_아카시아_캔버스에 유채_65.1×90.9cm_2006
이영학_풍경_캔버스에 유채_109×157cm_2008

자연과 만나는 기묘한 체험을 추상적인 화면으로 표현했던 이영학의 「자연」 시리즈작업은 근작에 들어서 구체적인 형상을 지닌 작품으로 변모하고 있다. 기존에 선보인 작품들은 물감을 차곡차곡 쌓거나 뿌리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는데, 두꺼운 마띠에르(Matiere)를 지니며, 유화물감이 지닌 물성이 극대화된 작업이었다. 또한 반복적인 물감의 터치로 만들어진 선(line)들이 무한 반복되어 공간의 확장을 주는 장치로 작용했다. 이러한 것들이 근작에서는 촉감을 연상시키는 작은 선들로 변화되었다. 작은 선들이 모여서 형상의 테두리가 된다. 잎이 떨어진 나무, 아카시아 나무 등 자연의 일부분인 나무를 그리고 있는 이영학의 작업은 자연에서 느낀 감성을 포슬포슬, 혹은 까실까실한 감촉으로 시각화 되고 있는 것이다. ● 예술가로 산다는 것은 많은 사람이 갈구하는 삶, 그러니까 부귀영화에 대한 욕망을 충족하는 삶의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예술창작이라는 세계에 몰입하며, 세상의 방식과는 다름을 추구하기에 예술작품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삶의 방식은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구도자와도 닮아 있다. 예술가들은 삶의 어려움을 감내하면서도 예술세계로 끊임없이 몰입하는데, 이러한 태도는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작업을 진행하면서 느끼는 희열과 감동은 예술가만이 느낄 수 있는 큰 보상이도 하다. 하지만 생활의 불편함을 감내하며 일상을 산다는 것이 그리 만만하지는 않은 일이다. 이러한 경제적 고단함을 감내한 채,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20년 넘게 작품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4명 작가들의 삶에 태도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 고경옥

Vol.20111103c | 감성과 이성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