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1_1031_월요일_05:00pm
참여작가 강영민_강준영_권민경_기린_김명화_김병진_김일동_김철환 김태균_낸시랭_더잭_로리_룬메이_마리킴_박진홍_반달_산타 서지선_송송_송현주_신윤선_신창용_아트놈_안영아_이기철 이민혁_이여운_이제혁_임지빈_임혁필_장수종_재이박_정연연 조문기_찰스장_천성길_최경운_필승_황지현_후디니 (총40명)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토스트 GALLERY TOAST 서울 서초구 방배동 796-4번지 Tel. +82.2.532.6460
팝아트와 해골의 인생찬가 ● "심생즉종종법생(心生卽種種法生)심멸즉촉루불이(心滅卽觸麗不二)마음이 일어나면 갖가지 법이 생겨나고 마음이 없어지면 해골과 바가지가 둘이 아니다." (원효대사)
바야흐로 해골의 전성시대다. 서브컬쳐나 반항문화의 상징으로만 쓰이던 해골문양이 몇 해 전부터 명품과 아트에 빈번히 소재로 등장하더니 급기야 여대생들의 스카프에까지 올라 앉았다. 다들 죽고 싶어 환장을 한 것일까? '해골=죽음'을 뜻하는 공식에 무슨 대변혁이라도 생긴 것일까? '에이. 그냥 유행인데 뭘 그리 흥분하여 눈에 쌍심지를 키시나?' 라고 지나가던 여고생이 한마디 할 것 같지만, 그래도 흥분 잘하는 이 오빠, 전시서문을 빌미로 글을 풀어 보고 싶다.
이 글을 계기로 미술사나 문화사의 해골코드를 레퍼런스하여 싹 한번 훑어보고 싶었지만 귀찮아서 패스하고, 어린 시절 흥미롭게 들었던 원효대사 해골바가지일화에서 나온 저 멘트로 썰을 한번 시작해보려 한다. 이야기는 이렇다. 원효대사가 친구(의상대사)와 당나라 유학을 떠나던 중, 폭우를 피해 동굴에서 잠을 청하다 목이 말라 바가지에 괸 물을 마셨는데 그 맛이 꿀맛이었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그 바가지는 해골이었단 것이다. 오호라. 그니까 뭐든지 마음먹기에 달렸단 말이지? 하며 어린 마음에 강렬하게 뭔가 와 닿았다.
이 이야기는 두 가지 면에서 나를 사로잡았다. 첫째, 어두운 동굴 속 해골이라는 호러 영화적 으스스함과 그 안에 담긴 물을 마셨다는 고어틱한 메스꺼움. 둘째, 그 물을 맛있게 마시고 깨끗이 유학을 포기하고 돌아온 그 쿨함. 어린 나이에 '뭘 그리 힘들게들 사나. 뭐든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데'라는 쿨함이 멋져 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체험'이 부러웠던 것이다. 그렇다 체험이다.
이제는 세 번째 이유, 이 이야기는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야기다라는 팝아트적 소재충만이 추가 되었지만,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체험은 정작 힘들지 않은가? 죽음을 경험하고 나서 인생을 새롭게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만발하지만, 정작 그걸 체험해보기는 오로지 하늘이 주신 천운에 달렸지 않은가 말이다.
이럴 때 아트가 출동한다. 대리체험! 까짓 거 함 그려보는 거다. 해골의 의미를 알아도 좋고 몰라도 좋다. 각자의 인생을 레퍼런스하여 나름대로 표현해 본다. 작가 40명이 출동하여 당신의 해골을 뒤 흔들어 줄 것이다. 해골이 삶에 지친 당신의 인생을 퍼 올리는 바가지가 될지 누가 알겠나. 결국 어린 시절 원효대사의 일화에 얻었던 깨달음은 한마디로 바로 이것이었다. "까짓 거 인생 뭐 있어?" ■ 강영민
Vol.20111031a | 해골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