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1_1021_금요일_05:00pm
참여작가 박은하_박창환_이소정_장재철_정윤경_허은경
주최,기획 / Art space LOO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아트스페이스 루 ART SPACE LOO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110번지 Park110 빌딩 Tel. +82.2.790.3888 www.artspaceloo.com
'동시대 미술에서 새로움이란 과연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은 과거와 현재로 이어지는 작가들의 끊이지 않는 고민이었을 것이다. 지난 세기, 다다와 초현실주의 아방가르드 작가들이 누렸을 풍부한 새로움은 21세기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를 거쳐오면서 이미 고갈되어 버린 듯하다. 거대담론(grand narrative)을 이끌었던 영웅과 봉우리는 소멸하고 로컬과 주변(peripherique)으로 확장된 소서사담론(micro narrative)들 사이의 융합과 혼성적 형식이 지난 세기의 '새로움'을 대체하는 양상을 보이며 21세기적 문화 징후들을 보여주고 있다. 문화 전반에 걸쳐 해체되고 혼합되며 경계를 허무는 컨버젼스와 하이브리드적 가능성들이 추상미술에서도 유효하다고 가정한다면 한국 미술에도 21세기적 추상의 특성들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특성들을 이끌고 있는 추상의 형식은 어떤 것이며, 그 새로운 가능성들을 탐구하는 한국의 추상 작가들은 누구인가? 그들이 발견한 새로운 상상력의 영토는 어떤 모습이며 그들은 이 경계의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을까? 이 질문들은 21세기 새로운 문화적 부흥기를 맞고 있는 한국 미술계가 내부에서 스스로 던져야 할, 그리고 "추상의 재림"전이 한국 미술계에 던지는 화두이기도 하다. ● 현대 미술사에서 차지하고 있는 실험미술의 중요성을 굳이 나열하지 않더라도 예술은 지속적인 새로움에 대한 탐구를 그 생명력으로 하고 있기에 미술관을 중심으로 한 미술 기관들도 실험적 성향의 미술운동을 조망하는 전시들을 기획해 왔다. 1980,90년대의 그룹전 위주의 미술운동을 이끈 것도, 대안 공간들의 존재 이유가 되었던 것도 이 실험정신이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반면에 현재 한국미술계는 2000년대 두어 번의 호황기를 통해 시장의 양적 팽창을 겪으면서 1980,90년대의 미술관과 대안공간, 그리고 소규모 그룹들을 중심으로 한 미술 운동과는 비교되는 미술시장과 아트페어 중심의 움직임으로 재편되고 있다. 포토리얼리즘 기반 회화들과 팝아트로 대변되는 정체불명의 한국적(?) 미술형태가 기관을 포함한 화랑가를 점령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가들의 숫자와 갤러리, 미술시장의 규모가 늘어난 반면, 미디어 아트와 설치미술, 추상회화와 컨셉츄얼 아트의 비율이 현저히 축소된 현 미술계의 경향이 이를 증명하며, 미술계가 미술 소비 집단의 기호에 맞추어져 가고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설득력을 더한다.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미술이 시장의 요구를 반영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이러한 경향은 건강하고 다양한 미술운동의 축소에 대한 염려를 불러오기도 한다. 이런 현상을 음악으로 치환해 본다면 한국 미술계에는 온통 가사가 있는 팝음악들로 채워져 있는 셈으로 음악성 자체를 추구하는 실험적 음악이 소멸해버린 현상으로 이해될 수 있다. 추상미술 또한 지난 세기 한국 미술사의 큰 부분을 차지해 왔지만 2000년대 들어 원로급 작가들과 중진 작가들의 비중에 비해 신진 추상작가들의 움직임이 거의 포착되지 않고 있다. 세계 미술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고 한다 해도 이런 급격한 변화를 단지 추상미술이 그 새로움의 동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치부하기엔 석연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시장 논리의 미술 생태계가 추상미술의 생명력까지 집어 삼킬 것이라는 일각의 염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최근 10년간이 한국 미술의 양적 팽창이 이루어진 시기였다면 향후 10년은 미술의 근본에 대한 탐구와 질적 성장에 대한 모색도 함께 이루어지는 시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아트스페이스 루가 가을 기획전으로 선보이는 전시, "추상의 재림"은 이러한 한국 추상 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고자 기획되었다. 하지만 이 전시는 '재림'의 찬양이라기 보다는 재림에 대한 갈구에 더 가까울 것이다. 두가지 주제로 구성된 전시는 뜨거움과 차가움으로 구분되어 있지만 전통적인 분류와는 차이가 있다. 『1부 - 뜨거운 상상』에서는 열정과 즉각적 감각의 유동성에 기반한 회화를 추구하는 작가들을 보여준다.(1부 참여작가 / 강임윤_김범석_임희성_정충일_제여란_한정욱) 『2부 - 차가운 상상』에서는 절제된 감각으로 계획적이거나 구상적인 접근법으로 추상성을 이끌어 가고 있는 작가들을 소개한다.(2부 참여작가 / 박은하_박창환_이소정_장재철_정윤경_허은경) 본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21세기 한국미술에 있어서 이러한 추상적 상상력이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추상의 상상력들을 새롭게 펼쳐가는 중진, 신진 작가들의 추상회화 세계를 들여다본다. ■
박은하 ● 박은하의 그림에서 우리의 평범한 일상은 한쪽 귀퉁이로부터 녹아 흘러내린다. 마치 플라스틱 소재의 사물들이 녹아 내린 듯, 안료가 번진 듯한 형상이다. 습관과 반복에 의해 차갑게 굳어버린 일상에 이상 열기를 만들어내는 비정형 패턴들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대상 세계의 경계를 넘나들며 출몰한다. 단단하게 외곽선을 보존하고 있는 대상들을 현실로 본다면, 경계선을 녹여 사물을 뒤섞는 뭉글뭉글한 패턴은 환상적이다. 그러나 박은하의 작품은 현실과 반대되는 허구, 또는 객관성과 무관한 내면의 몽상을 덧칠하는 작업이 아니라, 객관적 현실에 잠재되어 있는 잔여물이나 에너지를 이끌어내는 작업에 가깝다. 비정형 패턴은 대상으로부터 흘러나온 색상 요소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것은 대상을 한정 짓는 견고한 외곽선을 무작정 잡아당기고 늘려 이리저리 접고 흐르게 한다. 작가는 단순한 대상에 수많은 겹과 울림을 부여하는 것이다. ■ 이선영
박창환 ● 나의 그림들은 내가 살아가는 사회의 한 단면에서 착안된 기호화된 이미지들이다. 작품의 바탕에 깔린 그것들은 광고나 매거진, 쇼윈도에 배열된 것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이 이미지들은 현대인들이 추구하는 욕망이 전이된 이야기적 구조이자, 민화의 현대적 해석처럼 받아들여진다. 과거 이 땅에서 살던 사람들의 삶에서 무병장수, 다산, 화목, 부귀영화의 단순하고 명쾌한 욕구 혹은 염원들은 지극히 욕망하는 것들에 대해 명쾌한 분류가 가능했었다. 그러나 현대인의 염원은 각각의 주체의 상황에 따라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복잡한 욕망들을 요구한다. 어쩌면 욕망을 요구한다는 의미보다 모든 것이 욕망화 된 생태에 있으면서 더 큰 포만과 자극을 원하는 것 일 수 있다. 이러한 복잡한 욕망의 이미지들은 지나간 전형적이면서 보편적 욕망 위에서 떠다니는 세포들의 분열처럼 우리의 시야각을 교란하고 사라진다. 대량으로 쏟아지는 욕망의 상징들은 사람들의 변덕적인 욕구만큼이나 쉽게 망각되고 새로운 변종으로 대체된다. 나의 작업은 이렇게 사라지고 새롭게 생성되는 현대인이 겪는 삶의 반경을 바탕으로 은유하고, 그 위에 부유하는 기호를 부양시켜 두 가지 층의 구조로 화면에 정착시킨다. 생겨났다 사라지고 다시 태어나는 삶의 순환처럼 우리의 욕망은 그 순환의 구조 속에서 존재를 드러낸다. 그 드러냄과 사라짐이 오버랩되고 흔들리는 역동성을 부정성으로만 인식하는 게 아닌 일종의 삶의 연속성의 일부라고 통찰하며, 민화의 현대적 의미를 조형성과 표현형식의 탐색을 통해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 박창환
이소정 ● '모체'에서 파생된 이미지들의 결합-이소정의 작품들은 원판 회화를 하나의 '모체'로 정하고 이 '모체'를 분해해 파생된 이미지들을 재결합하는 과정을 거쳐 탄생됐다. 이렇게 그의 작업은 하나의 '삽목'행위에 비유될 수 있다. 정사각형의 원판을 십자가 형태로 잘라 얻은 4개의 레이어와 세로와 가로 일부를 잘라 만든 두 개의 레이어를 포함 총 여섯 개의 레이어가 한 화면 안에서 중첩,배치되면서 특정한 형상을 이룬다. (중략) 이소정은 동양화 에서 불가피한 발묵의 우연적인 효과를 통제하는 것을 시작으로, '자동발생적'으로 무의식에 개입하는 요소를 소재로 하면서 동시에 이를 객관화하여 표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제 그는 보다 정교해진 형식 실험을 바탕으로 개개의 요소는 물론 화면상에 나타난 전체 이미지를 자유롭게 조율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 Gallery2
장재철 ● 장재철은 캔버스를 만든다. 캔버스 자체를 조형의 한 요소로 인식하고 있는 그의 태도는 캔버스를 이미지를 위한 지지대로 이해한 정통적인 회화 관념과 결별하고, 형식논리에 바탕을 둔 모더니즘의 환원주의 태도와 맞물린다. 일반적인 프레임에서와 같은 각목 대신 압축합판을 잘라 틀을 만드는데, 외관상 기하학적인 틀을 견지하면서도 곡선을 적극 도입한 형태로 인해 일종의 유기적 기하학이 그의 작업을 지배하는 논리가 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렇게 변형 틀을 만든 연후에, 화면을 가로지르는 보형물을 장착한다. 스테인리스스틸 판을 곡선으로 휘어 판에 고정시킨 후, 캔버스 천을 덧씌우는데, 이때 보형물과 캔버스 천이 서로 맞닿는 부분에다 천을 덧대어 보강한다. 그리고 그 표면에 단색조의 색채를 덧입혀 마감한다. 이렇게 드러난 형태는 일반적인 캔버스 틀이 휘어지거나 변형된 것처럼 보이고, 단색조의 심플한 색면으로 인해 색면화파나 미니멀리즘의 변주된 형식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가 하면 화면을 가로지르는 보형물이 화면 내에서 일종의 장력을 발생시킴으로써 팽팽한 긴장감마저 느껴진다 ■ 고충환
정윤경 ● 동전의 양면과 같이 공존하는 대립 에너지의 가시적 풍경은 자연과 인간의 이미지가 하나되어 얽힌 풍경인 정원술(gardening, topiary)과 미로(maze)의 조형성 그리고 현존하는 건축물에서 또한 찾을 수 있다. 자연을 인간의 영역으로 자연스레 흡수시키고 기호화 함으로써 상징적인 새로운 존재로써의 공생 채를 만들어가는 이는 인간의 자연 친화적 본능에 대한 실험적 공간으로, '경(景)'이라는 흥미로운 공간 재연을 위해 자연물을 패턴화 시키고 인공적 건축물이나 기하학 무늬 안에서 자라나게 함으로써 흔히 자연과 문화 그리고 인공물과 유기체로 불리는 상극의 에너지를 공생이라는 이미지적 해석을 통해 표현하고자 한다. ■ 정윤경
허은경 ● 유전자 합성, 화학물 남용 환경오염...이 모든 사회적 문제들이 작품을 하게 된 동기이다. 증폭해가는 환경문제들이나 인류의 건강까지 위협하는 이런 환경 속에서 우리가 원하는 미래의 모습들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고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들이 뒤늦게 연구되고 있다. 내가 다루는 옻칠기법도 천연 재료로서 자연에 흡사한 도료라 할 수 있다. 이미 우리 선조들은 우리가 원하는 미래의 답을 알고 있었고 몸으로 실천하던 현명한 인류라 할 수 있다. 우리 것의 위대함에 매료되어 옻칠이란 재료를 선택했고 작품 속 이미지들은 원형에서 변형되었거나 조작되어 만들어진 가공 생명체의 모습을 하고 있다. 현미경 속인지 우주 밖인지 모를 기하학적인 형태들도 주로 표현되는 이미지들 중 하나이다.이는 선 불교에서 모든 것은 하나로 통한다는 거시적인 생각에 동화 되어 비롯되었고 작은 것 속에 큰 의미가 있고 또 큰 것 속에도 작은 것을 논할 수 있음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그들이 보고자 하는 시점이 어디인지 스스로 결정하게 하고 생각의 유동적 흐름을 제시한다. 기형적 혹은 low technology로 만들어진 듯한 기계적 유기체들은 이미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모습이며 호불호를 떠나서 안고 가야 하는 우리의 현실이라 할 수 있다. ■ 허은경
Vol.20111028c | 추상의 재림-제2부 차가운 상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