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권영주_김새벽_이건희_장형순_황현성
주관 / 수원미술전시관 후원 / 수원시_경기문화재단
프로그램 일정 2011_0416 ▶ 2011_1029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수원시미술전시관 SUWON ART CENTER 경기 수원시 장안구 송정로 19 제2,3전시실 Tel. +82.31.243.3647 www.suwonartcenter.org
수원미술전시관은 2009년부터 예술가와 장애우의 소통의 장을 만들어 에이블아트를 시도함으로서 복지나 치료차원의 접근이 아닌 장애우의 독특한 예술적 시도와 창의적인 예술체험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A+예술더하기는 2011년도의 예술교육프로그램의 주제이자 이번 결과보고전의 타이틀이다. 7개월 동안 20여회의 프로그램이 진행 되었고 수업에 참여한 장애아동들은 개별 또는 공동미션을 수행해 나가면서 창의력, 집중력, 표현력 향상을 도모할 수 있었다. 예술가와 장애아동, 대학생 참여자가 팀의 일원이 되어 총 4개의 팀이 다양한 결과물을 기록하고 예술작품을 제작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결과 보고전에서 설치, 아카이빙, 영상 등의 다양한 예술적 경로를 통해 일반 관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예술교육프로그램 결과보고전은 장애아동에게는 예술이란 세계에 첫 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바탕이 되고 일반 관객들은 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의 독특한 예술적 시도와 창의적인 예술체험활동을 엿볼 수 있는 기회로 작용 할 것이다.
너와 나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 예술 더하기 ● 본 전시관의 『느리게 읽는 미술책방(이하 책방)』은 경기문화재단이 후원하는 배영환의 來日책방 시리즈-1호점이다. 책방은 지역주민이 소통하는 공간으로 생활 속에서 문화예술과의 관계를 이어주는 매개공간으로 자리한다. 2009년 12월에 설치된 이후 책방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다. 엄마 손을 잡고 온 아이와 잠시 마실 나와 들르시는 아주머니 등 이들의 수다가 책방의 공기를 가득 메웠다. 이처럼 수많은 이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치러내는 작지만 효과만점인 공간이다. 그런데 본 전시관의 책방에는 또 다른 얼굴이 존재한다. 바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그리고 예술가를 이어주는 소통의 얼굴이다. 2009년부터 '예술점자책 만들기', '대화의 연금술' 등 예술가와 장애인이 파트너가 되어 예술이라는 소통의 매개를 통해 다양한 시도와 결과가 펼쳐졌다. 특히, 2010년에 진행된 '대화의 연금술'은 청각장애아동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으로 5명의 청각장애아동과 5명의 예술가들이 1대1로 만나 약 5개월 여간 아이의 눈높이와 성향을 고려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예술가들은 장애로 인해 제한받던 아이들의 꿈에 날개를 다는 연습에 동참했고 프로그램의 말미에 이르러 참여아동의 꿈은 더 이상 억압받는 것이 아닌 자유로운 상상의 날개임을 모두 인식하게 되었다. 대화의 연금술은 듣지 못해서 말할 수 없는 아이들과 예술과의 대화를 통해 진정한 소통의 연금술을 이뤄냈다.
이어 2011년 4월부터 진행된 책방의 새로운 예술교육프로그램 『A+ 예술더하기(이하 A+)』가 10월까지 약 7개월의 대장정을 마쳤다. 이번 A+는 지난 프로그램에서 시도하지 못했던 시각장애아동에 대한 프로그램을 추가시켰다. 뿐만 아니라 예술가가 대상자에게 수혜를 베푸는 식의 일방향 소통을 벗어나 예술가와 장애아동 그리고 비장애인이 함께 참여하는 다각적이고 새로운 소통을 도입했다.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3개의 인자가 얼마나 유기적으로 소통하며 결과를 도출시킬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우려도 잠시뿐 참여자들의 소통에 있어 장애의 유무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과거 프로그램에 경험이 있었던 청각장애참여자는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닌, 반대로 예술가와 비장애인에게 수화를 가르치는 기회를 갖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한 위치에서 바라보고 소통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결국 장애가 주는 언어의 문제는 말을 할 줄 아느냐 모르느냐의 문제가 아닌, 다른 언어를 쓰는 이들이 서로의 언어를 배워나감으로써 소통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장애인은 말을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외국어를 배우듯 조금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참여자였던 명재와 혜림이, 은별이, 예솔이, 지오, 지빈이는 A+와 함께 뛰어놀고 상상했고 소통하는 예술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참여 작가인 권영주는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에게 불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했던 '귀'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우는 작업을 진행했다. 귀의 단면을 여러 개의 조각으로 나누어 설계한 후 다루기 쉬운 골판지를 이용해 오리고 붙이는 과정을 더했다. 장애, 비장애 참여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우주복 같은 작업복을 입고선 떠들고 장난치는 가운데 예술의 소통을 경험하게 됐다. 다음으로 이건희는 언어와 행동에 주목했고 의태어를 통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엉금엉금, 덩실덩실, 살금살금 등 청각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의태어를 인식하는데 상당한 장애가 따른다. 이를 착안한 이건희는 의태어를 재미있는 놀이로 변화시켰다. 직접 몸으로 느끼고 표현해보는 과정을 통해 참여간의 소통은 활기를 띠었다.
청각장애아동에 반해 시각장애아동에 대한 장기 프로그램 진행은 본 책방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이었다. 지난 프로그램의 결과보고전시 때 몇 차례 시범운용으로 전시와 연계한 일회성 프로그램은 있었지만 시각예술로 분류되는 미술 분야에서 보이지 않는 아이들과의 프로그램은 절대 만만치 않았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보이는 대상이 사라진 아이들에게 예술과 함께 소통하는 방법을 나눈다니, 우리에게 보이는 것을 아이에게 설명하는 것부터가 미션이었던 시각장애아동 프로그램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참여아동에게 재료를 다루고 조작해서 결과물을 뽑아낸다는 효율적 접근을 포기했다. 조금 느리지만, 밖으로 나타나지 않지만, 참여자간의 관계와 소통에만 온전히 집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참여 작가인 장형순은 조금은 생소한 장르인 종이모형디자인을 다루는 작가다. 장형순은 희준이에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고자 했다. 태어나서 한 번도 가위질을 해 본적이 없는 희준이에게 가위를 손에 쥐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 과연, 희준이는 가위질에 성공 했을까. 정답은 그렇다. 불과 프로그램이 3회도 지나지 않았는데 희준이의 손에는 가위가 들려있었다. 희준이는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인 가위로 왕관을 만들고, 토끼도 만들었다. 다음으로 김새벽 작가는 아이들의 시각을 제외한 감각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을 진행했다. 실내에서 빛을 느끼는 감각 수업과 더불어 주변의 공원으로 나가 자연을 만지고 냄새로 느끼고 귀로 들은 후에 그림으로 표현했다. 이후에는 촉감을 활용해 따뜻한 인형 만들기와 옷에 염색하기 등 새로운 시도가 있었다. 이렇게 하람이와 희준이, 현서는 예술을 만지고 놀게 됐다. 보이지 않는 세상이지만, 때로는 무섭게만 느껴지는 세상이지만,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알아갈 것이라 믿는다. ● 지난 4월 16일, 상기된 표정으로 책방에서 만난 우리들의 이야기가 시작된 날이다. 7개월간의 이야기는 상상이 되고 꿈이 되어 어느새 하나로 모였다. 마침내 10월 19일부터 열흘간에 걸쳐 A+의 결과보고전시가 열리게 된 것이다. 다양한 기록이 전시됐고 비장애인 참여자의 섹션도 흥미롭게 연출되었다. 참여 작가인 권영주, 김새벽, 이건희, 장형순, 황현성 작가는 장애아동과의 소통의 결과물을 오브제와 평면, 조각, 영상을 통해 다양하게 전시했다. 다시는 오지 않을 2011년의 가을,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우리들의 이야기는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모두 힘들다고 말했던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소통 그리고 예술로 만들어가는 우리들의 예술더하기는 새로운 희망을 남기고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됐다. ■ 조두호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는 건, 나와 다른 세상을 만나는 것이다. ● 그래서 이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내게 '다른 세상을 만날 준비가 되었는가?' 라고 묻고 있었다. 사실 나는 전혀 준비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도전'하고 싶었다. 묻지는 않았지만 나와의 만남은 희준이에게도 생소한 도전이었다. 나는 '내가 어렸을 때 동네 골목길에서 느꼈던 입체적인 추억들'을 프로젝트의 주제로 삼았다.「목적지를 가기 위한 길」이 아닌「삶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길」을 알려주고 싶었다. 나는 10회에 걸친 수업시간 내내 '길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과 대문, 담벼락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희준이의 기억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 먼 수업의 끝에 선 희준이가 그간의 작업들을 손바닥으로 훑으며 지난 한 회, 한 회의 이야기들을 기억해내기를 바랬다. 이 수업은 어쩌면, 내가 어렸을 때 느꼈던 골목길의 추억을 희준이에게 느끼게 해 줄 것이다. ● 나는 추억을 만드는 도구로서 어디에서나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재료인 종이를 사용하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 희준이는 힘든 가위질을 시작해야 했다. 나는 희준이가 무엇을 만들고자 원할 때 거리낌 없이 가위와 풀을 사용할 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었다. 하지만 나는 수업이 회를 거듭할수록 깊은 좌절을 맛보았다. 밀림의 한가운데에서 희준이의 손을 잡고 어느 방향으로든 헤쳐 나가야 하는 심정이었다. 끊임없이 눈을 감고 되물어야 했다.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인가? 반대로 가는 것 아닌가? 차라리 이 자리에 가만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 수업이 모두 끝난 지금, 희준이는 이제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 중 하나인 가위를 쥘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아직 열어보지 않은 문의 손잡이를 쥐게 된 것이다. 먼 훗날 희준이를 다시 만났을 때 그 문을 열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갔었던 어린 시절의 희준이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러니까「담벼락 이야기」라는 내 수업은 이제 시작인 것이다. ■ 장형순
볼 수 없다는 것은 더 많은 것을 상상 할 수 있다는 것과 같다. ● 우리는 너무나도 많은 것을 한정지어 놓고 산다. 예를 들면 같은 모양과 같은 색깔의 태양, 바다는 무조건 파란색, 나무는 갈색, 바퀴가 네 개 달린 자동차 그리고 정형화된 네모난 물건들. 기상천외한 형상의 사물이나 세상은 보통 SF영화나 애니메이션을 통해 접하고는 이내 우리는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하지만 상상만으로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이들이라면 그럴 필요가 없다. 나는 아이들의 상상력이 궁금했다. 수업을 주도하는 선생이자 작가로 참여했지만 이미 30년을 살아오며 이런저런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나에게 이들의 상상력을 통해 얻어지는 생각은 제법 신선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성인도 마찬가지다)에게 어떤 대상을 가지고 그림을 그려보라고 하면 대부분 그 외형에 집중된 그림을 내어 놓는다. 그런 그들의 그림은 조금 잘 그리고 못 그리고의 차이만 있을 뿐 내용면에서는 크게 다를 게 없다. '상상력'이란 이러한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상상력은 나의 생각과 감각이 철저하게 차단 된 상태일 때 나타나는 것이다. 지난 10회의 수업을 돌이켜 보면 현서와 하람이의 세상을 보는 눈은 참 투명했다고 생각된다. ● '안아주기' ● 인형이다. 전혀 예쁘지 않다. 혹자는 '무섭다'고도 하고, 심지어는 '징그럽다'는 말도 들은 아주 자존심 제대로 구기게 한 인형이다. 하지만 그들은 인형의 외형만을 보고 이야기했다. 이 인형은 제목 그대로 안아주는 인형이다. 안았을 때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실제로 전기패드를 넣어 따뜻하게 했다). 이 인형은 마음이 차갑고 건조해진 이들에게 따뜻함을 전하고자 만들어 졌다. 그 기능을 소화하는데 있어 삐뚤삐뚤한 인형의 모습과 서툰 바느질 솜씨는 별로 상관없는 것 같다. 현서와 하람이는 이 인형을 만드는 내내 솜과 천에 파묻혀 행복해 했다. 그런 그들의 기쁨으로 이 인형이 전시장에서 사람들을 따뜻하게 맞아주길 바란다. ● 대화≠소통 ● '대화는 소통이 아니다'는 소통의 한계와 극복 방법에 대한 내용의 작업이다. 수업에서는 현서와 하람이, 두 명의 보조 강사(일반 대학생 참여자)와 본인이 암실에서 감각만을 이용하여 릴레이로 어떤 형상을 따라 만드는 과정으로 진행이 되었다. 예를 들어 첫 번째로 현서가 '악어'를 만들면 그것을 두 번째 사람이 만져보고 무엇인지를 어림 파악한 다음 따라 만든다(물론, 자신이 무엇을 만들었는지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두 번째 사람이 세 번째에게, 세 번째 사람이 네 번째에게... 이 작품은 그 수업을 전시장으로 옮겨 왔다고 보면 된다. '대화는 소통이 아니다'는 제목은 정확하게 말하면 '대화만이 소통은 아니다'이다. 우리가 청각장애인과 소통하기 위해 수화를 배우듯, 시각장애인인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과 같은 조건에서의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이 가장 잘 이용 할 수 있는 감각인 '촉각'을 이용한 수업과 작업을 고안하게 되었다. 이 작품을 통해 조금 더 이타적인 방법으로 그들에게 접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김새벽
귀에 대한 매뉴얼 ● 500원짜리 껌이든 2억 원짜리 자동차든지 합법적으로 만들어진 모든 물건에는 설명서가 있다. 설명서에는 제품의 원재료의 원산지부터 만들어진 곳과 때, 사용상의 기능 등이 적혀있다. 설명서가 없이도 사용에는 지장이 없지만 설명서는 제품의 의미를 읽을 수 있도록 돕는다. 매뉴얼은 '설명서'라는 뜻과 동시에 '손으로 만들거나 작동되는 것'을 의미한다. 손으로 만드는 과정 속에서 대상이 가진 의미가 설명되기 때문이리라. 청각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작업을 시작하면서 함께 하고 싶었던 것은 귀의 의미를 발견하는 일이었다. 창조주가 인간을 만들었을 때 몸의 어느 곳 하나 의미 없이 만든 부분은 없었다. 인간의 몸이 정상적으로 기능을 할 때 스스로 몸을 의식하지 않지만 기능의 이상이 생기면 의식하게 된다. 의식되는 대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확대하고 재해석함으로서 만드는 이로서 치유되게 하는 과정이 이번 프로젝트의 목적이었다. ● 아이들과 함께 작업하는 동안 그 목적이 이루어 졌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처음에 겪었던 소통의 어려움과 종이를 자르고 붙이는 수고스러움이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기억이 될까 두려운 마음도 있다. 그러나 7개월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작업한 이 조형물이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에게도 귀에 대한 작은 매뉴얼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 권영주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나는 '언어'에 주목하였다. 청각장애나 시각장애를 지닌 사람과 장애가 없는 사람들과는 언어의 차이가 존재하는데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한글'과 같은 언어가 있고, '수화'나 '점자'처럼 그들만의 언어가 있다. 이렇게 언어의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공통의 언어에서 그들이 이해하기 힘든, 특히 청각장애가 있는 이들이 이해하기 힘든 '의태어'에 초점을 맞춰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의태어는 사람이나 사물의 모양과 움직임을 흉내 낸 말이다. 사람이나 사물의 소리를 흉내 낸 의성어와는 달리 의태어는 매우 '인위적인 언어'이다. '빙글빙글' '살금살금' '덩실덩실' '꼬물꼬물' '엉금엉금' 등 이러한 의태어를 청각장애 아동들이 놀이를 통해 행동으로 표현하고 이를 사진으로 기록했다. 그리고 사진에서 아이들의 실루엣을 취하여 우드락에 옮기는 작업을 했다. 이를 통해 청각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행동으로 단어의 의미를 알 수 있도록 하였고, 장애가 없는 이들도 작품을 보고 단어를 짐작 할 수 있도록 제작하였다. ■ 이건희
에필로그 ● 터널을 지날 때 우리는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어둡다, 답답하다, 두렵다...' 정도가 아닐지. 물론 누군가는「인디애나존스」(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2008)의 해리슨포드가 된 것 마냥 무너지는 동굴을 빠져나가는 스릴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문득 시각장애인들에게 터널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언제나 세상이 터널처럼 어두운 그들에게도 그곳은 우리처럼 답답하고 두렵게 느껴질까. 아마도 후자에 가깝지 않나 생각한다. 그들에겐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더 지배적일 것이다. 바람의 소리가 낯설어지고 고막 안팎의 기압차로 귀가 먹먹해 질 때도 있기 때문에 또 다른 세상으로 순간 이동했다고 느껴질 수 도 있겠다. 예술더하기의 참여아동 희준이가 그랬나보다. 시각장애아동 희준이는 터널을 지날 때마다 엄마에게 질문세례를 퍼부었다고 한다. 호기심 짙은 표정을 하며 똑같이 까맣지만 다른 세상을 여행한다고 생각하는 희준이. 예술더하기는 희준이에게 그 아이만의 세상을 선물해줬다. 희준이가 늘 동경했던 터널이란 도시, 아빠의 까끌까끌한 턱을 만질만질하게 만들어 주는 면도기 등 희준이의 기억 속에만 있던 사물들을 형상화했다. 결과보고 전시를 오픈하고 난 지금, 비관적인 반응을 보였던 몇몇 이들이 떠올랐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여러 장애인 단체에 자문을 구한 적이 있다. 여느 단체와는 달리 정말 장애인에게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순수한 마음으로 접근했으나 대부분 반색을 표했다. 장애인들이 도리어 상처를 받는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었다. 청각장애아동프로그램 참여 작가와 대학생들을 위한 수화교육도 여러 차례 요청해봤지만 대답은 'NO'였다. 다행히 참여 청각장애학교의 지원을 받아 소소한 수화교육을 구성했지만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내내 아쉬운 마음은 떨칠 수가 없었다. 결과보고 전시까지 마친 지금 그들의 입장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우리가 장애인에게 좋은 프로그램에 참여를 하게 해 주겠다'는 100% 배려와 희생만을 강조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때 나는 정말 순수한 마음이었을까란 생각에 얼굴이 후끈거렸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나는 어느 기업의 슬로건처럼 '같이의 가치'를 몸소 실천 할 수 있었다. 내가 너희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같이,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실로 작가들은 이 예술더하기에 참여하면서 오히려 인내심과 소통의 방법에 대해 배웠고 또한 일반 아이들보다도 뛰어난 창의력에 놀랐다고 한다. ● 『예술더하기』는 '1+1+1=정해진 답은 없다'를 알려줬다. 가위질에 두려움을 갖았던 희준이는 만들기에 흥미를 보이게 됐고, 청각장애학생 예솔이는 일러스트를 배워 예대 진학을 준비한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이처럼 예술을 통해 소통하고 나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1%라도 심어줬다면 그것만으로 성공한 것이 아닌지... 수원미술전시관의 예술더하기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 박진희
■ 도슨트투어프로그램 관람객들이 전시 및 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전시투어 프로그램 대상 : 일반 관람객 - 15인 이상 사전 예약 시 별도의 도슨트 프로그램 가능 일시 : 전시기간 내 매일 2회 / 11:00AM, 03:00PM
Vol.20111022k | 예술더하기-2011 수원미술전시관 예술교육프로그램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