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퍼니처

최병훈展 / CHOIBYUNGHOON / 崔棅熏 / craft   2011_1021 ▶ 2011_1225 / 월요일 휴관

최병훈_afterimage 010-343_레드 오크, 호두 나무_85×104×35cm

초대일시 / 2011_1021_금요일_05:00pm

강의 / 조각인가? 가구인가? 고요한 명상… 최병훈의 작품세계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조현화랑 부산 JOHYUN GALLERY 부산시 해운대구 중2동 1501-15번지 Tel. +82.51.747.8853 www.johyungallery.com

나무와 돌의 정기 ● 부산 조현화랑에서 디자이너 최병훈의 정선된 작품들을 소개한다. 여기서 우리는 아시아 전통의 본질적 면모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한 현대적 작품을 발견할 수 있다. 최병훈은 우선적으로 형상의 창조자이며 예술가로서 그 형상에 테이블, 의자, 콘솔이라는 가구의 구체적 외양을 부여한다. 그런 까닭에 그는 또한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이번 조현갤러리에서 소개하고 있는 작품들은 그의 작업이 지닌 매력과 특성을 훌륭하게 표현해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서양인으로서는 근접할 수 없을 것 같은 비밀스러운 한국적 영혼의 정수까지도 드러내고 있다. 순수예술이거나 가구이기 이전에 최병훈의 오브제들은 무엇보다도 한국적 정신을 기반으로 한 실체다. 이 한국적 정신은 도(道)와 선(禪) 그리고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존경이 하나로 어우러져 나타나는 고고한 정기를 품은 강렬한 정신으로, 작가는 바로 이정신을 작품으로 구현하고 있다. '자연'과 같은 또 다른 것이 존재하리라는 상상은, 알다시피, 그릇된 생각이다. 반대로 '자연'이란 본래 완전함에 대한 우리의 욕망이 주변에 투사된 결과이다. 이 사실을 인정할 때, 비로소 살아있는 진실한 형태는 우리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그러므로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첫 걸음은, 자연의 나무와 잎사귀 그리고 강과 돌이 살아있는 정기의 발현체들이며 더 나아가 우리 내면에 자리한 갈망의 분신들로 간주하는 일이어야 한다.

최병훈_Meditation chair_90×170×55cm

최병훈의 창조적 정신은 이 같은 자연의 의미를 잘 이해할 뿐 아니라, 작품의 완성 다시 말해 완벽한 순수에의 도달이 물질의 변형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음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남다르다. 창조의 관건은 돌, 나무, 물로부터 각각이 내포한 영적인 힘이 살아나도록 일깨우는 일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 사물에는 기(氣)가 존재함을 인정하고, 이를 대상의 물질 속에서 확인하며, 재료의 물성을 다듬어 기(氣)를 직접 표현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내야 한다. 이러한 제작 과정을 통해 비로소 작품의 정기는 우리 눈 앞에 떠오르게 될 것이다. 최병훈이 제작한 오브제 앞으로 다가서면, 예외 없이 영적인 기(氣)라고 할 수 있을 질료의 숨결이 스쳐 지나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그의 작품에서 이러한 기(氣)를 공유하려면, 오브제에서 기(氣)의 현존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최병훈의 경우, 그는 자연석과 대리석 그리고 나무에 대한 특별한 감수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상반된 속성의 재료들을 서로 마주하게 하거나 대조를 이루며 흔히 보지 못한 창의적인 연결을 시도함으로써, 각 물질이 지닌 영적인 기(氣)의 차원을 드러나게 하는 것이다. 예컨대 긴 형태의 목조 테이블 작품을 보자. 마주보며 직립한 두 개의 돌 위에 놓여진 목조상판의 길게 뻗은 형태는 마치 무한을 향해 달려 나가는 듯 한 느낌을 전해준다. 이 작품에서 나무와 돌, 두 자연요소는 기하학적인 간명한 패러다임으로 결합된 구조물로 표현되어 있으며, 우리에게 친밀한 재료인 나무는 긴 시간 연마된 목판으로 다듬어져 친근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성장의 감각을 가진 유기체로서의 느낌을 전한다. 결국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기하학적 구성'과 '시각적 성장감각' 사이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차별성과 상보성(相補性)이라 하겠다.

최병훈_afterimage 010-348_레드 오크, 자연석_45×170×68cm
최병훈_afterimage 011-359_레드 오크, 자연석_85×68×36cm

한편 작가가 전시한 또 다른 작품인 세 개의 돌 위에 걸친 긴 장방형 대리석 벤치 작품을 보도록 하자. 여기서 잘 연마된 대리석을 떠받치는 세 개의 돌들은 마치 자연의 힘에 도전하기라도 하듯이 직립해 있다. 작가는 세 개의 돌기둥 위에 또 다른 돌을 얹는 행위를 함으로써, 과거 인류가 이룩한 최초의 구축에 대한 열정과 '돌쌓기'란 그 가장 오래된 행위를 부활시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의 오브제들 앞에서 우리는 가장 앞선 현재와 가장 먼 과거 안으로 동시에 투사되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 같이 정화된 영적인 작품의 실체를 따라, 시간의 진행 곡선을 체험하는 일, 즉 작가는 이것을 우리 눈으로 보게 할 뿐만 아니라 직접 체험하도록 하고 있다. 최병훈이 제작한 오브제는 조형성 이외에 그 자체의 기능성이 더하여 순수예술품이 주는 단순한 감동보다 더 한층 광범위한 정신적 감동을 건넨다. 사실 우리는 이 테이블, 저 콘솔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고, 대리석과 자연석으로 만들어진 의자 위에 앉을 수도 있음을 잘 안다. 그래서 작가의 오브제를 사용하거나 걸터앉는 순간, 작품의 만곡형태로 인해 의식이 감각적이 되고 주변 공간의 광대함에 대해서도 의식이 명료해는 것을 느끼게 된다. 결국 이러한 의식 덕분에 우리는 까마득한 과거와 다가오는 미래가 서로 연결되는 것 까지도 인지할 수 있게 된다. 이를테면 작가가 구현한 구부러진 의자 위에 앉는다는 것은 곧 미래를 관망하는 일이 되며, 이때 인지하는 미래의 시간 속에서는 이 순수하고 단순한 형태들은 어둠 속에서도 길을 잃을 염려 없는 빛의 근원으로 여겨질 메시지의 기호로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 우리 자신이 전환의 매개체가 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렇지 못하다면, 과거의 기억과 미래의 이 빛은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최병훈_afterimage 011-360_마블 화이트, ipe_31×141×91cm_2011

한국의 영혼은 이렇듯 자연의 정기와 문화의 조형적 감수성을 내밀하게 결합하는 요소들에 의해 과거의 기억과 미래를 연결하는 특별한 힘을 지니고 있다. 동시에 그것은 고요함을 활력 넘치는 삶의 비약에로 통합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최병훈의 작품은 바로 그와 같은 특별한 정신적인 힘을 구현한 순수하고 탁월한 예들 중 하나라고 하겠다. ■ 장 루이 포아트뱅 Jean-Louis Poitevin_번역 : 서영희

최병훈_afterimage 09-338_호두나무_85×81×39cm

조현화랑 부산에서는 2011년 10월 21일부터 12월 25일까지 최병훈展을 선보인다. 최병훈은 국내 최초로 아트퍼니처를 시도하고 있는 작가로 도(道)와 선(善) 그리고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존경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작품을 구현하고 있다. 조현화랑에서 세번째로 선보이는 작가의 전시를 통해 강렬한 한국적 정신으로 고고한 정기를 품은 최근작을 소개한다. ● 최근 국내에서 주목받고 있는 아트퍼니처(Art Furniture)는 예술성뿐만 아니라 실용성까지 겸비한 독특한 디자인 예술로 우리 생활에 가장 자연스럽게 뿌리박힌 가구 속에 아티스트의 창조적인 세계가 녹아있는'예술가구'를 말한다. 예술과 실용성을 동시에 생각하는 합리적인 사고로 만들어진 아트퍼니처는 실내 공간에서 미술의 가치를 구현하고 그 공간을 다채롭게 만들어낼 수 있는 미술, 공예, 디자인이 모두 모인 예술의 결정체라고 볼 수 있다. ● 최병훈 작가는 아트퍼니처에 관한 이해와 요구가 크지 않았던 1980년대'채집된 곤충'시리즈로 시작해 1990년 한국에서 최초로 예술과 디자인과 목공예를 접목한 새로운 장르를 시도했다. 아트퍼니처에서 형태에 담긴 미의식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고 있는 작가는 돌, 나무와 같이 자연에서 오는 재료로 우리의 무위자연 사상과 전통적인 오브제, 독자적인 문화가 갖는'한국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예술 작품을 창조해내고 있다. 돌의 자연미와 나무의 본질을 가장 자연스러운 형태로 드러내고 있는 작품들은 동양적 아름다움으로 작품을 통해 우리를 실용의 세계뿐 아니라 자기성찰과 명상의 세계로 향하도록 이끌고 있는 것이다. ● 작가는 작품에서 무거움과 가벼움, 거침과 매끄러움, 단단함과 부드러움 등 상반된 두 개의 은유적 의미를 돌, 나무 그리고 금속과 같은 각기 다른 속성의 재료를 마주하게 하거나 대조를 이루도록 하여 흔히 보지 못한 창의적인 형태로 표현하고 있다. 동양의 자연주의 정신을 바탕으로 오랜 시간을 갈고 닦여 사용된 돌들은 고요와 평온의 느낌을 발하며, 부드러운 직선과 곡선을 보여주는 나무와 부분적으로 첨가되는 금속 재질은 소재에서 오는 천연의 느낌으로 간결하게 조화를 이룬다. 숭고한 아름다움으로 자연과의 일체감을 나타내고 있는 그의 작품은 단순히 기능에 만족해버리는 현대 가구에서 벗어나 우리들의 생활을 보다 서정적이고, 아름답게 가꾸려는 작가가 도달한 하나의 성과라고 볼 수 있다. ●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최병훈 작가의 작품 깊숙이 담겨진 자연의 숨결과 거대한 평온함을 이번 조현화랑의 전시를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 조현화랑 부산

Vol.20111021i | 최병훈展 / CHOIBYUNGHOON / 崔棅熏 / craft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