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1_1019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이즈 GALLERY IS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0-5번지 Tel. +82.2.736.6669 www.galleryis.com
풍경을 나누다 ● 산과 물은 보는(看) 곳이고, 읽는(讀) 곳이고, 노는(遊) 곳이고, 만나는(遇) 곳이고, 숨는(隱) 곳이고, 푸는(解) 곳이고, 쉬는(休) 곳이고, 돌아가는(歸) 곳이다. '청풍명월에는 값을 매길 수 없고, 근수원산은 모두 정을 품고 있다(淸風明月本無價, 近水遠山皆有情)'니 사람의 정(情)이 산수의 정과 감응하면 정신이 청량해지고, 사람의 뜻이 산수의 기운과 호흡하면 시선이 명징해지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풍경이 아무리 좋다 한들 정을 품은 사람이 없다면 자연은 동정(動靜)과 흑백(黑白)이 시소처럼 흔들리는 극단의 세계일뿐이리라. 보고, 읽고, 놀고, 만나고, 숨고, 풀고, 쉬고, 돌아가는 사람이 있기에 '먼 산은 먹이 없어도 천년의 그림이 되고, 가까운 물은 현 없이도 울리는 가야금이 되었던(遠山無墨千秋畵, 近水帶弦萬古琴)' 것이다.
무자서(無字書), 무현금(無弦琴)의 산천이라지만 월인만천(月印萬川)의 도리대로 달그림자가 온전히 담기지 않은 물이 어디 있을 것이며, 달빛을 억지로 감추어 암흑천지로 만들어버리는 무정한 산이 어디 있겠는가. 천지자연은 새 울음과 벌레 소리를 통해 그 뜻을 전달하고, 아름다운 꽃과 푸른 풀 등 만상(萬象)을 통해 진리를 보여준다. 그러나 사람의 밝은 본마음이 그것을 알지 못하는 까닭은 잡다한 욕망과 아집(我執)이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풍경을 나누고 천지의 기운을 누리게 해 줌으로써 정신을 정화시켜 주는 예술이 자신의 자리를 갖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같은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는 것을 한스러워하여 세상 사람들보다 먼저 걱정하고 세상 사람들보다 나중에 즐기는(先天下之憂而憂, 後天下之樂而樂) 사람을 성인(聖人)이라 한다면, 만천명월(萬川明月)을 오롯이 마음에 보듬어 어진 마음을 화폭에 투사할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참 성인이요, 참 예술가다. 화가를 평생 남의 흉내나 겨우 내다가 죽어버릴 인간이라 여겨 '근원(近猿, 원숭이에 가깝다)'이라 호(號)를 지으려 했던 근원(近園) 김용준 선생의 일화도 있긴 하지만, 좋은 풍경을 마음에 담고 화폭에 베껴 함께하고 싶은 사람, 마음을 나누고픈 사람과 한적한 시절에 즐기는 것도 그 즐거움이 결코 적다 할 수 없을 것이다. 작화(作畵)의 시작도 맺음도 모두 여기로 귀결될 따름이다.
평소 나눔을 즐기고 묵향을 좋아하여 그림으로 사귐을 일삼던 신동임 화가의 첫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회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수묵화의 전통을 잘 계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적 체험과 터득을 통한 창조적 해석이 가미된 것들로, 작가의 기예(技藝)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품성까지도 엿볼 수 있는 그림들이다. '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하라 하였다지만 충주와 제주도, 남해 금산과 주왕산까지 정말 부지런히도 다녔다. 묵유오채(墨有五彩)라 하지만 청산녹수(靑山綠水) 수류화개(水流花開)의 풍경 앞에서 어찌 색을 버릴 수 있으랴. 화가의 그림에는 '바라만 봐도' 좋거나 '바라봐도' 어쩔 수 없는 유아지경(有我之境)과 '고개 들어 물끄러미 바라보는' 무아지경(無我之境), 또한 산과 강, 바다뿐만 아니라 가족과 친구, 형제와 스승에 대한 어진 마음이 유연한 색채로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림에 무슨 거대한 비밀이 있겠는가. 『시경(詩經)』에서 '시 삼백편의 내용을 한마디로 말하면, 생각함에 간사함이 없다(詩三百, 思無邪)'고 했던가? 천지자연의 본성에 거스름 없이 정과 경(景)의 원만한 교융(交融)을 추구하는 작가의 진솔한 그림은 거짓 없이 가슴에 와 닿는 순정(純正)한 '격(格)'을 갖추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 전시회를 통해 사람과 사람이 온전히 만나 풍경을 나누고 도타운 정을 교류할 수 있도록 해 준 신동임 화가의 아름다운 마음에 감사하며 투박한 몇 마디 문장으로 서(序)를 대신한다. ■ 한성구
나는 자연을 사랑한다! ● 자연은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아니하고 저절로 생겨난 산, 강, 바다, 식물, 동물 따위의 존재.'라는 의미가 있는데, 난 신이 창조한 그 신비함에 반해버렸다. 그중에 '산'은 봄엔 아기자기하고 여름에 씩씩하고 가을엔 화려하고 겨울엔 쓸쓸한 면이 있는 반면, 차가운 눈을 덮고 있을 땐 무언가를 초월한 듯 오히려 그 포근한 느낌이 한이 없다. 마치 우리네 삶을 보여주는 듯하다. 나는 산이 좋다. 오를 때마다 보이는 그 풍경은 언제나 나를 흥분시킨다. 산은 자혜로워 자신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산 정상에서 보는 일출의 감동은 배가되고, 산기슭을 흐르는 맑은 계곡을 따라 냇가에 닿으면, 그 물로 목을 축이는 곡식들이 가득한 들녘과 마주친다. 조금 더 시선을 넓게 하면 반짝이는 강과 저 멀리 바다까지, 산에 오르면 이 모든 풍경들을 선물 받을 수 있다.
어린아이처럼 들떠 산봉우리에서 계곡으로, 강에서 바다로 신나게 걷다가 나는 문득 먹먹해질 때가 있다. 너무도 고귀해서 너무도 아름다워서 나는 감히 자연을 흉내 낼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에 한없이 작아진다. 그러나 큰 용기를 내어본다. (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고) 나의 작은 바람은 내가 풍경을 보고 느낀 감동을 조금이나마 다른 사람에게도 나눠주고 싶다는 소박한 마음이다. 그래서 부끄럽지만 용기를 내어 나의 여행 경험을 내 어린 그림을 통해 공유해 보려 한다. 열심히 자연을 흉내 내 보려 애쓴 그림도 있고, 그냥 내 맘대로 해석해서 재미있게 그려본 것도 있다. 한없이 부족하고 어설픔을 알지만, 나의 그림을 보는 누군가가 조금이라도 내가 여행하면서 느꼈던 감동과 편안함을 맛볼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거 같은 작은 소망으로 첫 개인전을 열어본다. ■ 신동임
Vol.20111019b | 신동임展 / SHINDONGIM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