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1_1018_화요일_06:30pm
관람시간 / 10:00am~10:00pm
산토리니 서울 SANTORINI SEOUL 서울 마포구 서교동 357-1번지 서교프라자 B2-01 갤러리 2관 Tel. +82.2.322.8177 www.santoriniseoul.com
유토피아를 꿈꾸는 내 안의 어른아이 ● 키덜트 이미지의 등장 아동과 어른의 구분은 근대기 이후에나 가능한 것이었다. 모더니즘 이전 시기에 단순히 '어린 어른'이었던 아동은 역사적 흐름에 따라 성인과 분명하게 구분되었고, 교육과 보호를 필요로 하는 미완성의 존재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아동을 독립적인 생애 주기로 인정하고, 이를 위한 놀이 및 교육이 등장한 것은 17세기 이후의 일이다. 아동과 어른에 대한 구별적 인식은 탈근대화 사회에 들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과거에 놀이와 문화, 소비의 영역에서 차이를 보이던 성인과 아동이 그 경계가 모호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해체적 분위기는 2000년대에 들어 확연하게 가시화 되고,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잡게 된다. 성인이면서도 아동의 것을 차용하고 소비하는 사람들이 등장한 것인데, 이러한 사회적 현상을 키덜트(kidult: kid+adult)문화라고 한다. ● 어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동의 감성을 추구하는 환상에 사로잡힌 키덜트족의 출현은 현대도시의 삶과는 무관하지 않다. 최첨단과 물량화로 무장한 스펙터클의 도시구조에 놓인 현대인들은 새롭게 변모하는 사회적 시스템에 적응하기 위해 강박증을 비롯한 다양한 신경증에 시달리곤 한다. 완벽을 요구하며 사회적 책임을 가중시키는 사회구조에서 성인이 된 어른은 심신의 안정과 심리적 위안을 위해 돌파구를 찾게 된다. 이때 어린 시절의 동화적 환상은 현실 속에서 꿈과 가상의 초현실적인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니까 키덜트문화는 현대사회에서 자아 정체성의 표출과 현실을 도피하려는 일탈적 행위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키덜트 문화현상은 영화, 소설, 패션, 애니메이션, 광고 등의 대중문화뿐만 아니라 현대미술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고 있다. 키덜트 문화는 현실에 대한 치열한 경쟁보다는 어린이의 유머, 재미, 오락처럼 단순한 것을 지향하는데, 이것은 현대미술의 가볍고 유희적이며 일상성을 추구하는 네오팝(Neo pop)과 결합해 다양한 이미지를 생산해내고 있다. 유희적인 장소설정을 통해 왜곡된 어른아이의 신체를 보여주는 박재영의 조각작품은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해 볼 수 있겠다.
왜곡된 신체와 연극적 상황 연출 ● 박재영 작가는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현실과 이상에서 오는 심리적 갈등을 작품으로 선보인다. 사회구성원으로 자란 작가는 한 개인이 감당하기에 벅찬 사회적 요구조건 앞에서 고민하는 자신의 모습을 작품 안에 투영시킨 것이다. 이러한 인체 조각작업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신체성을 강조하며 왜곡된 몸을 만드는 것이고, 나머지는 작품이 놓인 상황을 연극적으로 연출한다는 것이다. 인물상은 실제 비례와는 어긋난 것으로 약 50cm 크기의 아이 몸과 성인의 얼굴을 지닌 '어른아이'이다. 마르고 작은 아이의 몸에, 큰 손과 발, 주름투성이의 얼굴은 성인 것으로 서로가 이질적이면서도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두상은 얼굴에 비해 뇌부분이 축소되었는데, 근육이 메마른 소년의 몸은 그로테스크하기도 하고,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집으로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작가는 해부학적으로 성인의 얼굴에 두개골의 크기를 축소함으로써 기이한 머리와 몸체를 지닌 사람을 만든 것이다. 이때 두개골은 이성으로 상징되는데, 얼굴은 어른이지만 뇌는 발달하지 못한 어른아이를 은유한다. 또한 인물상은 손과 발의 크기를 신체에 비해 과도하게 확대했는데, 손과 발은 의사소통의 도구로써 말이나 얼굴표정으로 못다한 소통의 욕구를 몸의 언어를 빌어 표현하고자 한 작가의 의도를 짐작해볼 수 있다. ● 리얼리티가 강한 인체조각을 선보이는 박재영의 작품은 작가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작품은 자신의 유년기 한 장면으로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데, 대개가 놀이터와 같은 유희의 공간이다. 박재영은 유년시절의 감성을 상기시키는 물건이나, 판타지 등을 선호하는데, 이를 통해 일상으로부터 벗어나려는 현실이탈을 염원한다. 개인의 사소한 역사를 작품에 담아 냄으로써, 유년시절의 지극히 사적이고 일회적일 수 있는 감각적인 감성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거나 철봉에 매달린 모습, 수화기를 들고 장난전화를 거는 상황, 혹은 선풍기를 손에 들고 즐거워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연극적인 상황 연출을 통해 과거를 향수하는 동시에, 현실에서 마주하는 고통의 문제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자 한다. 다만 박재영 인체조각이 키덜트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여타의 작업과 구분되는 지점은 표면적으로 단순화된 아동이 아닌 리얼리티가 강하며, 성장하지 못한 '어른아이'의 이미지를 재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네오팝과 키덜트, 그리고 치유 ● 넓은 의미에서 동시대 이미지 생산자들은 거의가 팝(pop)을 다루고 있다. 특히나 네오팝 계열의 작가들은 1970년대 이후에 출생한 이들로, 어린 시절에 대중문화의 세례 속에서 성장한 세대이다. 어른이 된 이들의 작품에 유년기의 추억이나 대중문화의 것들이 나타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이다. 급변하고 완벽을 요구하는 현대의 사회구조 안에 재빨리 적응하지 못하거나, 어른으로서의 의무나 책임에 직면했을 때 받는 스트레스는 크다. 이러한 심리적 보상으로 선택하는 아동기의 향수를 추구하는 키덜트 문화는 동시대의 필연적인 사회현상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근자의 젊은 작가들이 가볍고 일상적이며 유희적인 미를 추구하는 것은 키덜트 문화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박재영의 구상적인 인물조각은 키덜트적 요소와 팝적인 특징이 적절히 믹스되어, 이 두 사이의 관계를 연결시켜주는 고리로도 읽어낼 수 있다. ● 박재영의 작업은 현실의 고단함과 어른이 된다는 불안감에서 해방되기 위해 시작되었다. 개인의 욕망과 사회적 굴레 사이에서 지쳐가는 현대인의 고민을 담아내는 작업은 작가 스스로를 위한 치유의 수단이기도 하며, 온전한 성인으로 자라지 못한 우리의 또 다른 모습인 셈이다. 이것이 작가 개인의 차원을 넘어 많은 이들에게 공감대를 선사해 주는 지점이다. 독창적인 이미지와 연극적 공간을 접목시킨 박재영의 인물조각은 예술을 통한 자기 치유적 힘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는 동시에, 갈등이 없는 유토피아를 갈구하는 예술가의 염원을 보여준다. ■ 고경옥
Vol.20111017g | 박재영展 / PARKJAEYOUNG / 朴宰潁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