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속 별을 보다

윤혜준展 / YOONHYEJOON / 尹惠俊 / painting   2011_1012 ▶ 2011_1018

윤혜준_풍경 속 별을보다_장지에 먹, 호분_50×230cm_2011

초대일시 / 2011_1012_수요일_06:00pm

2011 미술공간現 신진 기획展

관람시간 / 평일_10:00am~06:00pm / 주말_11:00am~06:00pm

미술공간현 ARTSPACE HYUN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6번지 창조빌딩 B1 Tel. +82.2.732.5556 www.artspace-hyun.co.kr

밤의 풍경(눈이 내리고 별이 빛나는 밤) ● 밤에 하늘을 올려보아도 별을 보기란 쉽지 않게 되었다. 문명이 도시화, 현대화를 거치면서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상황은 좀처럼 어려워만 간다. 그런 점이 안타까운 윤혜준은 기억 속의 공간과 상상 속의 공간을 접목시켜 밤의 풍경을 그린다. 해가 저물고, 달이 뜨는 밤이 되면 낮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까맣게 흑색으로 물든 밤에 내린 눈은 색의 대비로 더욱 하얗게 보인다. 높은 곳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폭포수는 밤이 되어도 끊임없이 움직인다. 하지만 낮과 다르게 물소리는 더욱 집중되고 모습은 위엄을 자랑한다. 별들이 다채롭게 떨어지는 소리, 풀벌레 소리, 달빛을 받은 물의 소리들이 들린다.

윤혜준_솜꽃처럼 사뿐히_장지에 먹, 호분, 방해말_35×55cm_2011

작가의 그림에는 묵색과 흰색, 절제된 소수의 색상들이 표현되어있다. 방해석을 잘게 분쇄한 방해말(方解末)을 안료로 사용하였다. 이 재료를 사용한 작품들은 조명을 받아 반짝 이며 다소곳하게 쌓인 설경(雪景)은 황홀미에 빠져들게 만든다. 은은하게 눈이 부시기도 하고, 혹 차가움을 느끼게 한다. 누구나 한번쯤은 눈이 쌓인 풍경을 보고 '아름답다'는 표현을 해보았을 것이다. 매년 보아오는 흔한 그런'눈'이 아니라 무척이나 생경하고 감각을 흔들어놓았던 '눈'말이다. 이번 전시에서 다시금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윤혜준_夜-山高水靑(산고수청)_장지에 먹, 호분_30×90cm_2011
윤혜준_기묘한 밤_장지에 먹, 호분, 방해말, 연필_65×160cm_2011

그녀의 작업이 기존의 동양화적 기법과의 차별화된 점이라면 '긁어내기 기법'과 '밀어내기 기법'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다른 종이가 아닌 한지에서 느낌을 나타내는 방법은 작가만의 특별한 표현 방법이라고 보여 진다. 붓 자국의 표현과는 또 다른 거칠고 세밀한 묘사를 사실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산수화는 전통적으로 외관의 형태 못지않게 '의경'을 중요시 했다. 의경(意境)이란 자연을 근원으로 하되 개인의 사상체계와 정신과 사상을 자신의 마음으로 옮겨와서 그림에서 도를 얻는 것을 뜻한다.

윤혜준_달 밝은 밤_장지에 먹, 호분, 긁어내기_165×110cm_2011

유독 밤 풍경의 별을 보는 것을 좋아했던 작가는 풍경의 기억과 감정들을 관람자들도 함께 느끼고 공감하기를 원한다. 그녀의 작품은 고요하고 안정감을 주는 산수풍경이다. 속도감을 드러내어 쫓기기 보다는 편안함과 명상의 순간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을 제시한다. 특정한 지역과 실제 하는 지역의 풍경이 아니라, 작가가 상상하고 담아내고 싶어 하는 풍경이기 때문에 알퐁스 도테『별』의 소년과 소녀가 보던 낭만적인 별과 밤의 풍경일 수도 있고, 윤동주 시인의 애잔함을 달래주던 풍경일 수도 있다. 특이하게 그림 안에는 인물들이 나타나있지 않다. 그래서 더욱 많은 것을 담고 있는지 모른다. 어쩌면 까만 어둠 속에 유일한 노란 빛이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고, 혹은 잠든 이들을 풍경 저 너머에 숨겨놓았는지도, 자연에게 더욱 집중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런 의도를 취한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윤혜준_하얀 눈꽃을 보다_장지에 먹, 호분, 방해말_85×190cm_2011
윤혜준_鏡化水月(경화수월)_장지에 먹, 호분, 긁어내기_150×50cm_2011

도시생활에서 지쳐가고 있는 관람자들에게 작가고유의 감성을 밤과 자연의 풍경사이에 녹아내어 치유의 시간과 계기를 제공해 주려한다. 작품을 통해 명상의 시간을 갖고, 주변의 모습을 한 번 더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갖길 바란다. 이제 청량감 있게 고요하고, 매혹적인 풍경들을 눈과 마음에 담는 호사를 누릴 시간이다. ■ 미술공간現

Vol.20111012c | 윤혜준展 / YOONHYEJOON / 尹惠俊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