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11_1010_월요일_06:00pm
관람시간 / 09:30am~06:30pm / 토_09:30am~03:0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보다 컨템포러리 GALLERY BODA CONTEMPORARY 서울 강남구 역삼로 북9길 47(역삼동 739-17번지) boda빌딩 Tel. 070.8798.6326 www.artcenterboda.com
7월 오후,/ 햇빛이 빛나는 하늘을/ 배 한 척이 꿈을 꾸듯이 떠가네.// 옆에 앉은 세 아이들,/ 반짝이는 눈으로 귀를 쫑긋이 세우며,/ 소박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네.// 하늘에 빛나던 햇빛이 저문 지도 오래,/ 메아리는 사라지고 기억은 희미해지고,/ 가을 서리는 7월을 몰아내네.// 하늘 아래에서 움직이던/ 앨리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환영처럼 꿈 속에서 나타나네.// 아이들은 여전히 이야기를 기다리며,/ 반짝이는 눈으로 귀를 쫑긋 세우고,/ 다정히 다가앉는다네.// 세월이 흐르고,/ 여름이 스러져도,/ 이상한 나라에서 꿈을 꾸며 산다네./ 끝없이 흐르는 강물을 따라/ 금빛 햇살 속을 서성이며/ 인생은 한갓 꿈이 아니런가!
『거울나라의 앨리스(1871년)』는 영국의 아동 문학 작가 루이스 캐럴의『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의 속편이다. 작품은 배경과 주제와는 상반되는 거울 이미지를 보여준다. 전편은 따뜻한 5월, 야외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카드놀이의 이미지가 사용되었으나, 이 작품은 추운 11월에 실내에서 시작되며 시공간이 자주 바뀌고 체스의 이미지가 사용되었다. 주인공 앨리스는 전편에 등장한 고양이 다이나(Dinah)와 놀다가 거울 반대편의 세상에 들어가게 된다. 앨리스는 그곳에서 다양한 경험과 인물들을 만나게 되고, 체스게임에서 승리하여 이상한 나라의 여왕이 된다. 그 순간 잠에서 깨어난 앨리스는 모든 것이 꿈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위에 적힌 시는 책의 마지막에 실린 내용으로, 저자인 루이스 캐럴 자신의 삶을 은유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지만,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실제모델이기도 한 엘리스에 대한 연민과 아이들의 천진난만함 사랑한 그의 성격과 인품을 잘 드러내고 있다. ● 보다에서 기획한『거울나라의 앨리스』展에 참여한 박새롬, 윤아미, 최지선은 작가로서 오늘이란 시공간을 살아가고 있다. 그들이 꾸는 꿈은 이미지를 넘어선 시각언어로서 재현된다. 세 작가는 자신과 타자와의 만남으로 자신의 인식과 정체성에 대한 작업을 하고 있다. 거울은 앨리스가 꾸는 꿈, 즉 비현실공간, 이상이 존재하는 세계로 통화는 매개체로서 작가들의 작품을 지칭한다. 그들의 작품은 동화『거울나라의 앨리스』속의 현실과 가상현실을 넘나들게 하는 매개체인 거울과 닮은 꼴이다. ● 영혼이 자유로운 상태, 꿈꾸는 대로 이루어지는 세상, 뭔가 새로운 일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 우리는 동화『거울나라의 앨리스』에 빠져들고, 실제로 우리는 현실세계에서도 이상한 나라만큼이나 신비로운 경험들을 한다. 나 아닌 남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것, 타인을 만나 그의 세계로 들어가 보는 것, 이 모든 것이 어쩌면 무모해 보이는 선택들에 따라 나오는 새롭고 이상한 나라들이다. 그런 나라로 들어가면 자신이 누구인지 묻게 된다. "정말 나는 누구일까?"
박새롬은 무의식적으로 계속 잊혀져 가는 기억들을 지금이라는 또렷하게 인지할 수 있는 순간에서 기록을 함으로써 '지금' 뒤에 놓일 기로를 후회 없이 선택하고 싶어 했다. 오랜 기간 고난으로 인해 흔들리지만 꿋꿋하게 살아남는 나무처럼, 잊혀 지려 인지의 끈을 놓는 과거를 현재라는 시간에 가두어 그것을 통해 미래를 다지는 기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즉, 'The climbing Monkey'는 연약하고 부드럽지만 강함을 내세우는 나무와 함께 삶을 조명하는 자화상이다. 세파에 시달려도 꺾이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하여 진정한 '나'를 만들어야 하는 일종의 사명. 그리고 쉽게 발설하지 못했던 각자의 비밀스런 이야기. 'The climbing Monkey '를 통해 이 모든 것들과 은밀하게 관계를 맺으려 한다.(작가 노트 중에서..)
윤아미는 현재 진행 중인 이 작업은 인간 내면의 타자성과 결핍과 충족 의 상관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기에 하나의 픽션을 가미 하여 이를 설명하고자 한다. 포커스에 대한 우리의, 나의 시선은 '다름' 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다. 이것으로 말미암은 소외감, 고독감, 고립감을 벌거벗은, 혹은 벌거벗긴 붉은 반점 투성이로 밤에만 숨어지내는 포커스의 캐릭터로 설명하고자 한다. 낡고 헤지고 버려진 폐허와 밤의 어두움은 우리의 이러한 시선, 편견, 내면을 상징 한다. 붉은 반점은 직접 현실과 부딪침에서 오는 물리적 표상물로서 내부로부터 외적 대상을 향한 심리적 거리감을 재현 시킨 것이다. 즉 현실적 삶으로부터 취해진 물리적 심리적 상호 관계를 가시화 한 것 이다. 또한 도트의 의미는 자기 순환적, 주체적 단위성, 등을 내포하고 있다. 다시 말해 내 안의 시선이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것을 말한다. 포커스와 나의 만남은 나와는 다른 객체적 대상과의 만남이며, 나의 내면에 있는 또 다른 타자성과의 만남이기도 하다. 우리는 모두 자신 안에 '내가 모르는 부분' 즉 타자, 이방인, 외계인을 두고 있다. 이는 무의식에 내재해 있다가 어떤 사건 상황을 통해 고개를 내밀거나, 본의 아니게 마주치게도 된다.
최지선의 작업은 공포와 방어기제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가지는 걱정과 불안은 사회와 인간관계 속에서 외면되거나 감추어진다. 너와 나 우리라는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억압된 다양한 심리는 여러 가지 형태로 우리의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관계 속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을 나만의 공간에서 홀로 마주해야 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그는 사진 속 세계를 통하여 외부로부터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연약한 방어기제를 나타낸다. 본인의 예민한 감성에서 비롯되었다는 그의 사진은 사방이 온통 하얗게 칠해져 있으며 또 숨 막힐 정도로 촘촘히 채워져 있다. 이러한 방법은 공포증에 대한 직접적인 연출을 통해 공포로부터의 갈등을 대리해소 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공포에 대한 이야기를 사진 속에 직접적으로 끌어들임으로써 공포를 치유하는 일종의 동종요법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이러한 감정은 그 외부의 공포와 불안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본능이며 작가는 이 원초적 경험을 사진으로 서사화 하고 있다. 또한 타자와의 관계에 대한 괴리로 인해 밖으로 표출되지 못했던 작가의 욕망을 직접적인 방식으로 드러낸다. ■ 박혜림
Vol.20111010e | 거울나라의 앨리스-박새롬_윤아미_최지선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