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mptation

정민자展 / CHUNGMINJA / 鄭敏子 / photography   2011_1108 ▶ 2011_1121

정민자_Temptation_종이에 피그먼트잉크_106×115cm_2011

초대일시 / 2011_1108_화요일_03:00pm

관람시간 / 10:30am~07:00pm

갤러리 아트사간 GALLERY ART SAGAN 서울 종로구 삼청로 22 영정빌딩 3층 Tel. +82.2.720.4414 www.artsagan.com

신화로 승화된 욕망 ● 인간의 욕망은 어느 지점에서 발화한 것일까? 또 그중에서 여성의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욕구의 원초적인 뿌리는 무엇일까? 혹 미에 대한 욕망에는 또 다른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본능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화 과정에서 체득한 경험이나 지식의 결과물일 것이라는 의구심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은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사회제도나 구조적인 차원에서 출발한 논리가 숨겨져 있다는 전제하에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 할 수 있다. 텔레비전, 영화, 신문, 잡지, 인터넷 등 동시대의 여러 미디어에 게재되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광고는 대부분 그들의 미에 대한 욕망을 자극한다. 이러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 상품광고는 뛰어난 미모의 여성연예인을 광고모델로 내세워서 상품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서사구조로 꾸며져 있는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와 같은 광고는 대부분 특정한 상품을 사용하면 광고에 등장하는 여성처럼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준다. 섹슈얼리티(sexuality), 뷰티(beauty) 등과 같은 코드가 내포가 되어있는데, 그것을 바탕으로 상품구매를 유도하는 표현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이처럼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여성들의 집요한 노력의 이면에는 상업주의 혹은 자본의 논리가 자리 잡고 있는 것도 분명한 현실이다.

정민자_Temptation_종이에 피그먼트잉크_106×115cm_2011
정민자_Temptation_종이에 피그먼트잉크_78×100cm_2011

정민자는 이와 같은 당대의 사회문화적인 현실을 환기시키는 사진작업을 한다. 작가는 꽃, 나비 등을 소재로 선택했다. 여성을 상징하는 대상을 통해서 여성의 아름다워지고 하는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알레고리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자신이 선택한 표현대상을 변용해서 회화와 같은 외관의 이미지를 생산한 것이다. 작품 한 장 한 장마다 컬러가 강렬하면서도 유혹적이다. 그와 더불어서 부드러운 정서가 느껴지기도 한다. 또 무엇인가 알 수 없는 슬픔과 내면적인 상처가 내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가의 내면세계는 단순하지 않고 다양하고 복잡하다. 부드러우면서 보편적인 여성의 감정을 드러낼 때가 있는가하면 격정적인 심리를 표출하기도 한다. 이러한 다양한 층위를 보여주는 작가의 내밀한 심리상태가 작품마다 고스란히 이미지화되었다.

정민자_Temptation_종이에 피그먼트잉크_77×100cm_2011
정민자_Temptation_종이에 피그먼트잉크_76×100cm_2011

현대사회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외모를 중요시하는 사회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이들이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욕망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 또 구체적으로 자신들의 욕망을 구현하고자 집요하게 노력한다. 작가는 이러한 현대인들의 욕망 혹은 꿈을 우의적으로 표상했다. 자신의 심리세계에 내밀하게 자리 잡고 있는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유혹에 대한 또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작가는 자신이 표현하고자하는 주제를 구체적으로 시각화하기 위해서 여러 단계의 제작과정을 거쳤다. 우선 선택한 소재를 표현의도에 부합되게 변형했다. 그 후 인공조명으로 원하는 분위기를 연출해서 카메라앵글에 담았다. 그 결과물을 디지털프로그램에서 또 다시 수정하고 변주해서 서사구조가 드러나는 최종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외형과 색채를 드러내는 이미지가 생성된 것이다. 작가는 절제된 수사법을 통해서 스토리텔링을 구축한다. 단순하게 자극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 머문 것이 아니라, 현실을 풍자하고 자신의 내면적인 영역을 은밀하게 들추어내고 있다. 그런데 작가는 페미니즘적인 태도가 아닌 지극히 사적인 입장에서 미적인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정민자_Temptation_종이에 피그먼트잉크_74×100cm_2011

정민자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주제를 풀어낸다. 역동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이미지를 자아내는 가하면, 정서적이면서도 편안하게 다가오는 작품도 있다. 그와는 다르게 유혹적으로 혹은 도발적으로 보는 이를 자극하는 이미지도 있다. 또 영화나 애니메이션과 같은 서사구조를 드러내기도 한다. 동일한 주제이지만 때때로 변화하는 감정의 흐름에 부응하는 직관적인 작업을 했다. 그로 인해 다양한 외형적인느낌을 표출하는 작품을 성취 할 수 있었다. 작가가 이번에 발표하는 작품은 사진적인 제작과정과 디지털프로그램이 융합되어 생성된 결과물이다. 그래서 보는 이들의 관점에 따라서 사진이기보다는 회화처럼 보이거나 그래픽 작품처럼 보이기도 할 것이다. 디지털테크놀로지의 발전으로 인해 변화된 동시대 시각예술의 풍경을 반영하는 작품으로 느껴진다. 21세기는 다양성의 시대이자 통섭의 시대다. 작가는 이러한 시대정신을 작품을 통해서 상징적이면서도 명료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 김영태

Vol.20111009i | 정민자展 / CHUNGMINJA / 鄭敏子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