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 Me Your Hair

2011_1006 ▶ 2011_1130 / 일,공휴일 휴관

Ruth Marten_털복숭이 Hirsute_18세기 동판화를 변형한 디지털 프린트_104×68cm_2009

오프닝 세미나 / 2011_1006_목요일_04:00pm

현대미술과 털: 초현실주의에서 몸 정치학에 이르기까지 김원방(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교수) ARTIST'S TALK_참여작가와의 대화

참여작가 이세경_이순종_윤자영_함연주 Oreet Ashery(영국)_Regina José Galindo(과테말라) Carole Kim(미국)_Herlinde Koelbl(독일) Soyoon Lym(미국)_Ruth Marten(미국) Piper(미국)_Chrystle Rijkeboer(네덜란드) Mika Rottenberg(미국/부에노스아이레스) Imhathai Suwatthanasilp(태국)_Anne Wilson(미국)

주최 / 코리아나미술관 스페이스 씨 후원 / (주) 코리아나화장품_서울시

관람료 / 일반_3,000원 / 학생_2,000원 / 단체(10인이상)_1,000원 할인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공휴일 휴관

코리아나미술관 스페이스 씨 Coreana Museum of Art, space*c 서울 강남구 신사동 627-8번지 Tel. +82.2.547.9177 www.spacec.co.kr

머리카락은 인류의 역사를 관통하며 풍부한 문화적 의미를 담지해 왔다. 동서양의 수많은 신화와 전설, 종교적 텍스트들이 머리카락으로부터 나오는 매혹과 마술에 대해 언급한다. 신체의 내부이자 외부에 위치하며, 살아있으면서도 죽어있고, 물질이면서도 영적 의미가 부여되어 물질과 정신의 영역을 매개한다고 인식되어 온 머리카락의 양가성은 오랜 기간 예술과 문학의 창조적 동인이 되어 왔다.

Chrystl Rijkeboer_늑대의 키스 Kiss of the Wolf_머리카락으로 짜여진 망토와 인모가발_150cm_2010
헤린더 코엘블 Herlinde Koelbl_헤어 Hair_디지털 프린트 비디오_2007

보티첼리와 뒤러 등 르네상스 작가들이 표상한 이상화된 여성성과 힘의 표상으로서의 머리카락 이미지에서부터 낭만주의와 상징주의, 프리 라파엘 전파 작가들의 휘감기는 머리카락 이미지에 대한 강박에 이르기까지 머리카락 표상에 대한 예술가들의 열정은 그것이 성과 권력, 유혹과 죄, 절망과 광기 등 인간 내, 외연의 상징체계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었다. 도나텔로와 카라바지오, 아르테미지아 젠텔리스키와 클림트 등을 매혹한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 내러티브는 머리(카락)의 상실이 수반하는 권력의 상실, 거세에 대한 무의식적 공포에 다름 아니다. 만 레이를 비롯하여 20세기 초현실주의자들이 재해석한 메두사 이미지와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이 부각된 여성 신체의 파편 이미지 등은 바로 머리카락을 둘러싼 풍부한 미술사의 원천에서 길어 올려진 것으로, 언어와 경계를 초월하며 인간의 불명료한 의식에 관여하는 머리카락의 속성을 간파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임소윤_Dreamtime_종이에 아크릴채색_76.5×56cm_2009
아드리안 파이퍼 Adrian Piper_신화적 존재 The Mythic Being_퍼포먼스 비디오 영상_00:08:00_1973

유전정보를 함축한 역사와 기억의 총체이자 정체성을 강조하는 도구이며, 성과 인종, 민족과 계급, 지위와 권력의 지표인 머리카락은 사회 문화적 아카이브로서 20세기 이후 현대 미술가들의 적극적인 예술매체로 기능하였다. 특히 삭발과 변장의 주요 미디엄으로서의 머리카락은 저항과 일탈, 자기변형을 시도하며 사회적 규범을 넘어서고 다층적이고 불안정정한 인간 주체를 가시화하려는 20세기 후반 퍼포먼스 작가들의 주요 매개체였다. 90년대 후반 이후 머리카락은 인종과 민족주의, 글로벌리즘과 로컬리즘과 연합하면서 탈식민주의, 페미니즘, 다문화주의 등 포스트 모더니즘 담론에서 중요한 논의의 대상이 되었다. ● 인간의 머리카락-털을 둘러싼 풍부한 미학적, 미술사적 담화들을 배경으로 한 『Show Me Your Hair』전은 상징적 언어체계를 비껴가고 고유한 자아를 일탈할 수 있게 하는 머리카락의 변이transformation의 속성에 주목하고, 머리카락이 가지는 사회문화적 함의 등을 통해 권력, 욕망, 정체성, 인종, 지위, 환경 등 인간 삶의 의미체계들을 조망해보고자 한다. 한국, 미국, 영국, 네덜란드, 독일, 태국 등의 15명 작가가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머리카락에 대해 소재적 차원으로 접근하는 작업들 대신 머리카락의 지적 개념들을 재해석함으로써 인간 주체에 대한 인식을 확장해주는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특히 이번 전시는 화장, 피부, 신체 등을 둘러싼 상징과 코드를 현대미술의 이론과 실천의 맥락과 접목해온 코리아나미술관의 그간 전시들의 연장선에서 기획된 것이기도 하다.

캐롤 킴 Carole Kim_ 플러쉬: 머리카락 자르기 초대_단채널 비디오, 디지털 프린트_2000
오릿 애셔리 Oreet Ashery_헤어로이즘 Hairoism_디지털 프린트, 비디오 영상_2009~2011

'변형된 머리카락, 낯섦의 미학'_ 머리카락의 집요한 묘사나 표현은 이미지의 변형을 수반하고 불안함, 비합리성, 섬뜩함 등의 비현실적인 상황을 상기시킨다. 미의 기준을 벗어나 낯섦과 충격의 대상으로 표현되는 머리카락, 정상과 비정상을 넘나드는 양가적 특성으로 아름다움과 그로테스크함이 공존하는 루스 마튼Ruth Marten, 크리스틸 레이케부어Chrystl Rijkeboer, 헤린더 코엘블Herlinde Keolbl 등의 머리카락 이미지들이 사진, 회화, 오브제 등으로 소개된다. 더불어 머리카락을 정교하게 붙여내는 수공적 과정을 통해 신체에서 일탈한 머리카락의 혐오적 속성을 극단적인 장식성으로 변이시킨 이세경의 작업과, 아프리카계 미국인 헤어패턴의 정교한 묘사로 고대 지도와 기호를 연상시키는 임소윤의 회화, 자신의 신체와 머리카락과의 끊임없는 접촉으로 탄생한 머리카락 설치작업으로 신체 내부나 초월적인 우주공간으로의 인식 변화를 일으키는 함연주의 작업 등이 전시된다. ● '자아의 변형, 외모와 정체성'_머리카락은 성과 인종을 포함한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내주는 인덱스로서 작가들에게 정체성 변화의 의지를 불러일으키는 강력한 매개가 되기도 하였다. 머리카락을 자르거나 변형시킴으로써 자신의 모호한 정체성을 유도하고 가부장 체제 및 사회적 억압 기제에 대한 대항의 수단으로 표현하거나 자신의 몸과 사회적 환경 사이의 충돌을 다루면서 개인적 정치적 페르소나를 연출하는 아드리안 파이퍼Adrian Piper, 캐롤 킴Carole Kim, 오릿 애셔리Oreet Ashery, 레지나 호세 갈린도Regina Jose Galindo 등의 퍼포먼스 영상 작업들을 선보인다. 라푼젤 동화와 19세기 자매의 실화를 바탕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긴 머리카락 여성들의 노동을 통해 대지와 부합되는 여성성을 탐구한 미카 로텐버그Mika Rottenberg의 영상작업도 국내 처음으로 소개된다.

레지나 호세 갈린도 Regina Jose Galindo_피부 Piel_퍼포먼스 비디오 영상_00:14:45_2001
미카 로텐버그 Mika Rottenberg_치즈 Cheese_단채널 비디오설치_00:16:05_2008
앤 윌슨 Anne Wilson_헤어 탐구 Hair Inquiry_관객참여 텍스트와 이미지, 인터렉티브 비디오 설치_2001

삶과 죽음의 메타포_ 머리카락의 표상은 상처와 치유, 삶과 죽음, 인간의 한계와 고통의 문제에 관여한다. 머리카락에 내재한 DNA는 개인과 집단의 기억과 역사를 표상하며 머리카락의 소멸은 상실과 죽음 등 불안정한 인간주체에 대한 메타포이기도 하다. 상처와 치유의 과정으로서의 머리카락을 은유한 이순종의 설치 작업, 물적 존재이면서 정신의 은유인 머리카락의 이중성을 명상 퍼포먼스로 의미화한 윤자영의 작업,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만들어진 오브제를 통해 가족의 역사와 거기에 얽힌 삶과 죽음을 발언하는 임하타이 수와타나실프Imhathai Suwatthanasilp의 작업들, 머리카락을 둘러싼 수많은 이들의 삶의 이야기들을 우화, 꿈, 논쟁 등의 형태로 재구성한 앤 윌슨Anne Wilson의 「헤어 탐구」 프로젝트 등을 포괄한다. ● 머리카락이 예술의 범주에서 의미작용을 하는 지점은 명료하거나 완전하지 않은 비언어의 영역, 명확히 경계 지을 수 없고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비 장소의 영역이다. 상징체계에 균열을 가할 수 있고, 세상의 범주를 교란하고 인식체계를 뒤흔들 수 있는, 극도로 미세하지만 날카로운 머리카락의 힘, 이것이 수많은 예술가들을 매혹한 이유일지도 모른다. 이번 『Show Me Your Hair』는 이러한 지점을 전시로 바라보고자 한다. ■ 배명지

Vol.20111006d | Show Me Your Hair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