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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자살률은 세계 최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자살률이 인구 10만 명당 11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8명으로 회원국 평균의 세 배 가까운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사회적 현상을 두고 지난 7월 『뉴욕타임즈』는 '30여명이 매일 자살하고 있으며 국가적 신경쇠약 지경에 처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자살에 대한 분석은 대체로 사회적 구조에 기댄다. 과도한 경쟁체제, 경제적 빈곤에서 오는 불안감, 스트레스나 왕따…. ● 압축적인 경제성장과 민주화 운동으로 제3세계 국가들의 선망이 된 우리나라는 90년대 후반 일상이 자본화되는 세계화의 시스템 속에 급속하게 편입되었다. 보드리야르는 삶 자체가 자본화되는 체계에서 죽음의 충동은 체계에 의해 포위된 삶에 남아있는 마지막 아름다운 탈출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바타이유는 육체적 폭력이라는 죽음이야말로 인간의 신체를 지배하는 상징적 질서를 전복하는 가장 급진적 방법이라고 해석한다. 따라서 자살은 전통적인 서구 기독교 문화, 형이상학과 관념론 등을 거부하고, 예술에 있어서는 상징적 내용과 형식적 질서를 전복하는 행위로 받아들여진다. 1차 대전 이후 인간 이성의 몰락을 예술의 한 형식으로 표출한 다다는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오늘날 예술현황 역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 이처럼 자살은 단순한 물리적 죽음을 넘어 사회의 상징적 코드로서 해석되거나 문화의 창조적 소재나 형식으로 해석된다. ● 컨템포러리아트저널 7호는 사회와 문화의 상징적 기호인 '자살'을 주제로 정하고 자살의 이론적·철학적 고찰을 다룬 이진홍 선생님의 글, 자살의 문화적이고 사회학적인 측면을 다룬 이홍균 선생님의 글을 싣는다. 또 미국적 숭고미로 평가받는 마크 로스코의 자살은 '자신이 반평생을 들여 만들어 왔던 세계로부터 허둥지둥 발을 빼면서 예전엔 경멸에 마지않던 세계의 품에 안겼던 것은 피할 수 없는 귀결'로 바라 본 심상용의 글과 아시아프라는 시장자본에 스스로 몸을 던지는 젊은 작가, 평론가, 교수가 만들어내는 가치체계의 단편화를 자살로 바라보는 정형탁의 글을 담았다. 장 루이 뿌아트뱅은 20세기 초 양차대전 사이에 횡행했던 자아의 분열 현상을 초현실주의, 비엔나 행동주의 등에서 찾고 있다. 이들에게 자살은 스스로를 표현하고 존재의 어리석음을 파기할 수 있는 유일하고 강력한 표현이란 점에서 오늘날 자살 현상에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본다. ● 작가로서 자살을 소재로 삼는 김소희의 사진 작품, 최두수의 설치와 양대원의 평면작품에서 작가들은 자살이라는 심리적 기제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표현내는가를 좌담을 통해 이야기한다. 좌담은 김노암(아트스페이스휴 대표), 심상용(본지 편집인, 미술평론가), 정형탁(본지 편집장)가 참여하여 자살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미술계 내부의 문제로 끌어왔다. ● 피플은 前 홍익대 예술학과 교수였던 김복영 선생님을 만나 현장 미술의 중요성과 미술평단이 해외 사조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문제, 기반 학문의 부재로 인한 허약한 이론의 문제들에 대해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 이슈에서는 지난 15년 간 운영해오던 '올해의 작가' 제도를 새롭게 개편하는 국립현대미술관을 다룬다.(현지연) 법인화의 문제와 서울관 건립 문제를 앞 둔 국립현대미술관이 지난 '올해의 작가상'이 내년부터 SBS라는 공중파와 손잡고 본격적인 작가 프로모션에 뛰어들었다. 미술관의 공공성이 대중성으로 이해되는 방식은 이제 아무런 문제가 없는가? 가치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장치인 전시와 교육의 문제가 우선되어야 하지 않은가? ● 두 번째 이슈는 국내 1세대 대안공간인 사루비아다방의 변화를 주목한다.(임국화) 사루비아다방의 기금마련전이 국내 대표적인 상업화랑인 가나에서 열렸다는 점은 앞으로 '대안공간과 상업공간이 만나는 시작점'이 어떤 움직임을 가지게 될지 궁금하게 만든다. 또 대안공간을 통해 작업 세계를 인정받은 작가들이 시장으로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은 '대안'과 '대안공간'이 창출해 왔던 의미를 재검토해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 리뷰는 사후 7주기전을 맞은 박이소의 드로잉전(임근준), 예술의 모순적 가치들을 시뮬라크르의 놀이로 드러낸 오재우의 개인전(안소현), 세계미술 시장의 보이는 큰 손인 프랑수아 피노의 컬렉션이 국내미술장에서 갖는 가치들을 묻는 피노 컬렉션전(심상용), 국공립미술관에서 벌어지는 해외의 현대미술 기획전의 허약한 기획력의 문제점(현지연)을 되돌아본다. ● 북리뷰는 1995년부터 2008년까지 작가, 건축가, 아트페어 디렉터, 사회학자, 페스티벌 디렉터, 잡지 발행인 등 15명을 인터뷰한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의 『큐레이팅에 관하여 항상 궁금했던 (하지만 물어보기 어려웠던) 모든 것들Everything You Always Wanted to Know About Curating (but were afraid to Ask)를 다뤘다. ● 지난 호 특집에 이어 포스트 피쳐로 3.11 원전사고 이후 6개월이 지난 일본의 동북지역의 현재와 그 현재와 미래를 고민하는 일본 예술계의 흐름을 짧은 경험의 증인으로써 기록한 작가이자 미학자인 김강의 글을 실었다. 핵 문제 역시 지속적인 관심을 두어야 한다.
■ 목차
Editorial 자살 권하는 사회와 공모자 예술_심상용
People 김복영대담: '현장에서 피어나는 이론'의 중요성_심상용
Special Feature 인류의 영원한 질병, 자살_이진홍 오재우의 Collaboration 자살의 사회적 원인_이홍균 좌담회│ "청년 자살은 위기를 알리는 알람입니다" 자살, 자본의 메타모르포시스_정형탁 마크 로스코, 명상과 신경쇠약 사이의 완전주의자-심상용 자살: 불가능한 매뉴얼_장 루이 뿌아트뱅
Issue 작가 만들기에 나선 미디어와 국립 미술관의 불편한 공생_현지연 대안공간을 부탁해_임국화
Review 평문이 되지 못한 비평적 메모 『박이소-개념의 여정』展_임근준 포르노, 분열증, 시체, 그리고 거짓말 『프랑수아 피노 컬렉션-고뇌와 환희』展_심상용 진지한 기만 『오재우개인전 Collector's choice』_안소현 해외미술전시 모시기와 궁지에 몰리기 『오늘의 프랑스 현대미술』展, 『이것이 미국미술이다』展, 『영국 로열아카데미 대표작가』展_현지연
Book Review 책으로 만든 또 하나의 전시 『큐레이팅에 관하여 항상 궁금했던 (하지만 물어보기 어려웠던) 모든 것들』_안지형
Post Feature 3.11 이후 일본의 현재를 보다_김강
Vol.20111001h | CONTEMPORARY ART JOURNAL 2011년 가을 / 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