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00130b | 박항원展 으로 갑니다.
작가와의 대화 / 2011_0930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대안공간 반디 SPACE BANDEE 부산시 수영구 광안2동 169-44번지 Tel. +82.51.756.3313 www.spacebandee.com
건설과 폐허의 이미지 ● 오늘의 한국사회에서 행해지는 재개발 붐은 특히 고층아파트에 집중되어 있다. 첨단 건축술을 과시하며 불쑥불쑥 솟아오르는 고층아파트들의 과열경쟁으로 도시는 한편으론 거듭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전시행정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부산도 최근 해운대를 중심으로 초고층아파트들이 집중적으로 들어서고 있는데, 해양도시 부산의 정체성이 무색해질 정도로, 새롭게 조성된 건축물들이 스펙터클한 풍경을 뽐내며 상징화되고 있다. 도시의 재개발, 재건축, 뉴타운 '광풍'은 오랜 시간을 거쳐 형성되어온 장소성의 의미를 단시일에 바꿔버리거나 송두리째 지워버린다. 이 광풍 속에서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재개발의 목적은 실질적으로 생존권 위협과 부동산 투기판으로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새로이 솟아나는 건물들의 스펙터클을 넋놓고 입벌리고 쳐다보기만 할 수는 없는 사연이 여기에 있다.
박항원은 파괴와 생성이 무섭도록 빠른 현대 도시의 순환과정을 자신이 숨쉬며 살고 있는 도시, 부산을 통해 지켜봐왔다. 철거로 폐허가 된 마을이나, 파괴되고 무너진 건물더미, 공사 중이거나 공사가 중단된 건물 등 작품 속 이미지들은 재개발현장의 쓸쓸함이 배어있는, 사라지거나 떠나보내야만 하는 우리시대의 풍경들이다. 그 풍경들 속엔 자본의 논리에 의해 무력하게 삶의 터전에서 떠밀려야만 하는 철거민들의 힘겨운 투쟁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그 이미지들은 대부분 현장에서 직접 카메라에 담은 실제 풍경이거나 매체를 통해 접한 내용들을 화면에 재구성한 것들이다. 직접적이고 사회비판적 성격이 짙어 다큐멘터리 형식을 피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이번 전시제목인 'Dynamite Busan'('Dynamic Busan'이 아닌)의 의도에 맞춘 구성으로 보인다. 요컨대 'Dynamite Busan'은 재개발이라는 이름하에 펼쳐지고 있는 폭력적인 도시풍경에 대한 작가적 관찰과 비판이 담긴 회화적 증언이라 하겠다.
도심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으로서의 재개발, 재건축 공사현장. 거기선 또한 공사가 중단돼 철근 구조물만 남긴 채 몇 년째 흉물로 방치되어 있는 건물도 흔히 목격된다. 작가는 공사현장에 설치되어 있는 각종 문구들, 미래 지향적이고 이상적인 슬로건들, 특히 부산시의 슬로건인 'Dynamic Busan'이 무분별한 재개발을 용인하며, 개발 뒤에 숨어있는 탐욕을 정당화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물음을 던지는 것이다. 개발과 재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저지러지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그림자를, 각 구와 시가 내세우는 슬로건이 표방하는 이상과 그 뒤에 자리한 현실과의 괴리감을 작가는 'Dynamite Busan'의 외연적 의미 뒤에 숨어 있는 내포적 의미로서 우리에게 보여준다. 파괴와 건설은 어떤 점에서 인류 문명의 기본 공식이지만 이 공식의 현실적 적용이 인간이 아닌 야만의 얼굴이 될 때, 이를 우리가 멋진 스펙터클로서만 쳐다볼 때, 우리 삶의 터전이 건강한 '역동성'('Dynamic')을 얻는 대신 '폭발'('Dynamite')의 현장이 되고 마는 것이다.
박항원은 현대도시와 도시공간을 이루는 건축물을 작품에 계속해서 모티브로 삼아왔다. 「꿈틀하고 나아가다」와 「불편한 기둥」은 고층아파트들의 도시점령에 관한 이야기로, 현대도시를 욕망의 스펙터클로 보고 있다. 그리고 이번 전시인 『Dynamite Busan』은 부산의 재개발 풍경으로서 개발 뒤에 숨은 욕망의 스펙터클한 풍경으로, 이전 작업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지만, 좀 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향으로 발언을 옮겨가고 있다는데 주목하며, 작업의 변화 가능성을 엿본다. ■ 임영매
개발 혹은 재개발 이라는 명분은 이 도시를 끊임없이 해체하고 파괴하고 있다. 그 덕분에 어느 곳에서나 공사현장의 주변에 서 있게 되며 망치질 소리와 기계음은 어느덧 일상에서 손쉽게 경험하는 소리이다. 인간은 갈수록 끝없이 올라가는 고층 건물들 속에 갇혀 살아가며, 볼거리와 시각 활동을 재촉하는 스펙터클한 풍경은 정당하게 위용을 뽐낸다. ● 대한민국의 제2의 수도 '부산' 은 이곳에서 살아온, 살아가야 할 자들의 삶과 취향, 기억이 담긴 도시가 되어가고 있는가? 아니면 인간소외(alienation)의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가? 부산에 날마다 세워지고 있는 고층 건축물(집단주거용 혹은 상업시설)은 인간 삶의 보호일까, 위협일까, 욕망일까? 왜 이토록 권력과 자본은 개발에 열광하여 이를 독려하고 정당화 시키고 있을까? "부동산 투기 = 황금알을 낳는 거위" 라는 공식이 성립하는 부동산 공화국 이여서 그런가. ● 그 중심에 공사현장의 장막에 적혀있는 "Dynamic Busan" 이란 부산시의 슬로건이 이를 정당화 시키는 듯 느껴진다. 그런데 우리는 어딜 가나 이러한 선전 문구를 손쉽게 볼 수 있다. 거리의 현수막이나 도로 옆에 세워져 있는 거대 조형물, 공사현장의 장막을 통해서 말이다. 슬로건의 문구는 항상 희망차고 밝은 미래를 지향하고 있지만 이상과 현실은 괴리감을 느끼게 한다. 재개발로 인하여 낙후된 마을을 정비하면서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 소외된 주민들은 갈 곳이 없어지고, 철거된 마을은 황폐한 풍경으로 변하여 범죄의 온상이 되어가고 있다. 커다랗고 웅장하게 짓다가 멈춰버려 철골만 앙상하게 뽐내고 있는 건축물들과 비워진 건축물들은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현실의 참담한 풍경이자 욕망의 스펙터클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 본인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을 도시 부산의 개발 혹은 재개발 풍경과 슬로건(선전문구)을 통하여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이상은 "Dynamic BUSAN" 일진 몰라도 현실은 "Dynamite BUSAN" 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에 본인은 부산에서 진행하는 개발 혹은 재개발 풍경을 통해 소외, 대립, 불안, 공허와 같은 불안한 요소들을 표현하여, 무자비한 개발 뒤에 숨어있는 욕망의 스펙터클한 풍경을 보여주고자 한다. 또한 부산시와 각 구청에서 내세우고 있는 슬로건의 문구와 부산의 풍경을 소재로 하여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을 표현한다. ■ 박항원
Vol.20110930d | 박항원展 / BAKHANGWON / 朴恒源 / painting